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넷플릭스는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다. 우리나라에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지도 벌써 2년이 흘렀다. 론칭 초기 빈약한 콘텐츠로 인해 흥행 가능성에 의문부호가 찍혔지만, 자체 제작 콘텐츠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및 한국 콘텐츠를 꾸준히 추가하며 어느덧 우리나라에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해결되지 않은 해묵은 불만도 있다. 바로 속도 문제다. 아직까지 넷플릭스 이외에 작품성 있는 영상 콘텐츠를 울트라HD(UHD, 4K) 해상도(3840×2160)로 볼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이러한 불만은 더욱 가중된다. UHD 동영상을 스트리밍하기 위해서는 일정 이상의 인터넷 속도 확보가 필수적이다. 넷플릭스는 회선 속도보다 충분하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해상도를 낮추는 가변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서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ISP)의 망 중립성 의무를 사실상 폐지를 결정하면서, 넷플릭스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현재 미국 내 인터넷 트래픽의 약 30%를 넷플릭스가 차지한다는 통계가 나올 정도로 막대한 트래픽을 차지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넷플릭스가 한국 서비스 2주년을 맞아 개최한 기자 대상 행사에서는, 이와 관련한 질문이 쏟아졌다. 조나단 프리드랜드 넷플릭스 최고 커뮤니케이션 책임자(CCO)는 최상의 시청자 경험을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원론적이고 모범적인 대답만 내놨다.
# 기가인터넷 써도 속도 10분의 1, 알고 보니…
넷플릭스 시청자들 사이에서 속도에 대한 불만이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확인 가능한 수치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지난 2016년 5월 자체 인터넷 속도 측정 서비스인 ‘패스트닷컴’을 공개했다. 넷플릭스 시청자들이 직접 자신의 넷플릭스 시청 환경을 점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가령 시청자가 초당 500메가비트(Mbps)급 기가인터넷 라이트 회선을 사용할 경우, 속도를 측정하면 400Mbps에서 450Mbps 정도의 속도가 나와야 정상이다.
하지만 각종 커뮤니티를 보면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3사 모두 기가인터넷임에도 불구하고 최대 속도가 100Mbps를 넘지 않는다는 반응이 많다. 물론 넷플릭스가 권장하는 UHD 영상 시청 속도는 25Mbps. 고객센터에 따르면 꾸준히 8Mbps만 안정적으로 나와도 UHD 시청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적잖은 시청자들이 100Mbps 속도 광랜이나 나아가 1Gbps급 기가인터넷을 사용하는데도 불구하고 속도가 지나치게 느린 것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또 다른 인터넷 속도측정 사이트인 ‘스피드테스트’에서 측정하면 제대로 된 속도가 나오는데 반해, 유독 패스트닷컴에서만 낮다는 설명이다. 물론 풀HD 해상도로 보는데는 지금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UHD의 경우 시청 도중 화질이 떨어지거나 제 화질을 찾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실제 경험담이 적지 않다.
과연 넷플릭스의 동영상 데이터는 어디에서 올까. 넷플릭스와 계약을 맺은 AWS는 전 세계 각 대륙에 데이터센터를 두고 있다. 2016년 1월부터는 우리나라 전용 회선인 ‘AWS 서울 리전(Region)’을 운영 중이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넷플릭스 정식 서비스가 한국에 론칭되면서, 그동안 해외 계정으로 넷플릭스를 이용하던 시청자들 사이에서 인터넷 속도가 크게 빨라지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기도 했다.
하지만 AWS에 확인 결과 넷플릭스는 현재 서울 리전을 쓰지 않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영상은 주로 북미나 유럽 등지의 데이터 센터에서 건너온다는 이야기다. 뿐만 아니라 넷플릭스는 트래픽을 원활하게 분산 처리해주는 인터넷 연동소(Internet Exchange Participation)를 한국에 따로 두고 있지 않다. 반면 북미는 19곳, 가까운 일본에도 4곳이 운용 중이다.
프리드랜드 CCO는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넷플릭스 시청자들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최상의 시청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필요하면 얼마든지 한국에 캐시서버를 추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 망중립성에 대처하는 넷플릭스의 전략은?
넷플릭스는 동영상 스트리밍을 위해 아마존웹서비스(AWS)를 사용하지만, 데이터 분산처리는 자체 개발한 CDN을 사용한다. 이러한 넷플릭스의 ISP 협업 방식을 ‘오픈 커넥트 프로그램’이라고 부른다. 넷플릭스가 비용을 부담해 캐시(Cache) 서버를 구입해 ISP에 제공하는 대신, 별도의 망사용료는 내지 않는 구조다.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캐시 서버 구축비용이 다소 들긴 하지만, ISP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외부 CDN 사업자와 계약을 맺지 않아도 돼 장기적으로는 이득이다. ISP 입장에서도 어차피 망사용료를 부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캐시서버를 두는 것으로 인터넷 트래픽을 상당히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거절할 이유가 없는 윈-윈(Win-Win)이다.
하지만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사실상 망중립성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ISP 입장에서는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공룡 IT기업에 망사용료 부과를 통해 막대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페이스북은 현재 KT에만 망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구체적인 수치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100억 원가량 지불한 것으로 전해진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와도 협상 중이지만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3사 모두에게 망사용료 지불을 내지 않고 있다. 반면 네이버는 지난 2017년 ISP 3사에 734억 원의 망사용료를 지불했다.
일각에서는 넷플릭스의 속도 저하 현상에 대해 국내 ISP 3사가 일부러 속도를 제어하는 것(QoS) 아니냐는 루머도 적잖다. 그간 국내 ISP들이 유튜브, 페이스북 등 망사용료를 지불하지 않는 인기 해외 서비스에 QoS를 건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이는 수사권을 가진 기관이 조사하거나, ISP 스스로 밝히기 전 까지는 입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처럼 망중립성 의무가 단계적으로 폐지될 것으로 본다”며 “해외 인터넷 기업들이 정당한 망사용료를 지불하게 되면 국내 기업들과 보다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봉성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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