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국의 대표 IT 기업 네이버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지난 1월 10일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은 ‘라인파이낸셜’이라는 법인을 설립했다. 라인은 “더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만들고 제공하기 위해 라인파이낸셜을 설립했다”며 “암호화폐(가상화폐), 대출, 보험 등을 포함해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라인 앱을 통해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는 이전부터 핀테크(IT와 금융이 결합한 서비스)에 큰 관심을 보였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6월 미래에셋대우와 맺은 글로벌 디지털금융 사업 공동 진출과 관련한 전략적 제휴다. 1월 25일에는 최인혁 네이버 부사장이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네이버페이를 중심으로 금융서비스를 검토하고 있으며 미래에셋대우와 협력하는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준비중”이라며 “향후 더 자세히 협력 서비스를 소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진 창업주는 프랑스에 살다시피 하면서 해외시장 공략에 힘쓰고 있다. 그의 공식 직함인 글로벌투자책임자(GIO)에서도 해외 진출에 대한 관심이 나타난다. 네이버는 최근 프랑스 코렐리아캐피탈과 조성한 K펀드를 통해 블록체인 기업에 400만 유로(약 53억 원)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박상진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컨퍼런스콜에서 “다양한 카드사 등과 제휴해 네이버페이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로 확장할 것”이라며 “해외는 라인 등 다른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금융환경에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시장은 네이버페이를 중심으로, 해외시장은 라인을 중심으로 핀테크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라인은 결제서비스 라인페이를 통해 일본 금융시장에서 성공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라인에 따르면 지난해 라인페이 사용자는 4000만 명을 돌파했고 연간 결제액은 4500억 엔(약 4조 4050억 원)에 달했다.
라인의 최근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 라인에 따르면 일본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4개국에서 라인의 월간 사용자 수는 2017년 1분기 말 1억 7100만 명에서 4분기 말 1억 6800만 명으로 줄었다. 매출은 2016년 1407억 엔(약 1조 3976억 원)에서 2017년 1671억 엔(약 1조 6598억 원)으로 늘었지만 광고 수익의 증가 덕분이었고 콘텐츠 관련 매출은 오히려 448억 엔(약 4445억 원)에서 401억 엔(약 3979억 원)으로 줄었다.
라인파이낸셜의 성공적인 안착은 라인의 실적 개선과 이해진 창업주의 ‘해외 핀테크 시장 진출’이라는 목표 두 가지와 연관이 있다. 라인파이낸셜의 첫 관문은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 시장이다. 라인은 “이미 암호화폐 거래소 등록 절차에 들어갔고, 일본 금융청의 심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일본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체크’가 해킹을 당해 580억 엔(약 5755억 원) 상당의 암호화폐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일본 금융사들이 암호화폐 거래를 제한하거나 심사를 강화하는 등 관련 업계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라인은 일본에 기반을 둔 회사이기에 라인을 통한 한국시장 진출은 현재 계획에 없다”며 “아직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나오지 않아 성공 여부를 점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증권가의 반응은 대체로 좋은 편이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네이버는) 라인페이 사용자를 기반으로 핀테크 사업 확대를 계획하고 있어 이제까지 시장 기대에 못 미쳤던 라인 플랫폼의 수익사업 확장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이 밖에 라인파이낸셜은 올해 초 라인이 업무 제휴를 맺은 일본 증권사 ‘폴리오’와의 업무를 담당한다. 라인페이는 기존처럼 라인이 계속 관리한다. 라인은 “나아가 블록체인 등 기술도 발전시킬 것이며 이를 위해 IT 및 금융 전문가를 채용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라인파이낸셜이 이해진 창업주의 꿈을 이뤄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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