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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 본질은 미국의 중국 견제”

인터뷰/ 김선래 한국외대 러시아 연구소 연구교수

2014.06.17(Tue) 09:02:49

   
▲ 김선래 한국외국어대학교 러시아 연구소 연구교수


지난 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노르망디 상륙작전 70주년 기념식 참석 차 프랑스를 방문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페트로 포로센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당선인을 만나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경색 국면이 다소 진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어떨까. <비즈한국>은 김선래 한국외국어대학교 러시아 연구소 연구교수를 만나 얘길들어봤다.

김교수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확대된 이유는 외부 세력이 개입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외부세력은 누구를 지칭하나.

미국과 러시아다. 그런데 그 이면에는 중국과 미국의 경쟁이 깔려있다. 지금의 추세라면 20~30년 후엔 중국이 세계 초강대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협력하게 되면 미국 입장에선 달갑지 않다. 그런 국제질서 변동 연속선상에서 바라보면 우크라이나 사태도 이해가 된다.

즉 러시아의 막대한 지하자원과 기술력이 중국의 인력·자본과 결합하게 되는 것을 방해하려는 미국의 시도가 우크라이나 사태의 근원적인 이유로 볼 수 있다. 미국의 세계전략 구도에서 러시아보다 더욱 위협적인 것이 중국의 부상이다. 중국과 러시아 각각의 국가만 상대하기도 벅찬데 러시아가 중국과 연합하는 구도는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미래 세계 질서다. 그렇다고 당장 중국을 적대시하기엔 국제상황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때문에 미국은 중국보다는 쉬운 상대인 러시아를 미리 꺾어 놓거나 중국과의 연합관계를 깨는 것이 세계패권전략에서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중국 견제가 우크라이나 사태의 본질이란 뜻인가.

미래의 세계패권 전략이란 관점에서 보면 그렇게 해석이 가능하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내부 문제가 외부 세력의 개입으로 폭발한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정치적 갈등이 미국과 러시아의 개입으로 더욱 증폭되면서 크림 반도가 러시아에 의해 합병된 것이다.

지난 4월 13일 실각 후 러시아에 도피 중인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 국영 TV 방송에 출연해 현 우크라이나 정부의 배후에 미국 CIA가 있다고 비난한 적이 있다.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달 23일 미국 CNBC방송의 공개토론 프로그램 ‘스쿼크 박스’에서 “서구가 정치와 미디어를 동원해서 우크라이나에서의 반 헌법적 쿠데타를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또 우크라이나 검찰은 러시아 정보기관과 특수부대가 불법조직을 만들어 우크라이나에 투입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나 역시 미국 CIA와 러시아 정보기관 등이 관계돼 있다고 본다.

미국이 어떤 식으로 개입했다는 건가

우크라이나는 드네프르 강을 중심으로 서쪽은 친 서방, 동쪽은 친 러시아 지역으로 양분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004년 민주혁명인 ‘오렌지혁명’ 이후 치러진 선거 때마다 서쪽에서는 빅토르 유셴코(2005∼2010년 대통령), 율리야 티모셴코(2005년, 2007∼2010년 총리) 등 친 서방 후보들이, 동쪽에서는 야누코비치 등 친 러시아 후보들이 표를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이 때 유셴코 정권의 오렌지혁명을 지원한 세력이 국제 NGO 조직의 지원을 받는 국내 NGO들이다. 이들 NGO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민주화를 위해 많은 일을 했다. 이들에게 자금을 대 준 단체가 미국의 소로스 재단, 포드재단, 미국의 국제 NGO 단체 등이다. 특히 미국정부의 국무성과 국제개발부서 등에서 어마어마한 정책 자금이 투입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러시아 정부는 2006년 4월 비정부기구(NGO) 통제법을 발효미국이 NGO 등을 동원해 우크라이나 지역의 정치 구도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세계 패권구도를 놓고 공세적 입장이었던 미국의 세계전략에 수세적 입장이었던 러시아가 반격으로 돌아선 것이 전격적인 크림 반도 합병이다. 문제는 이런 일이 미·러 양 세력이 첨예하게 충돌하고 있는 동북아 한반도 지역에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경제는 중국에 정치·군사는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이것은 마치 중국이란 사자의 입 속에 몸뚱이를 집어넣은 채 머리만 쏙 빼내 미국을 향하고 있는 모양새다. 우리 정부 역시 이런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중국과의 관계 설정에서 정경분리 원칙을 고수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한국의 자주성과 국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이다.

한국의 보수계층 내에서 20~30년 후 중국이 미국을 누르는 초강대국이 되면 우리나라가 중화 경제권에 흡수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우리가 처한 이런 안보상황이 ‘세월호 참사’와 같은 국가적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무수한 음모론을 생산해 국가적 분열을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가 무언가와 충돌했고 그 상황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중대한 일이었다는 소문이 나오는 것도 그러하다.

중국이 초강대국이 된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반드시 흡수된다고 볼 수 있나.

우리 국민들 중에는 북한의 위협과 마찬가지로 중국에 대해 위협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음모론의 저변을 살펴보면 국가 안위에 관계되는 한-미 동맹을 지키기 위해 극우세력의 일부가 국민을 희생시킬 수도 있다는 생각이 깔려있다. 이런 음모론들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천안함 사태처럼 정부가 정보 공개에 적극 나서지 않았거나 정보를 은폐하려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세월호 참사의 경우 의문점이 너무 많다. 아무리 계약직이지만 평생을 뱃사람으로 산 사람들이 승객들을 내버려 두고 자신들만 탈출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또 목숨을 걸고 중국 어선을 단속했던 해경들이 죽어가는 승객들을 눈앞에 두고 복지부동했다는 것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이해할 수 없는 승무원들과 해경의 당시 행태는 누군가의 명령 없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고 본다. 국정조사를 통해 낱낱이 밝혀져야 할 것이다.

구경모 기자

chosim34@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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