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세계 증시가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다소 흔들거리고 있지만 올해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에는 변함이 없다. 세계 교역량과 생산 회복세가 지난해 4분기부터 나타나고 있어 올해 세계 경제는 당분간 양호한 흐름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 각국의 경기 관련 선행지표는 일제히 올해 경제가 나아진다는 쪽을 가리키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경기 관련 선행지표는 세계 흐름과 반대로 가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향후 6개월 뒤 기업 경기를 전망하는 기업신뢰지수(BCI)를 보면 한국은 OECD 회원국 중에서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OECD가 9일 발표한 1월 BCI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1월 BCI는 98.8로 기준치인 100보다 낮았다.
BCI는 100을 넘으면 6개월 뒤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본 기업이 많다는 의미이며, 100을 밑돌면 경기가 악화될 것으로 전망한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한국의 BCI는 지난해 11월 99.0에서 12월 98.9로 떨어진 데 이어 1월에도 내려가면서 3개월 연속 하락세를 탔다. 특히 1월 BCI는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낮았다.
이에 반해 OECD 전체 회원국의 BCI는 상승세다. OECD 회원국 평균 BCI는 지난해 11월 101.3에서 12월 101.4로 올랐으며, 올 1월에도 101.4를 유지했다. 독일의 1월 BCI는 102.5였으며, 영국은 102.2, 미국은 101.3이었다. 세계 각국이 경제 호황의 흐름을 올라탄 상황에서 유독 한국만 그 흐름에서 동떨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또 다른 선행지표에서도 나타난다. 국제 금융정보제공업체 IHS 마르킷이 조사한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를 보면 우리나라는 주요 20개국(G20) 국가 중에서 꼴찌에 위치해 있다.
제조업에서는 원자재 구매 담당자의 경기 전망에 따라 원자재 등의 구매량이 달라진다.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면 구매량을 늘리고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전망하면 구매량을 동결하거나 축소한다. PMI란 이러한 제조업체 구매담당자의 경기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로 기준치인 50을 넘기면 경기 회복을, 50 미만이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2월 PMI는 50.7로 기준치를 간신히 넘겼지만 G20 국가 중에서는 가장 낮은 수치라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독일은 2월 PMI가 61.1에 달했고, 이탈리아는 59.0, 프랑스는 58.4를 기록했다. 유로 지역(유로화 사용 19개국) 전체 평균 PMI도 59.6이나 됐다. 미국의 2월 PMI는 55.5였으며 일본도 54.8로 경기 개선 흐름 전망이 뚜렷했다. 최근 경기가 식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브릭스 4개국도 우리나라보다 높았다. 중국의 2월 PMI는 51.5, 러시아는 52.1, 인도는 52.4, 브라질은 51.2였다.
이처럼 세계 각국의 경기선행지수에 파란 불이 들어온 것은 세계 경제가 올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7월 3.6%로 봤던 2018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10월에 3.7%로 올린 데 이어 올 1월에는 3.9%까지 끌어올렸다. 이러한 상황에 한국 경기선행지수만 약세를 보이는 등 올해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스탠다드차타드가 지난 2일 글로벌 리서치 행사에서 투자자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한국 경제가 지난해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의견은 31.6%, 나빠질 것이라는 의견은 30.6%로 거의 비슷하게 나왔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올해 세계 무역 증가로 세계 각국의 경제가 강한 호조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는 상황인데,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투자자 전망 조사에서 긍정과 부정이 엇비슷하게 나왔다는 것은 심각하게 우려할 사항”이라며 “최근 정부 부처 간 엇박자가 고용이나 금융 시장, 부동산 시장 등에서 악영향을 주면서 국내 기업과 국외 투자자들의 경계심리가 커지고 있는 만큼 정부가 명확한 경제 정책 방향을 정하고, 부처 간 혼선을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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