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세 번째 시즌을 맞은 ‘한국미술응원 프로젝트’는 한국미술 응원 개념에 더 충실하기 위해 소외돼온 작가와 흐름을 조명하는 데 더욱 적극적으로 초점을 맞춘다. 현재 우리 미술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경향-팝아트, 재료와 기법의 다양한 개발, 순수한 미감의 재해석 등-에서 역량 있는 작가 발굴은 기본으로 하면서, 우리 미감을 현대화하는 분야의 작가 발굴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는 한국미술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소명이라는 생각에서다. 특히 2018년 세 번째 전시회에서는 관람객들과 더 적극적인 소통을 위해 작가와의 대화, 작품 시연, 작품 해설, 소품 특별전의 확대 등을 계획하고 있다.
‘2018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展’은 오는 3월 2일부터 9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에서 열린다.
예술 영화 만들기로 이름난 짐 자무시 감독의 영화 ‘패터슨’은 일상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미국 뉴저지주의 소도시 패터슨에 사는 버스운전사 ‘패터슨’의 이야기다.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주인공의 일상을 내용으로 한다. 그는 버스 운전하며 만나는 일상의 소소한 일 속에서 다른 면을 찾아내 시로 쓴다.
이 영화에서처럼 특별할 것 없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은 나름대로 패턴을 갖고 반복된다. 그래서 지루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속에서 익숙한 채로 살아간다. 예술은 이런 틈새에서 새로움을 찾는 일이다. 영화 ‘패터슨’에서 버스운전사 ‘패터슨’이 평범한 일상에서 새로움을 발견해 시를 쓰는 것처럼. 이 영화는 이 시대 예술의 모습을 소리 높이지 않고 보여준다.
젊은 작가 오수지가 말하는 회화도 같은 선상에 있다. 그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자신의 눈높이에서 그리고 있다. 신세대 일상 속 정서를 맨 얼굴로 담아내는 작가의 그림은 솔직하다. 그래서 생생한 리얼리티가 묻어나온다.
20대인 작가는 대학원을 다니고 있다. 화가의 길로 들어선 그의 일상은 작업의 진로와 그 또래에서 겪는 정서적 갈등이 대부분이다. 이게 자신의 모습이며 같은 세대의 공통적 일상이다. 그의 작업의 주제인 동시에 소재이기도 하다. 그걸 아무 꾸밈없이 그려낸다는 데에 매력이 있다.
그런 생각이 거침없이 표현된 작품 한 점을 보자. ‘닥스의 하루Ⅲ-뜨거운 것이 좋아’라는 제목의 그림이다.
네 명의 여자가 작업실로 보이는 공간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다. 자유분방한 자세로 테이크아웃으로 가져온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고 있다. 자세도 제각각이고 표정도 다르다. 얼굴 표정에서는 권태로움과 지루함도 묻어나온다. 젊은이다운 컬러풀한 옷을 입었는데도 두드러지는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 원색을 썼지만 기술적으로 차분히 가라앉힌 솜씨에서 작가의 재능도 보인다. 그 또래의 고만고만한 고민과 갈등, 그리고 열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나타내기 위해서 이렇게 그린 것이다.
그런데 작가는 그 나이에서 느끼는 정서적 파격을 집어넣어 그림 보는 재미를 슬며시 보여준다. 솔직함이 다소 도발적일 정도로. 여자들이 앉아 있는 탁자 아래 제목으로 쓰인 주인공이 있다. 애완견 닥스다. 두 마리다. 다리와 꼬리만 보이는데도 그들의 발칙한 행위가 드러난다. 사랑을 나누는 중이다. 민망한 장면인데도 여자들은 무관심한 듯 보인다. 우리 일상은 이처럼 안정된 룰 속에서 누구나 조금씩은 파격을 겪는다. 다만 드러내지 않을 뿐이다.
젊은 나이의 솔직한 정서를 일상의 지루한 정경 속에다 재치 있게 녹여내고 있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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