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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대학가는 암호화폐 '열공' 중…블록체인 동아리가 뜬다

"코인 투자보단 블록체인 기술 연구"…'취업 잘 되는 동아리' 각광

2018.02.08(Thu) 15:13:17

[비즈한국] “암호화폐(가상화폐) 투자 동아리는 엄청 많아요. 대부분 주식 동아리가 많이 그쪽으로 바뀌었고, 오픈 채팅방에서도 손쉽게 관련 정보를 접할 수 있죠. 하지만 우리는 단순 투자보다는 블록체인에 흥미를 느껴 모이게 됐어요.”(연세대학교 블록체인 동아리 ‘연블’​ 회장 이현제 씨)

 

암호화폐 시세가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6일 오후 한때 비트코인 가격은 600만 원대까지 떨어지는 등 폭락장의 연속이었다. 암호화폐 거래소 고객의 절반 이상이 20~30대인만큼 시세 변화가 젊은층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욱 크다. 개강을 앞둔 대학가에서는 암호화폐를 넘어 블록체인 기술까지 연구하는 동아리가 성행해 눈길을 끈다.  

 

# “우린 직장인 아닌 학생, 투자보단 블록체인 기술에 흥미느끼는 건 당연”

   

지난 7일 오후 블록체인을 연구하는 학생들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연세대학교를 찾았다. 한 강의실에 들어서자 대여섯 명의 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이들은 동아리 연블(​연세대학교 블록체인) 회원들. 얼마 전 투자전문가에게 들은 강연을 복습하고 다가올 새학기 계획을 세우기 위해 모였다. 

 

연세대학교 강의실에서 모임 중인 연블 회원들. 사진=연블


지난해 11월 만들어진 연블은 암호화폐 관련 정보를 연구하고 블록체인 기술을 공부하는 학회 모임이다. 15명의 회원들이 4~5개의 팀을 꾸려 활동한다. 개발팀, 비즈니스연구팀, 밋업팀, 홍보팀 등이다. 

 

연블을 만든 전기전자공학부 2학년 이현제 씨(23)는 암호화폐 투자보다 블록체인 기술 자체에 매력을 느껴 학회를 만들었다. 이 씨는 “현재 우리나라 암호화폐·블록체인 전문가는 지나치게 적다. 그렇다 보니 잘 모르는 상태에서 투기로 빠진다”며 “암호화폐보다는 블록체인 기술 분석·연구를 통해 미래에 어떤 범위나 분야에서 어떻게 쓰일지 가늠해보고 싶어 만들게 됐다”고 창립 목적을 설명했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경영학부 이 아무개 씨는 “직장인과 달리 대학생이다 보니 투자보다 학술적으로 관련 기술을 연구하고 싶은 욕구가 컸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블은 방학 기간에도 매주 한두 차례 모여 암호화폐 기술을 연구하는데 전문가를 초청해 차트분석 강연을 열기도 한다. 이 과정에선 연블에 참여하고 있는 대학원 공학도들의 도움도 크다. 

 

이 씨는 “블록체인 기술은 오픈소스(무상으로 공개된 소스코드)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에 모든 암호화폐는 코드를 공개하게 돼 있다”며 “비트코인 오픈소스를 따라 짜본다든가 변형을 시켜보기도 하고 소스코드에 담긴 해시함수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분석하는 등의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미국에서 열린 ‘테더 청문회’도 이들에게는 뜨거운 이슈였다. 특히 크리스토퍼 지안카를로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의장의 “비트코인 없으면 블록체인도 없다”는 발언 영향으로 일부 암호화폐가 급등세를 맞기도 했다. 

 

학생들도 이 발언에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이 씨는 “블록체인이 활성화되면 기존 시스템이 엎어지는 상황이라 정부의 네거티브 입장도 이해는 간다. 그러나 암호화폐를 막으면 블록체인 기술 자체를 죽이는 상황이 된다”며 “궁극적으로 투기는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막고 우리처럼 기술에 매력을 느껴 개발하려는 사람에 대해선 지원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돈 있는 곳에 인재가 모이는 법” 블록체인 연구로 취업·진로까지

 

블록체인 기술에 흥미를 느낀 학생들은 물론 연블 회원들만이 아니다. 국내 대표적인 암호화폐 동아리로 알려진 대학연합동아리 ‘크립토펙터’도 블록체인 기술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암호화폐 관련 정보분석을 위해 만들어진 크립토펙터는 현재 2기까지 진행됐으며 3월 3기가 활동을 앞두고 있다. 이번 기수는 암호화폐 투자보다 블록체인 기술 연구에 중점을 두고 있다.

 

방학 중에도 크립토펙터 회원들이 모여 블록체인 관련 모임을 갖고 있는 모습. 사진=크립토펙터

 

크립토펙터의 강점은 다양한 네트워크다. 초기 서울대·성균관대 학생 10명 남짓한 인원으로 시작한 동아리는 현재 수도권 대학 학생들까지 참여하며 25명으로 늘었다. 동아리 내엔 관련 전공자 외에 예술대, 의대 등 다양한 전공생들이 모여 있다. 주식투자를 전문으로 했던 사람들도 함께 한다. 다양한 인재풀 덕분에 업계에서 찾아와 토큰 발행이라든지 암호화폐 코드 짜기 등을 알려주기도 한다.

 

자연스레 취업이나 관련 활동도 늘었다. 크립토펙터 동아리 회장 어경훈 씨(23·성균관대학교 컴퓨터교육과 3학년)도 앞서 연블 회장 이 씨와 비슷한 말을 했다. 암호화폐 분야에 전문가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 동아리는 ‘심화반’을 운영하며 준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한다. 어 씨는 “돈 있는 곳에 인재들이 모이는 법”이라며 “동아리 회원들도 투자만 잘하기 위해 모인 게 아니라 취업·진로와 연계된 스터디를 위해 가입했다”고 말했다. 

 

과거 주식투자 동아리가 투자업계 취업의 등용문처럼 여겨졌다면 암호화폐 투자 동아리는 블록체인 기술 관련 업계로 진로를 넓히는 모양새다. 이 동아리 한 회원은 코인 개발업체에 개발자로 들어가 현업에서 배운 전문성을 동아리 회원들과 공유하고 있다. 거래소나 벤처캐피털 회사에서 ​동아리 회원을 채용하고 싶다고 먼저 연락하기도 했다.

 

이 외에 각 대학 커뮤니티에는 개강을 앞두고 암호화폐, 블록체인 등을 주제로 한 동아리 회원 모집글이 올라오고 있어 대학가 내 암호화폐 열풍은 거세질 전망이다. 카이스트 커뮤니티엔 ‘암호화폐 관련 스타트업을 함께하자’, ‘암호화폐 파생상품 거래소 개발자를 찾는다’ 등 암호화폐 사업성에 주목하는 글도 눈에 띄었다. 한 대학 경제투자 연합동아리는​ 새 학기부터 동아리 회비를 자체 토큰(암호화폐)으로 받아 블록체인으로 관리하기로 해 눈길을 끌었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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