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1월 30일 부동산 경기침체지역을 대상으로 청약위축지역 지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청약조정대상지역으로 선정된 지역 중 부산 기장군, 경기 동탄, 남양주 등의 지역에 대해 규제를 해제해 달라는 요청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자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위축지역 지정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주택법을 개정해 청약조정대상지역의 경우 과열지역과 위축지역으로 나누어 각각 규제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위축지역은 직전 6개월간 월평균 주택가격이 1.0% 이상 하락한 지역 가운데 주택거래량이 3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감소했거나, 직전 3개월 평균 미분양 주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이거나, 시·도별 주택보급률 또는 자가주택비율이 전국 평균 이상일 때 지정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울산 동구와 북구, 포항시 북구, 경북 구미시와 창원시, 경남 거제시, 여섯 곳이 위축지역 지정을 위한 정량요건을 충족했다고 한다. 위축지역이란 지난해 주택법 개정으로 도입된 조정대상지역 중 하나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지역이 위축지역으로 지정되면 청약통장 1순위 기간이 6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되고 청약거주지 제한이 폐지되며, 각종 금융규제 등도 완화된다.
위축지역으로 지정되려면 최근 6개월간 주택가격상승률이 -1% 이하여야 한다. 2017년 7월부터 12월까지 집값 상승률이 -1% 이하인 곳은 울산 동구(-1.3%), 울산 북구(-2.4%), 포항시 북구(-2.3%), 구미시(-2%), 창원시(-3.1%), 거제시(-2%) 등이다. 조선업 불황 등의 영향으로 지역 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된 곳이다.
서울처럼 실수요가 풍부한 지역이 아닌 지방의 경우 활성화 정책이 펼쳐진다 해도 현지 거주층만으로 주택 경기를 살리기 어렵다. 국토부의 의도대로 지방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현지 주민이 아닌 외부 투자층들을 끌어들여야 한다. 다주택자들을 양성해야 한다는 의미다.
6·19 대책, 8·2 대책으로 이어지던 규제 일변도 정책과 반대되는 완화 정책을 동시에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정부의 태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투자층이 몰리면 부동산 시세는 오른다. 문제는 위축지역으로 지정하려는 지역들이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 논리에 의해 자연스레 조정으로 들어선 지역이라는 점이다. 수요 대비 공급이 많았거나, 시장에서 감당할 수 없는 높은 가격으로 공급되는 등의 이유로 부동산시장의 자정작용이 이뤄진 지역이다. 인위적으로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한다거나 부동산 시세를 올리겠다는 것은 현 정부가 비판하는 전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무엇이 다를까.
결국 6월 지방선거를 대비해 침체된 지역의 표심을 살핀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약위축지역 지정이 부동산시장에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다. 시점이 왜 2017년 8·2 대책과 동시가 아니라 2018년 현재냐는 것이다. 지방 부동산은 2016년부터 위축지역으로 들어갈 만한 지역들이 꽤 있었다. 서울, 세종, 경기 일부, 부산 일부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지역이다. 이제 와서 위축지역으로 지정하려는 이유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이미 조정기를 겪고 회복 중인 곳도 있기 때문이다.
지방 부동산시장은 서울과 비교해 수요의 양과 질이 완전히 다르다. 서울은 지난 8개월간의 고강도 규제에도 꺾이지 않을 정도로 수요층이 탄탄하다. 하지만 지방은 일부 외부 투자만으로도 시장 변동이 클 정도로 수요층이 두텁지 않다. 특히 지방 중소도시는 매우 취약한 구조다.
이러한 위축지역 지정은 두 가지 결과로 귀결될 것이다. 곧바로 투기과열지역으로 지정해야 할 곳과 더 침체될 곳으로 나뉠 것이다. 상대적으로 입지가 좋고, 좋은 상품이 많이 공급된 지역이었는데 조정기에 들어선 지역은 바로 투자층이 몰릴 가능성이 높다. 단기간 상승률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위축지역 지정이 분위기를 더 침체시킬 지역도 꽤 있다. 지역 부동산시장의 취약점을 외부에 알리게 되는 일종의 낙인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특정 지역을 위축지역으로 지정하는 순간 그에 대한 정보를 모르던 사람들도 ‘저 지역은 부동산시장 상황이 좋지 않구나’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정부가 앞장서 ‘그 지역은 투자를 하면 안 된다’는 걸 홍보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지방 중소시장은 실수요자 위주로 움직이기 때문에 규제를 풀어도 투자층들이 유입되지 않는 이상 살아나지 않는다. 위축지역 지정을 통해 시장 활성화를 유도하려는 시도는 정부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왜곡시키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청약 과열을 막기 위해 지정된 조정대상지역은 현재 서울, 경기, 부산, 세종 등 40여 곳이다. 1년 이상 청약 미달과 집값 하락이 나타나는 곳이 대상인 위축지역은 아직 단 한 곳도 지정되지 않았다.
정부가 입지마다 맞춤 정책을 적용한다는 점에서 부동산시장을 바라보는 태도가 이전과는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바람직한 태도라고 생각된다. 다만 단순하게 지역 전체를 과열지역, 위축지역 등으로 평균적으로 지정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또 다른 방향으로의 시장 왜곡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 25개구는 모두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어 있다. 현재 정부가 타깃으로 하는 지역은 강남구 등 상위 7개구 정도로 판단된다. 서울에서도 하위 5개구 정도는 오히려 완화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지방도 마찬가지다. 경기·인천에서도 시·군·구별로, 심지어는 동 단위로 다른 양상을 보이는 지역들이 많다. 화성시 내에서도 읍·면·동마다 완전히 다른 시장이 전개되고 있다. 심지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동탄신도시 내에서도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단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단순히 과열지역 지정만으로는 부동산시장의 정상적인 움직임을 유도할 수 없다. 같은 이유로 현재 대부분 조정을 보이고 있는 지방 시장의 경우 위축지역 지정만으로 부동산시장의 정상화를 유도한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된다. 눈앞에 보이는 시장에만 포커싱 된 단기 대책만 세우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지방도 세분화해 봐야 한다. 자체 실거주 수요로 움직이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외부 투자층이 들어와야 비로소 움직이는 지역이 있다. 이 차이는 엄청난 차이다. 동일한 정책으로 전국을 동일한 방향으로 조정하려 든다면 동일한 문제가 심화될 뿐이다.
6개월의 변화로 지역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 10년 이상의 변화로 지역을 분석하고 이에 맞는 정책을 펼쳤으면 한다. 지방은 지난 10년 내내 지속적으로 오른 시장이고, 서울은 지난 10년 중에 불과 3년 정도 오른 시장이다. 게다가 시세도 다른 시장이다.
현재 평균 아파트 시세는 서울이 평당 2400만 원이고 지방은 여전히 1000만 원 전후 시장이다. 입주민 계층도 다르다. 같은 잣대로 조정하려 할수록 서울과 지방의 왜곡 현상은 심화될 뿐이다. 디테일한 지역별 맞춤 전략이 필요하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부동산 팟캐스트 1위 ‘부동산 클라우드’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부자의 지도, 다시 쓰는 택리지’(2016) ‘흔들리지 마라 집 살 기회 온다’(2015)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2014)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2017) ‘서울 부동산의 미래’(2017)가 있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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