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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애플스토어 오픈, 주는 거 없고 살 게 없어도 혹한 노숙

19시간 기다린 1호 입장객 "집에 가고파"…'배터리 게이트' 1인시위 대조

2018.01.27(Sat) 14:23:02

[비즈한국] 차디찬 공기 탓에 숨을 쉴 때마다 코털이 뻣뻣해졌다. 스마트폰에서 확인한 강남구 신사동 온도는 영하 16℃. 손이 금방 얼어붙어서 장갑을 끼지 않으면 야외에서는 1분 이상 통화를 할 수가 없을 정도다. 

 

27일 국내 첫 애플스토어가 문을 연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찾았다. 오전 8시 40분. 아직 문을 열지 않았지만, 안이 환히 들여다보이는 애플스토어 입구부터 현대고등학교 방면으로 260여 명이 150m가량 장사진을 연출했다.

 

영하 16℃​ 맹추위 속에서 국내 첫 애플스토어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애플스토어 공식 오픈 시간은 오전 10시. 줄을 선 사람들은 하나 같이 주머니에 손을 쏙 집어넣고 조금이라도 추위를 막아 보려는 지 몸을 웅크린 채로 서 있었다. 애플스토어 직원들은 따뜻한 아메리카노가 담긴 일회용 커피잔을 끊임없이 날랐다. 

 

부산에서 올라온 김 아무개 씨(38)는 이제 막 도착했는지 입구가 통유리로 장식되어 단순미를 뿜어내는 애플스토어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었다.

 

“어제 저녁 10시 50분 기차를 타고 왔습니다. 6시간 걸렸어요. 뭐 따로 살 것은 없습니다. 맥북을 사고 싶은데 돈이 모자라요. 오늘은 애플스토어가 우리나라에 문을 여는 역사적인 날 아닙니까? 그래서 와봤어요. 피곤하지도 않아요. 일부러 금요일에 연차를 내고 푹 자고 올라왔어요.”

 

김 씨는 상기된 표정으로 줄 맨 끝에 섰다. 경호원들이 검은색 통제선을 치고 각 블록 앞뒤로 한 명 내지 두 명씩 줄을 지키고 있었다. 경호원들은 끊임없이 두리번거리며 다가오는 사람이 새치기는 하지 않을지 예의주시하는 모습이었다.

 

누구도 검은색 통제선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혹시나 모를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줄을 철저히 통제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사진=최준필 기자

 

11번째 입장객 박 아무개 씨는 전날 저녁 10시부터 줄을 서기 시작했는데 아침까지 함께 밤을 새운 사람은 스무 명 정도라고 했다. 따로 애플 측에서 번호표를 나눠주진 않았지만 질서정연했다. 박 씨의 이야기.

 

“저는 11번, 얘는 12번, 어제 저녁에 다 정했습니다. (옆에 있던 12번을 보며) 여기서 처음 만났지만 밤새 같이 기다리면서 친해졌어요. 박스 깔고 노숙했는데 추워 죽을 뻔했습니다. 따로 살 건 없지만 기념 아닌가요? 온 김에 아이폰 충전선이라도 하나 사갈 계획이에요.”

 

오픈 시간인 오전 10시가 다가오자 1시간 전보다 애플스토어에서부터 시작된 줄이 50m가량 늘어났다. 오전 9시 50분이 되자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 중 누군가가 “입장 10분 전”이라고 크게 외쳤고 모두가 그를 따라 외치며 환호했다.

 

그제야 기자들에게 1번 입장객과 인터뷰 할 기회가 주어졌다. 한눈에 봐도 그의 얼굴은 추위에 벌겋게 변해 있었다. ‘넘버원’ 최지언 씨는 2000년생으로 올해 만 18세라고 했다. 애플을 좋아해서 아이폰은 물론이고 아이패드, 맥북까지 쓴다. 애플스토어를 처음으로 들어가고 싶어 전날 오후 3시부터 기다렸다.

 

1호 입장객 최지언 씨가 애플 직원들의 환호 속에 가장 먼저 애플스토어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애플이 요즘 배터리 성능저하 문제 때문에 시끄럽지만, 저는 괜찮아요. 애플 제품을 쓰면서 두 번 이상 업데이트를 안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쓰고 있어요. 저는 애플 제품을 많이 업데이트하면 성능이 저하된다는 걸 원래 알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그것에 놀라워하는 것에 저는 또 놀랐어요.” 

 

최 씨는 기자들 질문에 답하면서 쉬지 않고 턱을 덜덜 떨었다. 몸이 얼어서 움직임도 많이 둔화된 듯 보였다. 

 

“새벽에 너무 추웠는데 침낭을 가져와서 덮고 버텼어요. 침낭을 아침에 가족이 와서 가져갔고요. 가족들은 처음엔 좀 걱정하다가 그래도 1등 됐다니까 괜찮아하더라고요. 어제 너무 추워서 집에 가고 싶었는데 그땐 그러기엔 너무 오래 기다렸더라고요.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기다렸어요. 화장실도 최대한 안 가고 버티고요.”

 

입장객을 맞이하기 전 두 줄로 늘어선 애플 직원들이 흥을 돋우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오전 9시 58분, 파란 티셔츠를 입은 ‘지니어스(애플스토어 직원)’​ 140여 명이 손을 흔들며 안에서 밖으로 인사를 보냈다. 밖에서 입장을 기다리던 사람들도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오전 10시가 되자 드디어 애플스토어 문이 열리고 1번 입장객 최지언 씨를 선두로 입장이 시작됐다. 지니어스들은 기차놀이 하듯 매장을 가로질러 두 줄을 만들었고, 그사이 통과해 들어오는 고객과 손뼉을 마주치며 환호를 보냈다. 축제 혹은 부흥회 같았다. 

 

이번 오픈 행사를 방문한 사람들에게는 ‘반가워요’라는 문구가 프린팅된 티셔츠가 제공됐다. 일찍 온다고 해서 특별한 선물이 제공되지는 않았다. 애플스토어에 가장 먼저 발을 들인 최 씨가 가장 처음 했던 한마디는 “집에 가고 싶다”였다. 다른 고객들은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등을 만져보며 제품을 사기보단 환호가 이어지는 축제 분위기를 즐기는 듯 보였다. 어떤 사람은 안젤라 아렌츠 애플 리테일 총괄 사장과 기념사진을 찍으며 감격하기도 했다.

 

두 줄로 양쪽에 늘어선 애플 직원들의 환호 속에 손뼉을 맞추며 입장하고 있는 고객의 모습. 사진=최준필 기자

 

방문객 중에는 외국인들도 있었다. 미국에서 건너와 한국에 산 지 2년이 넘었다는 메튜 씨는 “사람들이 환호하고 사진 찍고 애플 제품을 가지고 노는 것을 보니 애플 오픈 행사가 하나의 문화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매장 안은 축제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매장 건물 밖 길 건너 맞은편에는 홀로 추위와 싸우는 사람이 있었다. 용인에서 왔다고 밝힌 30세 남성은 애플 배터리 기능 저하 문제를 규탄하는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있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도 1번 입장객 최 씨처럼 애플을 사랑하는 팬이라는 점이었다.

 

자신을 애플 팬이라 밝힌 그는 살을 에는 추위 속에 애플의 배터리 성능 저하 문제를 규탄하는 1인 시위를 이어나갔다. 사진=최준필 기자

 

“지금도 아이폰7을 쓰고 있어요. 맨해튼에 있는 애플스토어도 가봤고, 아이패드, 맥북 다 쓰고 있습니다. 저도 저 안에 들어가서 즐기고 싶어요 사실. 근데 배터리 성능 저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도 않고 애플스토어를 한국에 여는 건 문제가 있다고 봐요. 팀 쿡이 앞으로 성능 저하 코드를 끄고 켤 수 있게 하겠다고 말은 했지만 말로는 부족해 보이거든요. 사람들이 애플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해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언제까지 지키고 있을 것이냐’는 질문에 “버틸 수 있을 때까지”라고 말하는 그의 눈엔 결연한 의지마저 담겨있었다. 오픈 행사의 뜨거운 열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두 애플 팬의 온도 차는 제법 컸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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