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3일 미국 국방부는 새로운 ‘핵태세검토보고서’를 발표했다. 8년 주기로 작성되는 미국의 핵태세검토보고서는 새로운 미 행정부의 핵무기에 대한 생각을 읽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언론의 높은 주목을 받는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 세계의 핵무기는 1만 4000여 기에 달한다. 이 가운데 미국과 러시아가 보유하고 핵무기는 전 세계 핵무기 보유량의 93%에 해당한다. 특히 미국은 러시아에 이어 세계 2위의 핵무기 보유국이지만, 야전에 배치된 핵무기 수는 1800여 기로 실제 사용 가능한 핵무기 부분에서는 세계 1위라고 할 수 있다.
# 공허한 메아리로 끝난 핵 없는 세상
지난 2010년 작성된 오바마 행정부의 핵태세검토보고서의 가장 큰 화두는 ‘핵 없는 세상’이었다. 하지만 8년이 지난 지금 이러한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은 실패로 끝났다. 러시아는 미국과 맺은 전략무기감축협정에 의해 핵무기 수를 제한 받고 있지만 구형 전략핵무기를 신형으로 꾸준히 교체하고 있다. 또한 비전략핵무기 즉 전술핵무기의 개발과 함께 배치 숫자를 늘리고 있다.
중국은 비록 미·러에 비해 극히 적은 270여 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사거리가 길고 정교해진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배치하고 있다. 전통적인 핵보유국 외에 특히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대화와 재제 속에서도 끓임 없이 개발되었으며, 이제는 미 본토를 사정권에 넣고 있다.
반면 미국의 전략 및 비전략 핵무기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정체된 상황. 따라서 이번 핵태세검토보고서는 이러한 배경 아래 미군이 보유한 핵무기와 지휘통제체계의 현대화와 함께 저위력 핵무기를 특별히 강조하고 있다.
# 저위력 핵무기의 등장
약 20킬로톤에 상당하는 폭발력을 기준으로 그보다 낮은 위력을 가진 핵무기를 ‘저위력 핵무기’라 한다. 기준이 되고 있는 20킬로톤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나가사키에 떨어진 팻맨(Fat Man) 원자폭탄의 위력에 해당된다. 1945년 8월 9일 나가사키에 떨어진 팻맨은 최대 8만 명의 사상자를 발생시켰다.
저위력 핵무기가 대두된 배경에는 핵무기의 유도기능이 정밀화되면서 주요 목표물에 대한 족집게 식 타격이 가능하게 되었고, 고위력 핵무기는 전쟁과 상관없는 수많은 민간인 사상자를 발생시킨다는 점이 항상 문제로 지적되었다.
대표적인 저위력 핵무기로는 현재 미국이 개발 중인 ‘B61-12’가 있다. B61-12 핵폭탄은 0.3, 5, 10, 50킬로톤의 4가지 폭발모드를 가지고 있으며, 2023년부터 생산되어 미 공군의 F-15E/F-16 전투기, F-35A 스텔스 전투기 그리고 B-2 전략폭격기에서 운용될 예정이다.
또한 보고서에는 저위력 핵무기와 함께 해상 기반의 새로운 종류의 핵무기 개발도 추진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여기에는 지난 2010년 퇴역한 핵 탑재 잠수할 발사 순항미사일의 부활도 포함이 되었다.
# 미국 핵무기 선제공격 가능성 높아져
특히 미군은 전략핵잠수함에 사용되는 트라이던트II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의 W88과 W76 핵탄두의 수명 연장과 함께 현대화하는 계획을 진행 중에 있으며, 향후 이들 핵탄두들은 B61-12 핵폭탄과 같이 저위력 폭발모드를 가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전쟁의 신호탄으로 알려진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에 저위력 핵탄두를 장착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은 특히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노출된 우리나라와 일본에게는 청신호가 될 수도 있다. 해상 기반의 새로운 종류의 핵무기를 탑재한 미 해군의 공격원잠이나 전략핵잠수함이, 주기적으로 동북아시아에 전개한다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확실한 억제력이 될 수 있다. 실제로 1976년부터 1981년까지 9척의 미 해군의 전략핵잠수함이 35차례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하지만 우려되는 부분도 적지 않다. 보고서는 북한이 핵미사일로 미국을 타격하는 능력을 갖추는 데까지 이제 겨우 몇 달 남았다고 지적하면서 북한의 팽창하는 핵·미사일 프로그램은 재래식 군사작전 지원을 위한 핵 선제 사용의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이 말은 북한이 넘지말아야 할 선, 즉 레드라인을 넘을 경우 핵 선제공격도 할 수 있다는 뉘앙스여서 귀추가 주목된다.
김대영 군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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