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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 행적 따라 영포빌딩부터 내곡동까지…'MB로드' 취재기

지난해 '그네-순실로드'에 이은 2탄…20~60대 남녀 15명 참가해 7곳 답사

2018.02.12(Mon) 15:55:56

[비즈한국] “지금 보시는 이 건물 7층부터 10층까지 양지회가 운영한 곳인데요, 외벽에 태극기도 걸려 있네요. 양지회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MB(이명박) 정부 때 국가정보원에서 돈도 주고 컴퓨터도 주고 관리하면서 여론조작을 한 거예요. 진짜 웃기는 사람들이에요.”

 

주춤했던 한파가 다시 기승을 부린 지난 11일 주말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한 빌딩 앞에 20여 명의 사람들이 한 데 모여 ‘강남의 탄생’ 저자로 알려진​ 한종수 작가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일부 참가자들은 한 작가가 가리키는 곳을 보고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기도 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양지회’​ 건물 앞에서 ‘​MB로드’​ 참가자들이 한종수 작가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김상훈 기자


영하의 날씨에도 이들이 일요일 오후 서울 한복판에 모인 이유는 한 가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DAS) 관련 검찰수사가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이 전 대통령의 행적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다. 

프로젝트 이름은 ‘MB로드’로 지난해 국정농단 현장을 둘러보는 ‘그네-순실로드’​ 프로젝트를​ 추진한 ‘​민주올레​’​​가 이번에도 기획을 맡았다. ​그네-순실로드의 2탄 격이다.​ SNS를 통해 사전 신청을 받은 15명의 참가자가 이날 프로젝트를 함께 했다. 연령대는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했다.

 

이날 MB로드는 양지회 빌딩을 시작으로 영포빌딩, 이 전 대통령의 옛 내곡동 사택, 다스 옛 서울지사, 이 전 대통령의 현재 사택, 소망교회, 삼성동 사무실 총 7곳을 답사했다. 이동 거리가 길어 그네-순실로드처럼 도보이동은 불가능해 버스가 동원됐다. 

 

한 작가는 “1년 만에 다시 이런 프로젝트를 하게 될 줄 몰랐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과거 지역구는 종로였지만 실제 그와 관련된 모든 것은 서초구에 있다. 시민들과 그 장소들을 가보고 다스의 실체를 찾아보고자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이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양지빌딩으로 MB 정부 때 국정원이 주도한 사이버외곽팀 ‘양지회’의 주 근거지로 알려진 곳이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국정원법 위반 정치관여 등 혐의로 사이버팀 파트장과 국정원 퇴직자 모임 양지회 임원, 외곽팀장 등 10명을 기소했고 올 1월엔 심리전단 팀장 및 외곽팀장 등 4명을 기소해 총 14명을 사법처리했다. 

 

방배동 다음으로 찾은 곳은 서초역 인근 ‘오퓨런스’ 빌딩. 이번 MB로드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2016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찰 조사를 받을 때 팔짱 낀 모습이 담긴 보도사진을 찍은 곳이다. 이곳은 주변 빌딩보다 높고 서울중앙지검과 400여m 거리를 두고 마주보는 형국이라 우 전 수석의 모습 포착이 가능했다는 게 한 작가의 설명이다. 

 

아울러 이곳은 우병우 전 수석이 변호사 활동을 할 때 사무실이 있던 빌딩이기도 하다. 한 참가자는 “자기가 일하던 곳에서 자신의 민낯이 드러난 사진이 찍힌 꼴이 됐다”며 소감을 전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일가의 자택 매입 의혹이 불거졌던 내곡동 사저 부지 건물. 빈 채로 남아 있지만 주변 곳곳에서 이 전 대통령의 집임을 알 수 있는 표시가 남아 있다. 사진=김상훈 기자


다음으로 찾은 장소는 얼마 전 검찰 압수수색으로 보도된 서초동 영포빌딩이다. 청계재단 소유인 이곳은 다스 서울사무실은 물론 여러 변호사 사무실이 입주해 있다. 이날 건물 출입문이 닫혀 있어 빌딩 안으로 들어가진 못했지만 참가자들은 “여기가 바로 MB 다스 의혹의 현장”이라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한종수 작가는 “뉴스에도 나왔지만 압수수색이 지하 2층에만 이뤄진 것이 아니다. 총 세 번 했는데 빌딩 안에서도 다 다른 장소에서 한 것”이라며 “특이한 점은 청계재단 사무실 호수가 우리가 아는 503”이라고 설명해 참가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어 찾은 곳은 이명박 전 대통령 일가의 매입 의혹이 불거졌던 내곡동 사저 부지다.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시형 씨가 2011년 5월 10억 1775억 원에 매입한 이 집은 현재 기획재정부가 관리하고 있다. 아울러 이곳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매입한 자택도 도보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MB로드 참가자 강현용 씨(66)​는 “경호하기 좋은 환경이고 서초동도 가깝다”며 “실제 와 보니 이 전 대통령이 왜 (내곡동에) 들어와 살려고 했는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차를 타고 다시 서초동 일대로 돌아와 다스 옛 서울사무실을 찾았다. 한 작가는 “다스 서울지사는 앞서 방문한 영포빌딩에 있지만 이곳은 예전에 쓰던 사무실이다. 아직까지 ‘다스’ 흔적이 남아 있어 들르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빌딩 입구에는 ‘DAS’라고 적힌 표시가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또 바닥에는 이 전 대통령의 형 이상은 다스 회장 앞으로 온 우편물도 눈에 띄었다. 발신자는 서초구청으로 납부고지서로 보인다. 

 

다스 옛 서울사무실이 있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한 빌딩 입구. 사진=김상훈 기자

 

뒤이어 참가자들은 이 전 대통령이 현재 살고 있는 강남구 논현동 자택과 삼성동의 이 전 대통령 사무실 방문을 끝으로 이날 기행을 마무리했다. 

 

어머니와 함께 MB로드를 찾은 대학생 김 아무개 씨​(20)는 “모든 증거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하고 있는데 본인은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어 답답한 마음에 직접 그의 행적을 따라 현장을 둘러보고 싶었다”며 “실제 와보니 뉴스에서 봤던 곳들이어서 신기했고, 앞으로 관련 기사들이 나올 때마다 더 관심을 갖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의 다스 관련 의혹을 향한 검찰 수사는 점차 무르익어 가는 분위기다. 검찰은 9일 강경호 다스 사장을 불러 다스가 BBK 투자금 140억 원을 되돌려 받은 경위 등을 조사했다. 10일엔 이 전 대통령의 차명 소유 의혹이 제기된 도곡동 땅 매각자금을 관리한 것으로 알려진 이영배 금강 대표를 불러 반환된 140억 원의 자금 흐름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 

김상훈 기자

ksangh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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