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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꿈꿔라" 청년 주거 해결 스타트업 '만인의꿈' 김동찬 대표 인터뷰

선모집 후분양 방식으로 월세 부담 낮춰…"월세 보증금 펀딩 플랫폼 만들 것"

2018.02.08(Thu) 18:22:30

[비즈한국] “신촌에서 월세 22만 원에 방을 구한다는 게 말이 돼요? 정말 좋죠.” 말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한양으로 보내라 했던가. 이지현 씨(여·25)는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해보고 싶어 강원도 원주에서 서울로 무작정 올라왔지만 처음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방값이 너무 비쌌다. 40만~50만 원 하는 월세는 그렇다 쳐도 1000만 원이 넘어가는 보증금을 감당하기는 어려웠다.

 

원주로 돌아갈 고심을 하던 ​이 씨는 ​청년 주거 문제 해결에 나선 스타트업 ‘만인의꿈’을 통해 지난해 8월 월세 22만 원에 보증금 44만 원 조건으로 신촌 부근에 방을 얻었다. 부동산 중개업체 ‘다방’이 지난해 8월 발표한 서울 대학가 원룸 평균 시세(월세 49만 원, 보증금 1378만 원)보다 훨씬 싼 가격이다. 어떻게 부동산 시장을 거스르는 가격을 내놓을 수 있었을까? 김동찬 만인의꿈 대표(33)를 만났다. 

 

# 꿈 자체가 업이 되는 세상 꿈꾸는 김동찬 대표

 

김동찬 ‘만인의꿈’ 대표. 사진=이종현 기자

 

“공실률을 낮추는 게 핵심이었어요. 공간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거죠. 저희는 ‘선모집 후분양’ 하거든요. 집에 들어올 사람들을 먼저 받고, 인원수가 차면 그때 저희가 집을 구하는 거죠.”

 

김동찬 대표가 본격적으로 숙소 사업을 시작한 건 지난해 8월. 6개월 만에 ‘둥지’(셰어하우스)가 14호점까지 늘었다. 한 둥지에는 많게는 12명, 적게는 7명이 1인실, 2인실, 4인실로 나뉘어 사는데, 현재 총 80명이 산다.

 

신촌이라는 지역을 감안했을 때 방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깨끗해 살 곳이 필요했던 청년들이 몰렸다. ‘만인의꿈’은 큰 방을 월세로 임대 계약해 입주자에게 월세의 15%를 더 받아 그 중 7%를 투자자 그룹에 배당하고 8%를 운영자금으로 쓴다. 

 

만인의꿈 ‘둥지’​ 중 한 곳. 사진=만인의꿈 제공

 

“사실 기숙사 사업은 수익성이 안 돼요. 아니, 수익을 내려면 낼 수 있는데 그게 저희 회사의 목적이 아니에요. 그래서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서 둥지 세 개당 점포 하나를 내는 원칙을 지켜요. 점포라고 하면 스터디카페나, 일반 카페 혹은 워킹 스페이스 사업을 말해요. 주로 수익은 이쪽에서 내죠.”

 

수익이 목적이 아니라고 말하는 김동찬 대표는 초등학생 시절 강남에 마당 있는 2층집에서 살 만큼 남부러울 게 없었지만, 부모님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한 성당의 네 평짜리 방으로 옮겨야 했다. 생계를 위해 군 입대 전후로 게스트하우스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당시 사장의 신임을 얻어 그 게스트하우스를 인수할 수 있었다. 

 

“저도 그 사장님의 투자를 받아서 ‘꿈’이라는 걸 꾸게 됐어요. 다른 청년들에게 ‘꿈’을 나눠주고 싶어서 투자를 시작했죠. 처음엔 꿈꾸는 반지하, 드림인턴이라는 프로젝트를 하면서 청년들을 지원했어요.”

 

당시 김 대표는 여러 청년과 만나 이야기를 하면서 ‘꿈을 꾸라’는 메시지만 던지는 것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청년에게 꿈을 꿀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먼저였다.

 

인터뷰 중인 김동찬 대표. 사진=이종현 기자

 

“고아로 자란 청년도 있었고, 몸이 아프거나, 지방에서 올라와서 당장 살 집이 없거나 그때 제가 만났던 청년들은 꿈꾸는 것 자체가 사치스러울 수밖에 없는 환경에 있었어요. 당장 먹고 잘 곳이 없는 사람에게 10년 후의 꿈을 그리라고 하는 건 폭력이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먹여주고 재워주는 둥지를 만들 테니까 같이 꿈을 꿔보자’라는 생각으로 숙소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죠.” 

 

김 대표는 ‘만꿈인’(만인의꿈 세입자)에게 생활비 지원까지 한다. 다른 둥지 만꿈인과 친해진다거나 시를 쓴다거나 성장을 위한 미션을 수행하면 내부 화폐인 ‘둥’을 준다. 둥지마다 최대 18만 원까지 받을 수 있는데, 둥을 쌓아 둥지 본부에 알리면 회사 법인카드를 내어 준다. 만꿈인은 그 돈으로 생필품을 사고 둥지 파티를 열기도 한다.

 

만인의꿈이 여타 셰어하우스와 다른 점은 신촌 지역만 공략한다는 점이다. 공실률 걱정이 없는 모델을 만들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김 대표는 하나의 마을을 만들어 청년들에게 인적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싶었다.

 

“개인적인 히스토리나 백그라운드를 무마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어요. 부모님이 없어서 고아로 살았든, 지방에서 왔든, 아니면 청년들이 이 마을에 들어오면 사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 그래서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며 성장할 수 있는 그런 곳. 여기저기 떨어져 있으면 뭉치기 어렵잖아요. 참,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신촌에서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은 잘 안 받아요. 그 친구들은 이미 학교라는 큰 커뮤니티가 있으니까요. 받아도 금방 나가더라고요.”

 

인터뷰 중인 김동찬 대표. 사진=이종현 기자

 

한 달에 두 개 정도의 둥지가 늘고 있지만, ‘선모집 후분양’ 모델은 청년이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장소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한계도 안고 있다. 김동찬 대표의 다음 발걸음은 월세 임대차계약 보증금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사실 월세 임차보증금은 안전하거든요. 보증금을 차감당하거나 날리는 건 극히 드문 일이니까요. 이 정도의 안정성이 있다면 충분히 펀딩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서 지금 임차보증금 펀딩 플랫폼을 만들고 있어요. 청년들이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장소로 집을 얻을 수 있게끔요.”

 

최근 신촌을 벗어나 강남으로 발을 넓힐 계획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김동찬 대표. 인터뷰를 끝내며 피곤하지 않으냐고 묻자 “항상 피곤하죠”라고 답하던 그는 마지막까지 꿈을 이야기했다. 

 

“어쨌든 저희 회사가 추구하는 건 청년들 꿈 자체가 업이 되는 세상이니까요. 자기가 다들 하고 싶은 일들을 좀 더 생각해보고 그 꿈과 관련한 일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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