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세 번째 시즌을 맞은 ‘한국미술응원 프로젝트’는 한국미술 응원 개념에 더 충실하기 위해 소외돼온 작가와 흐름을 조명하는 데 더욱 적극적으로 초점을 맞춘다. 현재 우리 미술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경향-팝아트, 재료와 기법의 다양한 개발, 순수한 미감의 재해석 등-에서 역량 있는 작가 발굴은 기본으로 하면서, 우리 미감을 현대화하는 분야의 작가 발굴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는 한국미술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소명이라는 생각에서다.
특히 2018년 세 번째 전시회에서는 관람객들과 더 적극적인 소통을 위해 작가와의 대화, 작품 시연, 작품 해설, 소품 특별전의 확대 등을 계획하고 있다.
회화는 정해진 평면 안에 작가가 생각한 이미지를 심는 예술이다. 대부분 사각의 프레임에 재현하게 된다. 이미지는 20세기 이후 추상이 추가되긴 했지만 회화사의 긴 역사에서는 현실의 재현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그래서 서양 회화 발전의 역사는 삼차원 공간 현실을 어떻게 하면 이차원 평면에다 실감나게 표현할 것인가 하는 노력의 집적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회화는 가짜 현실을 진짜처럼 믿게 만드는 눈속임인 셈이다. 이를 환영주의라고 한다. 서양 회화의 핵심을 이루는 미학 중 하나다. 르네상스부터 회화에 원근법을 도입하면서 삼차원 공간 표현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원근법에는 선 원근법과 공기 원근법이 있다. 선 원근법은 화면 안에 소실점을 두고 이곳으로 다가갈수록 형태가 작아지게 그리는 방법이다. 따라서 앞에 있는 사물은 크게 뒤로 갈수록 작아지는 것으로 평면 속에 공간을 집어넣는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통한다.
공기 원근법은 앞의 물체는 진하게 뒤로 갈수록 흐리게 그려서 공간의 느낌을 효과적으로 살리는 방법이다. 우리가 평면 회화에서 공간을 확실하게 느끼게 되는 것은 바로 공기 원근법 덕분이다.
20세기에 들어서면 회화는 눈속임 기법으로 이미지의 다양한 변주를 만들어낸다. 작가들은 상상력을 동원해 지루해 보이는 일상을 재미있게 바꾸어버린다. 상식적인 것에다 비상식적인 요소를 덧붙이는 방법으로 현실을 조금 비켜서 보거나 비틀어 보려고 한다.
김영구도 이런 태도의 회화를 추구하고 있다. 그는 액자를 그림의 중요한 요소로 다루고 있다. 언뜻 보면 액자를 끼운 그림으로 보이는데, 액자를 실제처럼 그려서 회화의 한 요소로 포함시켜 놓았다.
그에게 액자 이미지는 회화 구성 요소이기도 하지만, 회화의 본질에 답하는 방법이다. 액자는 현실을 보는 작가의 시선인 셈이다. 무수히 널려 있는 현실에서 작가가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 선택한 부분이 회화라는 생각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려진 액자 속에 사실적인 도시 풍경이 펼쳐지는데, 실제 도시 풍경에서 작가가 채집한 부분이다. 그는 사진으로 이런 작업의 밑바탕을 만들고, 실크 스크린 기법을 활용해 무표정한 도시 풍경을 캔버스에 옮긴다. 그런 다음 그 위에 프레임을 그려서 액자 속 도시 풍경으로 만들어버린다.
그는 이를 배경으로 다소 엉뚱해 보이는 이미지를 접목시킨다. 풍경과는 어울리지 않는 과일이거나 꽃 혹은 악기 같은 정물을 액자 틀에서 연결돼 튀어나온 선반 위에다 그린다. 따라서 두 개의 상관없는 이미지는 액자 속 그림이라는 공간에서 어울리지 않는 동거를 시작한다. 이 때문에 평범한 풍경과 정물은 특별한 이미지를 가진 사물처럼 보인다. 김영구가 생각하는 회화인 셈이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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