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우리나라에 애플스토어가 마침내 문을 열었다. 그동안 애플이 한국 시장을 차별한다는 주장의 근거 하나가 사라지게 됐다. 아이폰 출시 이후로 최악의 비판을 받았던 ‘배터리 게이트’와 영하 16℃의 강추위 속에서도 오픈 행사는 대성황을 이뤘다. 이른 아침부터 입장을 기다리는 행렬이 가로수길 끝까지 길게 늘어섰다.
“애플스토어에서 사면 뭐가 좋아요?”
애플스토어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애플스토어 판매 직원인 ‘지니어스’로부터 친절한 제품 설명과 각종 안내를 받을 수 있고, 구입 후 14일 이내에는 개봉 후 단순 변심이라도 환불이 가능하다. 매번 돌아오는 반응은 한결 같다.
“그런데 왜 그렇게 난리예요?”
애플스토어는 모든 제품이 정가에 판매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공식적인 프로모션 이외에 어떤 할인도 받을 수 없다. 대신 구입 후 14일 이내에는 개봉 후 단순 변심이라도 무조건 환불이 가능하다.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은 처음부터 환불을 받을 요량이 아니라면 애플스토어에서 만져보고, 조금이라도 할인이 더 되는 온라인에서 주문할 가능성이 크다.
프리스비, 윌리스, 에이샵 등 한때 경쟁적으로 문을 열었던 애플 프리미엄 리셀러(APR)들이 하나 둘 씩 문을 닫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애플 제품에서 마진이 적더라도, 모객의 발판으로 삼아 액세서리에서 마진을 남겨야 하는데 똑똑한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비싼 액세서리를 보기만 하고 구매하지 않았다. 전직 APR 매니저는 “아이폰 열풍이 한풀 꺾인 이후로는 손님도 거의 없었고, 어쩌다 들린다고 해도 애플 제품만 콕 집어 구매하고 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애플스토어 가로수길 점에 근무하는 직원은 지니어스를 포함 약 140명이나 된다. 고작 매장 하나에 그렇다. 장사를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장 계산기부터 찾을 일이다. 천문학적인 돈을 버는 애플에게 그깟 적자가 뭐가 대수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걱정이 애플 걱정이다. 전 세계 애플스토어 중 적자를 내는 매장은 단 한 곳도 없다.
‘지니어스’로 불리는 애플스토어 직원들은 고객들에게 제품을 경험하게 하고, 자신들이 의도한 방향으로 이해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단순한 매장 알바생이 아니다. 지니어스는 현장에 투입되기 전 그들은 판매를 극대화하는 영업 노하우 대신, 애플 제품의 각종 특징과 다양한 활용법에 대해 중점적으로 교육받는다. 고객에게 “와, 이거 좋네요”라는 반응을 이끌어 낼 때까지 말이다. 즉, 애플스토어는 애플이 고객과 만나는 직접적인 소통 창구인 셈이다.
가로수길점 오픈과 관련된 흥미로운 후문 한 가지. 당초 애플은 애플스토어 가로수길점 총괄 매니저로 스타벅스 출신의 K 씨 영입을 검토했다. 하지만 K 씨는 애플 입사 대신 다른 선택을 했다. 전기차로 유명한 T 사의 한국 지사장 자리다. 애플스토어의 위상을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애플스토어는 애플이 추구하는 유통 생태계에서 직영 판매점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단지 판매량을 극대화하는 것만이 목적이었다면, 애플스토어는 지금보다 훨씬 많았을지도 모른다. 애플은 지금까지 상당히 신중하게 애플스토어를 늘려나갔고, 아이폰이 세상에 나온 지 10년이 훌쩍 지난 이제야 겨우 전 세계 500개 매장을 냈을 뿐이다. 그리고 우연히 500호점을 우리나라에 열었다.
이제 애플스토어가 우리나라에 정식으로 문을 연 이상, 서울과 수도권 근처 애플 사용자들은 각종 문제가 발생한 애플 제품을 가지고 애플스토어를 찾을 가능성이 크다. 애플스토어에서 구매하지 않은 애플 제품이라고 해도 AS 및 고객 응대를 해주기 때문이다. 당장 애플이 발표한 아이폰 배터리 교체도 가능하다.
구매를 목적으로 한 상담뿐 아니라 각종 제품 교육도 애플스토어에서 이뤄진다. 진짜 핵심은 여기에 있다. 오픈 전 각종 강좌 신청을 받았고, 일찌감치 마감됐을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아무리 요즘 애플에 대한 여론이 예전만 못하다고 해도, 여전히 ‘닥치고 내 돈을 가져가(Shut up and take my money)’를 외치는 소비자들이 적잖다는 증거다.
그동안 애플은 수많은 크고 작은 게이트를 겪었다. 그때마다 애플이 흡족하게 상황을 해결한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처럼 전량 리콜과 같은 초강수를 둔 적도 없다. 하지만 매년 애플의 주가는 최고치를 경신한다. 배터리 게이트를 아직 벗어나지 못한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5분도 버티기 힘든 혹한에 몇 시간이나 줄을 서게 만드는 원동력은 어디에서 올까.
애플스토어를 통해 소비자를 차근차근 확실히 설득시켜 나가는 것. 지금까지 애플이 지켜온 성공 방정식이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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