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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카카오 계열회사 성수동 땅 추가매입, 지역주택조합과 갈등

JOH "강제 수용 안 되리라 판단"…조합 "나머지 95% 확보해서라도 추진"

2018.02.13(Tue) 18:12:47

[비즈한국] 카카오 계열회사 제이오에이치(JOH)가 지난 9월 성수동 호텔을 매입했다는 소식이 ‘비즈한국’에 최초 보도되면서, 해당 지역에서 아파트 건설을 추진 중인 지역주택조합과 갈등을 빚고 있다(관련기사 [단독] '신·증축 불가능한데…' 카카오의 '성수동 호텔' 투자 미스터리)​. 이 가운데 제이오에이치가 지난해 10월 해당 호텔과 인접한 주택과 토지 36㎡를 추가 매입한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제이오에이치는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지분의 45.45%를 보유한 회사로, 차기 카카오 공동대표로 내정된 조수용 부사장이 설립한 디자인 기업이다. 지난해 9월 호텔 비즈니스를 목적으로 숙박업소로 사용되던 건물 포함 성동구 성수동 토지 549㎡를 83억 원에 매입했다.

 

문제는 해당 토지가 서울시에서 2016년 11월 10일 지정한 뚝섬주변지역 지구단위계획 내 특별계획구역에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내년 10월까지​ 신축 및 증축이 불가능하다.

 

취재 결과 이곳은 3년 전부터 지역주택조합에 의한 아파트 건설이 추진 중이다. 관련 법규에 따르면 아파트 건설 인가가 나기 위해서는 조합 측이 해당 토지의 95%를 매입해야 한다. 5%의 여유를 두는 이유는 토지 매집 행위, 이른바 ‘알박기’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해당 지역주택조합은 현재 지주의 70% 이상 동의를 얻었으며, 곧 80%를 채워 오는 3월 중 정식 조합설립 인가를 낼 계획이다. 제이오에이치는 이 같은 사실을 알고 부동산을 매입했으며, 신축이나 증축은 불가능하지만 리모델링을 통해 호텔 비즈니스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3.38% 확보한 제이오에이치 “알고 구매, 적법한 범위에서 사업할 것”

 

카카오 계열회사 제이오에이치가 9월 구입한 부동산은 특별계획구역 내 549㎡ 토지와 H 호텔 건물이다. 하지만 취재 결과 다음 달인 10월에도 인접한 오래된 가옥이 들어선 36㎡ 토지를 추가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매입 금액이 공정거래법 상 기준(자산규모의 10% 미만)에 미달돼 따로 공시 하지는 않았다.

 

이를 통해 제이오에이치가 특별계획구역 내에 보유한 토지는 585㎡. 전체 1만 7329㎡ 토지 중 3.38%에 해당한다. 5% 미만이기 때문에 조합이 나머지 토지를 확보하면 제이오에이치가 매입한 토지는 강제 수용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제이오에이치는 감정가를 기준으로 조합에 부동산을 강제로 매각해야 한다.

 

따라서 제이오에이치가 이러한 위험성을 무시하고 호텔 비즈니스를 추진할 경우, 자칫 리모델링에 들어가는 추가 비용까지 고스란히 날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카카오 계열회사 제이오에이치가 지난해  H 호텔 이외에 뒤편의 오래된 주택도 함께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봉성창 기자

 

실무를 맡고 있는 김민식 제이오에이치 BM팀 디렉터는 “강제 수용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돼 진행을 한 부분이다. 조합원들이 기대하는 그림도 있겠지만 해당 사업지 내에 반대하는 지주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헌법에서 명시하는 사유 재산에 의한 개발 방향을 생각하고 있고, 적법한 범위 내에서 우리가 그려나갈 그림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 최초 보도 전 조합과 제이오에이치 두 차례 접촉

 

지역주택조합 조합원들과 업무대행사인 정진개발은 카카오 계열회사 제이오에이치의 토지 매입을 두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 모집된 조합원은 500여 명. 이들은 저마다 1억 원에서 1억 5000만 원가량을 이미 지불하고, 길게는 3년이나 아파트가 지어지기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만약 지역주택조합을 통한 아파트 건설이 중단될 경우, 이미 지불한 비용 대부분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정진개발은 이미 2016년 도시관리계획이 고시됐고 현재 구청에 설계 심의를 진행 중이며, 지주들로부터도 70% 이상 동의를 얻어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르면 오는 3월 중 80%까지 동의를 받아 구청으로부터 정식으로 조합 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하지만 대부분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역주택조합은 완공까지 워낙 변수가 많아,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토지 확보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지난 10년간 지역주택조합의 아파트 입주율이 고작 20%에 머무는 이유다.

 

지역주택조합이 현재 설계 심의를 신청한 아파트 위치와 제이오에이치가 구입한 토지(빨간색 영역)가 정확히 겹친다. 사진=봉성창 기자

 

지역주택조합은 지주들에게 보통 10%가량의 계약금을 지불하고 토지 매입 계약을 맺어 95% 이상 확보해야 구청으로부터 사업계획 승인을 받는다. 승인이 떨어져야 토지를 담보로 은행 대출을 일으켜 잔금을 치를 수 있다 보니 지주들과 토지 매입을 두고 줄다리기 협상을 벌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업무대행사인 정진개발은 제이오에이치가 특별계획구역 내에 부동산을 취득한 사실을 지난해 11월경 파악했고, 토지 사용 동의 등을 협의하기 위해 ‘비즈한국’ 최초 보도 전에 이미 두 차례 접촉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한상수 정진개발 대표는 제이오에이치의 부동산 매입비용 83억 원과 대출 이자 및 각종 실비용을 더해 토지를 매입하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양사 협상은 현재 중단된 상태다. 

 

# 불안에 떠는 500여 명 조합원 “어떻게 대기업이…”

 

‘비즈한국’ 최초 보도를 통해 카카오 계열회사인 제이오에이치의 부동산 매입 사실을 알게 된 지역주택조합 조합원들은 여러모로 불안하다는 반응이다. 일부 조합원들은 성동구청에 민원을 넣는 한편 청와대 청원까지 내며 불안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3년 전 조합에 가입한 한 아무개 씨는 “서민들이 집 한 채 가져보겠다고 몇 년째 기다리고 있는데 대기업이 어떻게 훼방을 놓을 수 있느냐”며 “만약 조합 측이 토지를 확보하지 못하면 카카오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라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상수 대표 역시 “일단은 최대한 제이오에이치를 설득해 볼 생각”이라며 “설득에 실패할 경우에는 나머지 95% 토지를 매입해서 강제 수용하는 수밖에 없다”고 계획을 밝혔다.

 

성수동 특별계획구역1 내 주민 중 일부는 이미 이사를 떠나는 등 재개발을 앞두고 전체적으로 황량한 분위기다. 사진=봉성창 기자

 

제이오에이치와 카카오 측은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김민석 디렉터는 12일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조합에 부동산 매각 여부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 호텔 리모델링 시점은 아직 오픈할 수 없고 현재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통화 말미에 “이러한 모든 발언은 개인적인 입장이며 회사의 공식 입장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또한 “앞서 보도된 기사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검토 중”이며 “공식 입장은 카카오를 통해 문의해 달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카카오 홍보 관계자는 “제이오에이치의 부동산 매입 건에 대해서 구입 목적 이외에 다른 사실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만 밝혔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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