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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경제팩트] 인공지능이 내 일자리를 뺏는다?

미국 보면 '일자리 감소' 근거 없어…"대학졸업장 필요없다?" 정보통신혁명에선 고학력자 소득 더 높아

2018.01.29(Mon) 10:12:27

[비즈한국] 주말마다 막내 아들을 데리고 도서관을 가는데, 경제/경영 서가에 ‘일자리의 미래’를 다룬 책이 부쩍 늘어난 것을 발견했다. 아마도 2016년 알파고 쇼크 이후 ‘인공지능(AI)’에게 사람들이 일자리를 빼앗길 것이라는 공포가 확산된 게, 이런 종류의 책이 쏟아진 배경으로 작용했으리라 짐작해본다.

 

알파고 쇼크 이후 ‘인공지능(AI)’에게 일자리를 빼앗길 것이라는 공포가 확산되었다.


비슷한 제목의 책들을 읽는데, 이들이 제시하는 미래 전망이 한결같이 비관적인 게 흥미로웠다. 혁신적인 기계가 출현하면 인간과 기계 사이에 ‘일자리를 둘러싼 경쟁’이 심화되며, 이 과정에서 인간이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은 지금 현재 상황에서 판단하기 어렵다. 다만 “이미 일자리 감소가 시작되었다”는 주장에는 전혀 공감할 수 없었다. 

 

우리보다 정보통신 혁명이 먼저 시작되어, 경제 전반에 이미 큰 변화를 겪은 미국 노동시장의 상황은 ‘일자리 감소’ 이야기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아래 그래프다. 미국의 생산활동인구 변화율(붉은선)과 취업자 수 증가율(파란선)을 비교한 것인데, 2001년이나 2008년 같은 불황을 제외하고는 항상 일자리 증가율이 생산활동인구 변화율보다 높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즉, 인구에 비해 일자리의 수가 줄어든다고 볼 근거가 전혀 없다. 

 

미국의 생산활동인구 변화율(붉은선)과 취업자 수 증가율(파란선) 비교. 자료: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준


또 ‘일자리의 미래’가 어둡다고 주장하는 과정에서 “대학졸업장이 필요 없는 세상이 출현했다”고 주장하는데, 이 역시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아래 그래프는 미국의 전체 실업률(붉은선)과 대졸 이상 학위자의 실업률(파란선)을 보여주는데, 고학력자의 실업률이 2%를 밑돌고 있는 것을 금방 발견할 수 있다.

 

미국의 전체 실업률과 대졸 이상 학위자의 실업률(파란선). 자료: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준


혹시 실업률만 낮은 수준을 유지한 것은 아닐까? 

 

아래의 그래프는 미국 학력별 가계 실질소득의 변화를 보여주는데, 세대주의 학력이 대졸 이상인 가구만 실질소득이 증가한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최근 미국 사회의 양극화가 심하다고 이야기하는데, 가장 심각한 양극화가 바로 ‘교육 수준’에 의해 유발되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바로 ‘숙련 편향적 기술진보’에 있다. 숙련 편향적 기술진보(skill-biased technological change: SBTC)란, 1990년대를 전후해 발생한 정보통신 기술혁신으로 인해 식자공이나 타이프라이터 등 기존의 일자리가 급격히 사라진 반면, 정보통신 기술을 재빨리 받아들인 분야에서 일자리가 크게 늘어난 현상을 말한다. 

 

미국 세대주 학력별 실질 소득 추이(2010년 기준). 자료: 미국 인구 센서스국


그런데 왜 숙련편향적 기술진보가 고학력자의 연봉 상승으로 연결되었을까?

 

그 이유는 전환비용의 차이 때문이다. 대학 졸업 이상의 고학력자들은 다른 언어에도 능통하며, 또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데 저항감이 덜하다. 반면 이미 오랜 기간 숙련을 쌓아온 사람들 입장에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나이가 많은 경우에는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런 결과로 또 다른 불평등 요인, 세대별 임금 격차의 확대 현상이 출현한다. 

 

예를 들어 2009년 이후 미국 전체 근로자의 임금은 연 평균 2.6% 상승했는데, 16~24세의 젊은이들은 무려 5.3%의 임금 상승을 경험했다. 반면 55세 이상의 고령 근로자들의 임금은 단 1.5% 상승하는 데 그쳤을 뿐이다. 

 

미국 연령대별 임금 상승률 추이. 자료: 미국 애틀란타 연은


결국 현재까지 취합된 데이터만 보면 “일자리의 미래, 특히 고학력자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식의 주장에 전혀 공감할 수 없다. 오히려 고학력자의 소득만 높아지는 상황에서, 교육 투자가 더욱 확대될 필요가 높다.

 

더 나아가 4차 산업혁명이 1990년대부터 지속된 정보통신 혁명의 연장선상에 있다면, 고학력/고숙련 근로자의 수요가 더 증가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려면, 일단 경제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정확하게 이해하려는 노력부터 해야 할 것이다.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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