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ICT(정보통신기술) 기업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로봇’ 산업에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경쟁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대규모 투자를 통해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는데, IT업계에선 이들 기업이 단순 연구개발 수준을 넘어 로봇을 회사 성장 동력의 핵심으로 판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전세계 로봇시장 규모를 전망하면서 “2020년엔 1880억 달러(약 205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6년 915억 달러(99조 원)에서 2배가량 늘어났다. 제조현장에서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 사용되는 산업용 로봇과 달리 가정용·공공서비스용 로봇 시장은 아직까지 형성 초기 단계지만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등 신기술의 발달과 맞물려 빠른 성장이 전망되고 있다.
‘로봇 시대’는 이미 현실이라는 게 IT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 박람회 ‘CES 2018’에선 처음으로 AI 로봇이 행사 전면에 등장하기도 했다. 보통 CES에서 소개된 기술은 이르면 수년 안에 상용화된다.
국내 주요기업들이 로봇산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거부터 자체 연구개발은 이어져 왔지만,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소프트뱅크, 소니 등이 선두 기업으로 부각되기 시작하면서 움직임이 더 빨라졌다.
# 자본력 앞세워 로봇 시장 접수 나선 ‘삼성전자’
최근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삼성전자다. 부서를 신설하고 과감한 대규모 투자로 사업을 빠르게 확대 중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로봇을 장기 연구과제로 선정해 수년 간 관련 R&D 조직에서 기술을 연구해왔다. 삼성전자의 로봇 사업을 총괄해 온 노경식 마스터(연구위원·임원 대우)가 이끄는 글로벌기술센터가 관련 기술을 연구했고,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한 용도의 산업용 로봇 또는 ‘로봇청소기’ 등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
삼성전자는 올 초 무선사업부 산하에 ‘로봇 하드웨어(HW)’ 부서를 신설했다. 무선사업부는 갤럭시S 등 삼성전자의 대표사업 중 하나인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부서다. 삼성전자가 앞서의 글로벌혁신실과 같은 연구개발 부서가 아닌 실제 제품을 생산하는 ‘사업부서’에 로봇 전담 조직을 구성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로봇 기술에 필요한 AI 등 소프트웨어(SW)와 로봇 하드웨어(HW)를 동시 개발하고 있다. 로봇은 인공지능 기술을 중심으로 IoT 통신기술, 레이더, GPS 등과 이 첨단 기술들을 한 곳에 ‘담을’ 하드웨어가 결합해야만 활용이 가능해서다.
삼성전자는 스마트 기기와 같은 하드웨어 사업의 비중이 절대적이고, 구글·애플 등처럼 강력한 소프트웨어, 플랫폼도 없다. 이 때문에 기존의 제조 기술과 소프트웨어 융합을 목표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는 게 IT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삼성전자의 새 인공지능 플랫폼 ‘빅스비’가 대표적인 예다. 스마트폰·가전 등 삼성전자 제품에 장착했다.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모든 전자기기에 인공지능 애플리케이션 하나로 제어,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다. 스마트폰을 제조하며 수년간 의존했던 구글 안드로이드 OS의 ‘그늘’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문제는 시간이다. 글로벌 로봇 시장이 급성장하는 상황에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동시에 개발하다간 뒤쳐질 수밖에 없다. 그 대안으로 삼성전자는 자체 기술개발과 별도로, M&A(인수·합병)와 스타트업 투자로 기술 확보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고 있다. 시간을 사는 셈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2016년 9조 원을 투입해 사들인 미국 전장업체 하만(HARMAN) 이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엔 인공지능 챗봇을 개발하는 국내 스타트업 ‘플런티’를 사들였다. 삼성전자가 국내 스타트업을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플런티 직원들은 빅스비 개발에 참여 중이다.
로봇 개발 스타트업 등에도 투자를 늘렸다. 이 가운데 일부 업체들에 대해선 투자에 그치지 않고 인수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로봇은 조직 내 다양한 부서에서 연구해 온 주요 기술 가운데 하나다.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통합 로봇 브랜드 ‘클로이’ 발표한 LG전자
LG전자는 삼성전자보다 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LG전자의 일부 제품은 아직까지 로봇 관련 대표 브랜드가 없는 삼성과 달리 이미 상용화 단계다.
‘로봇 전략’도 삼성과 차이가 있다. LG전자는 일상생활에 활용되는 로봇, 또는 생활가전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 LG전자는 지난해 6월 최고기술자(CTO) 직속 조직으로 ‘로봇 선행연구소’를 신설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HA(생활가전) 사업본부 내에 로봇 사업부를 신설했다.
여기에 맞춰 LG전자 CTO 부문은 최근 SW센터, 컨버전스센터, 차세대 표준연구소 등 6개 분야에서 즉시 투입이 가능한 경력직 R&D 인력을 대규모 채용하면서 IT업계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삼성전자에 인수된 앞서의 전장기업 하만 출신 박일평 LG전자 부사장은 LG전자로 옮긴 지 1년 만인 지난해 말 사장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국내 로봇개발업체 ‘로보티즈’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보통주 90억 원가량(지분율 10%)을 취득했다. 로보티즈는 로봇의 관절 역할을 하는 ‘액추에이터(동력구동장치)’와 센서모듈, 모듈관리 프로그램 등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업체다. 웨어러블 로봇 스타트업 ‘에스지로보틱스’와의 오픈 이노베이션은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다.
LG전자는 주력사업인 가전제품에 로봇을 연동하기 위해 로봇 개발조직과 생활가전사업부의 협업에 집중하고 있다. LG전자의 대표 가전들에 로봇을 사물인터넷 플랫폼으로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시장 선점 이미지 구축에도 나섰다. LG전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8에서는 개별 로봇 제품들을 총칭하는 통합 브랜드 ‘클로이(CLOi)’를 새롭게 공개했다. 장기적으로 기존 로봇 제품군뿐만 아니라 새로 개발되는 제품들을 단일 브랜드로 통합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LG전자가 상용화를 앞두고 미리 시장 인지도 확보에 나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생활가전을 기반으로 로봇 활용 영역도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해 7월 인천국제공항에 시범적으로 배치한 안내·청소용 로봇이 대표적이다. 이 로봇은 평창올림픽에서도 활용 된다.
LG전자 관계자는 “한 발 먼저 예측하고 준비해나가는 단계”라며 “아직까지 생소한 로봇 분야에서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하는 동시에 신기술 선도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한층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핫클릭]
·
[현장] 대학가는 암호화폐 '열공' 중…블록체인 동아리가 뜬다
·
고용 1만 이하 '좋은 일자리 69대 기업'의 정규직 고용률 1위는?
·
[단독] '신·증축 불가능한데…' 카카오의 '성수동 호텔' 투자 미스터리
·
[CEO 라이벌 열전] 백화점 '빅3' 롯데 강희태 vs 신세계 장재영 vs 현대 박동운
·
[현장] '날씨보다 더 싸한 바람이…' 암호화폐 폭락장 속 5대 거래소는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