[비즈한국] 설 연휴다. 휴일을 포함하면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총 4일 연휴다. 쉬기만 해도 꽉 차겠지만 아쉽다. 일할 때보다 더욱 치열하게 쉬어야 한다. 하지만 평창 동계올림픽 관계로 특선 영화가 줄었다.
아쉬워하지 말자. 우리에겐 ‘민속놀이’ 스타크래프트가 있다. 보는 맛 하나는 최근 게임에도 밀리지 않는 스타크래프트 명경기만 다시 봐도 휴일은 금방이다. 오늘은 다시 봐도 치열한 스타크래프트 다전제를 살펴보도록 하자.
노련한 올드 게이머와 패기있는 신예 게이머의 대결은 항상 흥미롭다. 신예 게이머는 위아래를 신경 쓰지 않고 매서운 선제공격을 날린다. 선배 게이머는 능숙하게 막아내고 날카로운 역습을 펼친다.
패기와 경험의 대결은 그렇다. 황제와 스피릿의 대결도 그랬다. 테란의 황제라 불리는 임요환과 프로토스의 스피릿이라고 불리는 박지호의 So1 스타리그 4강전은 지금까지 회자되는 명경기다.
기나긴 슬럼프를 극복하고 4강에 오른 임요환과 처음 진출해 4강까지 오른 박지호의 경기였다. 프로토스전이 약점이던 임요환과 테란전이 강점이던 박지호가 만났기에 대부분 박지호의 승리를 예상했다. 박지호에게 무력하게 1경기와 2경기를 내준 임요환은 3경기부터 역습에 나섰다.
회심의 전진 배럭 전략과 드랍십을 이용한 캐리어 격추가 명장면이다. 프로토스에게 결승전에서 패배하면서 가을의 전설의 희생양이 된 임요환이 당시 역대 최고령 결승진출이라는 전설을 써 내려갔다.
예상치 못한 선수의 활약을 반란이라 부른다. 반란은 흥미롭고 짜릿하다. 우리의 기대를 배신하고 새로운 쾌감을 주기 때문이다.
다음 스타리그 2007은 반란의 장이었다. 그 반란의 우두머리는 변형태와 김준영이었다. 변형태는 프로토스 양대산맥인 송병구를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김준영은 당시 촉망받던 유망주인 이영호를 꺾고 올랐다.
변형태는 인기구단 CJ에 소속됐으나 팀원들에 가려진 선수였고 김준영은 무너져가는 한빛 스타즈의 기둥이었으나 딱히 스타성이 높지 않았다. 비인기 선수 사이의 결승이었다.
하지만 대박이었다. 경기력 하나만으로 모니터와 TV 앞을 떠난 스타팬들을 돌려놓았다. 0:2로 코너에 몰린 선수가 괴력을 발휘해 3:2로 역스윕한 결승전이었고, 5경기 중 1경기도 빼놓지 않고 치열한 승부가 나왔다. 끊임없는 견제와 게릴라 전술로 상대의 혼을 빼놓으려는 변형태와 모든 걸 버티고 울트라리스크 한 방으로 상대를 꺾으려는 김준영의 대결이었다. 아직 다음 스타리그 2007 결승전은 수많은 팬에게 최고의 결승전으로 손꼽힌다.
페더러와 나달, 호날두와 메시 그리고 이영호와 정명훈은 모두 당대 최고수 자리를 두고 경쟁한 맞수였다. 라이벌전은 경기 자체로 크게 관심을 받는다. 이영호와 정명훈은 데뷔 전부터 같은 클랜 출신으로 서로 알고 있었다. 이영호는 KT의 대들보가 되고, 정명훈은 SKT의 왕자가 된다.
개인리그 4강, 프로리그 결승전 등 주요 길목에서 만나며 그들은 스타크래프트 역대 최고의 동족전 라이벌이 된다. 당대 최강 테란이라는 하나의 자리를 두고, 역사상 최고의 테란 두 명이 경쟁했으니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빅파일 MSL 4강은 둘이 치른 최고의 다전제였다. 빅파일 MSL 4강 직전에 치러진 WCG 예선에서 이영호는 정명훈을 2:0으로 꺾은 뒤라 정명훈의 복수에 더더욱 초점이 맞춰졌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음식은 없지만, 둘의 대결은 소문보다 더했다. 5세트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이었다. 이영호는 개인방송에서 정명훈과 치른 빅파일 MSL 4강을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라고 말했다.
공간이 부족해 미처 적지 못한 경기가 많다. 이윤열과 오영종의 신한은행 스타리그 결승전, 허영무와 김명운의 tving 스타리그 4강, 최연성과 박정석의 Ever 2004 스타리그 4강 등등 수많은 경기가 떠오른다. 별 하나마다 떠오르는 명경기를 추억하는 일도 마니아의 즐거움 중 하나다. 이번 명절엔 민속놀이인 스타크래프트 명경기를 다시 즐겨보면 어떨까.
구현모 알트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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