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돌아온다. 서울고법 형사 13부는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부회장과 장충기 전 사장은 징역 2년,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는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이로써 이 부회장은 1년 동안의 구치소 생활을 마치고 경영 일선에 복귀할 수 있게 됐다. 이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갑작스런 와병 이후 그룹 운영과 경영권 승계에 상당한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게 재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경영권 간섭과 정부의 기업 지배구조 개편 요구가 삼성을 옥좼다.
재계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까지 많은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이 부회장이 직접 경영을 챙길 수 있는 여건이 됐다. 당장 경영 일선 복귀는 어렵겠지만 경영의 불확실성은 상당 부분 해소됐다”며 “한동안 사업 구상의 시간을 통해 자신의 생각 변화를 앞으로 경영에 반영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 부회장의 지난해 두 차례 공판에서 발언을 보면 앞으로 경영 방식의 변화를 예상할 수 있다. 지난해 8월 1심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는 “저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 봤다. 성취가 커질수록 국민과 우리 사회가 삼성에 건 기대가 더 엄격하게 커졌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는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에 보답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살아왔다”며 “바닥까지 떨어져 버린 기업인 이재용의 신뢰를 어떻게 되찾을지 생각하면 막막하다”고도 소회를 밝혔다.
이 부회장의 최우선 과제는 기업 이미지 제고다. 외형은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정치권과 결탁했다는 의혹을 받는 한편 상생을 등한시하는 등 후진적인 경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상생과 동반성장, 고용 확대 등의 요구를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반도체부문 협력사들에도 특별보너스를 지급하는 등 동반성장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더불어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총수보다는 삼성전자 최고경영자(CEO)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재판에서 여러 차례 “제 소속은 항상 삼성전자였고, 업무도 95%는 삼성전자와 전자 계열사 업무를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말에는 “확정적으로 말하긴 어렵겠지만, 앞으로는 그룹 회장이란 타이틀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룹을 이끌어나가는 입장에서 정치권과 사법당국의 홍역을 치른 터라 앞으로는 경영자로서 본분에 충실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오는 3월 맞는 창업 80주년과 그의 경영 복귀를 즈음해 ‘제3창업’을 선언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삼성의 경영 스타일과 자신의 역할에 일대 변화를 주겠다는 명시적 선언이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건희 회장도 1988년 3월 22일 창업 50주년 기념식에서 ‘제2창업’을 선언한 바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로 중단됐던 인수·합병(M&A) 릴레이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지휘권을 잡은 이후 2015년 전장사업팀을 신설했고, 2016년에는 중국전기차업체인 비야디(BYD)에 지분 출자를 하는 한편 이탈리아의 자동차 부품회사인 마그네티마렐리 인수를 추진했다. 2016년 11월에는 미국의 전장 전문기업 하만을 인수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2014년 11월부터 스마트싱스(IoT)·루프페이(전자결제)·비브 랩스(AI) 등의 기업을 사들이고 퀀텀닷 원천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 QD비전의 자산을 인수하기도 했다. 이건희 회장 때는 ‘스스로 키운다’는 전략을 고수했지만 이 부회장은 적극적인 M&A를 통해 사세 확장을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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