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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도 부동산도 암호화폐도 맘대로 시세조종 '뻥거래' 주의보

주식·암호화폐 '반복 고가 매수주문 후 취소' 부동산 '계약서 쓰고 파기' 방식

2018.01.31(Wed) 17:27:00

[비즈한국] “어떤 주식이든, 주가가 얼마든,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습니다.” 주식시장에서 소위 ‘세력’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한 주식전문가는 이론상 어떤 종목이라도 주가를 조종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의 맹점을 이용해 투자자들의 매수 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있다는 것이다.

 

그래픽=이세윤 PD


방법은 단순하다. 다수의 투자자가 HTS에서 특정 종목의 주식을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매수 주문을 반복해서 걸어놓는다. 실제 거래가 성사되기 직전 주문을 취소한다. 주문을 취소하더라도 HTS 호가창에는 매수 주문 기록이 남아있어 투자자들은 실제 해당 종목이 높은 가격에 매수가 쏟아지는 줄로 착각한다. 

 

실제 거래도 일부 성사시킴으로써 투자자들을 현혹한다. 주로 거래량이 많지 않은 종목들이 ‘작전’의 대상이다. 인력과 자본만 어느 정도 뒷받침되면 얼마든지 시세를 뻥튀기할 수 있다. 주로 ‘기획’ 종목에 이런 방법을 사용한다는 설명이다.

 

그야말로 투자의 전성시대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기 시작해 서울 강남 아파트값은 1년 새 적게는 1억~2억 원, 많게는 5억~6억 원씩 올랐다. 유가증권시장·코스닥 할 것 없이 증시는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올 들어 한풀 꺾이긴 했지만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상화폐) 가격도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하면 10배 이상 상승했다. 

 

경기악화에 갈 길을 잃었던 자금들이 경기 부양의 기대감을 타고 온갖 투자처로 퍼져나가고 있는 셈이다. 이런 때에는 항상 투자자들의 심리를 노리고 가격이 대거 오른 것처럼 시세를 조종하는 자전거래, 일명 ‘뻥거래’가 성행한다. 자산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은 이익을 취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서울 강남 아파트값 이상 과열 현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자전(自轉)거래를 지목했다. 부동산 중개업소나 소유주가 매매 계약서를 만들어 쌍방 거래가 일어난 것처럼 꾸미고 계약을 파기해 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리는 수법이다.

 

실제 강남 부동산값을 단지별로 뜯어보면 자전거래로 의심할 만한 곳들이 눈이 띈다. 서울 서초동의 한 단지 아파트단지의 평균 실거래가는 13억 8500만 원. 그런데 현재 이 아파트의 평균 시세는 14억 5000만 원을 넘어선다. 7000만 원의 가격 차이가 있다. 국토교통부에 보고된 실거래는 지난해 11월 이후 단 한 건도 없지만 지난해 말부터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이 단지 주민은 “강남 아파트의 물량이 달려 매물이 없다고 아우성이지만 실제 그 정도로 매매가 활발했는지는 체감되지 않는다”며 “아파트 소유주들이 해당 단지의 아파트를 사고팔아서 시세가 움직인 측면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현재 이를 규제할 제도적 장치는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정부는 국토교통부와 국세청 등으로 구성된 ‘정부 부동산 불법거래 합동점검반’을 구성하고 지난 26일 자전거래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자전거래가 의심되면 경찰 지위를 갖는 특별사법경찰이 강도 높은 점검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주식과 거래 방식이 비슷한 암호화폐 거래소에서도 이런 자전거래로 의심되는 정황들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암호화폐의 경우 상승장일 때 1000만 원, 1100만 원 등 단위가 되는 가격에 많은 매수 물량이 걸려있다. 

 

높은 가격에 많은 매수물량이 걸려있으면 그 전에 암호화폐를 사려는 사람들이 늘어나 가격은 자연스럽게 오른다. 해당 가격에 가까워지면 순식간에 매수주문은 사라지고 가격은 10~20%씩 오른다. 코인 가격을 높이기 위한 일종의 ‘세력’의 움직임으로 추정된다.

 

이런 자전거래 성격의 거래를 막기 위해 일부 거래소는 주문 취소를 어렵게 하거나 시간이 다소 소요되게 하는 등 대응책을 내놓은 상태다. 그러나 자칫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수익이 악화될까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암호화폐 보안 전문가는 “코인에 대한 펌핑(가격을 끌어올리는 행위) 움직임이 나타날 때 과도한 매수 물량이 특정 가격대로 유입돼 투자심리를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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