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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과 무모한 도전 사이' 암호화폐 거래소의 금융맨 러브콜 풍속도

암호화폐 거래소 금융서비스 앞두고 전문가 영입전…'미래가치'와 '미래 불투명' 엇갈려

2018.02.13(Tue) 16:48:37

[비즈한국] 여의도의 한 대형 증권사 애널리스트 A 씨는 최근 고민이 늘었다. 올해 초부터 여러 암호화폐 거래소로부터 스카우트 제안을 받으면서부터다. A 씨는 “직접 연락을 해오거나 지인을 통해 접촉하고 있는데, 괜찮은 제안들이 많아 진지하게 이직을 생각 중”이라며 “직장 동료들에게도 거래소들의 스카우트 제안이 종종 오고 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들이 그동안 거래 수수료로 확보한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금융권 인력을 대거 흡수하고 있다. 암호화폐 투자 열풍이 불었던 지난해 말과 달리 최근 거품 논란과 정부 규제 이슈 등으로 거래 분위기가 급반전 되면서 거래소들의 인력 충원도 다소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여전히 거래소의 스카우트 제안과 금융맨들의 이직이 활발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금융권에 대한 암호화폐 거래소의 러브콜이 최근 늘고 있다. 그동안 몸집을 크게 불린 거래소들이 신규 금융서비스 사업을 추진하면서 전문가 수요가 늘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사진=고성준 기자


지난해 암호화폐 투자 열풍으로 엄청난 수수료 이익을 올린 거래소들이 경쟁적으로 몸집 불리기에 나서는 상황. 거래소들은 이미 지난해 각각 7~10배 인력을 늘렸지만 올해 채용을 더 늘릴 계획이다. 최근 빗썸을 제치고 국내 최대 규모 거래소로 꼽히는 업비트는 지난해 100명을 채용한 데 이어 올해 신입 직원 100여 명을 더 뽑을 예정이다. 서버와 모바일 앱 운영을 위한 IT개발자, 정보보안, 금융, 통계, 콜센터 관리자 등이 대상이다.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은 지난 1월 3일 신입 및 경력사원 등 총 400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초 20여 명에 불과했던 임직원수가 12월엔 220명으로 불어났고, 올해 추가로 인력을 늘린다. 숫자로만 보면 국내 시중은행 한 해 채용 인원과 비슷하다. 2017년 KB국민은행이 채용한 신입사원이 400명이었다. 그 밖에 코인원과 코인네스트 등 거래소와 관련 기업들도 향후 50~100여 명의 추가 채용을 진행 중이다. 

 

# 거래소 새 금융서비스 추진…금융권 전문가 필요

 

거래소가 공개적으로 밝힌 신규 채용 인력은 고객상담과 IT개발자 등에 집중돼 있지만, 동시에 금융권 인력 확보에도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거래소들은 사업 다각화를 위해선 금융권 인력이 필수라는 입장이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암호화폐 거래 규모가 급속도로 커졌지만 기존 중심 인력은 IT 분야에 집중돼 있고, 수익 구조도 수수료에 의존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사업을 확대하려면 금융 전문가 영입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암호화폐 거래소가 금융권 관계자들에게 제안하는 업무는 신규 금융서비스에 집중돼 있다. A 씨도 한 거래소로부터 시황 분석 서비스 제공 담당을 제안 받았다. 그는 “증권사 증시 분석보고서처럼, 암호화폐도 보고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실제 A 씨에게 제안한 거래소는 이미 앞서 채용한 증권사 인력을 중심으로 보고서 서비스 도입을 추진 중이다. 

 

다른 금융업체 IT부서에서 결제시스템을 담당하는 B 씨는 또 다른 거래소로부터 ‘최근 새로 만든 부서에 들어와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B 씨는 “암호화폐를 이용한 해외송금, 결제 등의 서비스를 맡게 된다고 했다. 구체적인 플랜은 준비 중이지만 이 거래소의 핵심 사업 부서로 추진한다는 설명을 들었다”며 “부서 구성원은 증권사나 은행 출신이라는 말도 덧붙였다”고 귀띔했다.

 

# “미래 가치 높아” vs “전망 불투명” 금융업계 의견 갈려

 

반면 암호화폐 거품 논란, 정부 규제 예고 등 거래소 전망이 불투명해졌다는 지적이 최근 늘면서 금융권 관계자들의 의견은 갈린다. ‘미래 가치’에 무게를 두고 자리를 옮기는 관계자도 있지만, ‘위험한 도전’이라는 시선도 있다.  

 

지난해 말 거래소로 이직한 전직 금융권 관계자는 ‘미래 가치’를 보고 자리를 옮긴 사례다. 그는 “암호화폐 보다는 블록체인 시스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아직 논란이 많은 분야지만 국내 시중은행이나 증권사들도 블록체인 시스템을 연구 중이고, 향후 어떤 형태로든 활용될 것으로 판단했다”며 “거래소 경험이 앞으로의 커리어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증권사에서 근무하다 이직한 또 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연봉을 낮춰야 할 것 같아 고민했는데, 오히려 전 직장보다 더 늘었고 인센티브나 복리후생도 훨씬 좋다. 주변에서도 연봉을 낮추고 이직하는 경우는 없다. 연봉 못 맞춰 준다는 건 옛날이야기”라며 “야근도 많고 주말에도 출근하면서 특근 수입이 늘어난 측면이 있지만, 높은 업무 강도만큼 보상이 확실해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증권사 중견 임원의 생각은 다르다. 올해 초 한 거래소의 임원급 제안을 받았다는 그는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가운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곳은 없고, 거래만 중개하는 곳일 뿐, IT 기업으로도 보기 어렵다”며 “거래소 자체로는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본다. 증권 전문가가 공인되지 않은 투자를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직까지 금융업계에선 앞서의 중견 임원의 시각이 우세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금융권의 다른 관계자는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게 좋은 조건으로 영입 제안을 받고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라며 “전수용 빗썸 대표가 옮겨간 IT업계와 달리 금융권 거물급 인사의 움직임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경력 3~5년차 내외의 금융권 인력들이 움직일 수는 있어도, 경험을 더 쌓은 사람들이 결정이 내리기는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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