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초소형 전기자동차(초소형 전기차)가 때 아닌 화제다. 지난 열흘 새 벌어진 일들 때문이다.
올해 첫 포문은 이마트가 열었다. 16일 이마트는 지난해 3월 영등포점에 처음 선보인 스마트모빌리티 편집숍 ‘M라운지’를 부산·대구·광주 등 전국 7개 점포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마트는 지난해 7월 하남점 M라운지를 첫 오픈한 후 초소형 전기차 ‘D2(디투)’ 전시 및 예약 접수를 받고 있다. 이번 M라운지 점포 확대로 D2에 대한 관심도 늘 것으로 기대된다.
D2는 국내 전기차업체인 쎄미시스코가 중국 전기차 업체 즈더우에서 수입해 공급한다. 쎄미시스코에 따르면 D2는 2017년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에서 리프(닛산), 모델S(테슬라), 모델X(테슬라)에 이어 4위를 차지한 모델이다.
지난 22일 오전 청와대서 열린 규제혁신 토론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전기자동차를 육성하자면서 국내에선 기존 자동차 분류 체계에 속하지 않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1~2인승 초소형 전기차를 한동안 출시하지 못했다”면서 “규제가 혁신성장의 걸림돌이 되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초소형 전기차를 콕 집어 언급한 것이다.
앞서 르노삼성은 국내 최초로 판매된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Twizy)’를 2015년 5월 르노삼성·서울시와 협약을 맺은 제너시스BBQ그룹에 납품해 치킨배달에 사용하려 했다. 송파구청의 임시운행 허가도 받았으나 국토교통부가 허가를 취소해 도입이 무산된 바 있다. 취소 이유는 기존 법 체계로 자동차나 원동기 어느 쪽으로도 분류할 수 없고, 안전 기준도 없어 운행을 허가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업계의 요청이 계속되자, 법 개정을 기다리긴 어렵다고 판단한 국토부는 2016년 7월 특례조항을 신설해 해외의 안전·성능 기준을 충족한 초소형 전기차는 국내에서도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트위지는 지난해 6월 국내 판매를 개시했다.
문 대통령이 초소형 전기차를 언급한 22일, 티몬은 국산 최초로 도로주행 인증을 획득한 초소형 전기차 ‘다니고(Danigo)’의 2차 예약판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티몬은 이달 10일 다니고 100대의 예약판매를 개시해 하루 반 만에 완판되자 200대 물량을 추가했으나 역시 하루 만에 판매가 완료됐다. 2차 예약판매 물량은 300대다.
다니고의 제조사 대창모터스는 지난해 10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유럽자동차안전기준 ‘L7(초소형 전기차)’ 평가를 통과했다. 11월 양산이 시작된 다니고는 12월 14일 환경부 환경인증을 통과해 전기차 국가보조금 자격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KT, 우정사업본부 등과 B2B(Business to Business) 납품을 조율하던 다니고는 티몬을 통해 첫 B2C(Business to Consumer) 판매를 개시했다.
이로써 현재 국내에서 구매할 수 있는 초소형 전기차는 르노삼성 트위지, 쎄미시스코 D2, 대창모터스 다니고, 모두 3종이다. ‘비즈한국’이 화제의 초소형 전기차 장단점을 조명한다.
# 르노삼성 ‘트위지’
트위지의 가장 큰 장점은 ‘르노삼성’이라는 브랜드다. 르노닛산 계열의 프랑스 공장에서 생산되므로 엄밀히는 르노 브랜드라고 해야 할 듯하다. 국내 시판 모델은 르노삼성 로고 대신 다이아몬드 형태의 르노 엠블럼을 단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전면부 엠블럼 주위가 르노 로고에 맞게 디자인돼, 르노삼성 엠블럼을 달려면 보디 전면부를 새로이 생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트위지는 수입 모델을 그대로 판매하는 것이므로, 엠블럼 하나를 바꾸기 위해 생산시설을 세우고 운용하는 것은 경제적이지 않다.
세계 5대 자동차 제조사로 꼽히는 르노가 만든 트위지는 주행성능, 승차감, 안전성, 조립품질, 애프터서비스 등에서 국내 중소기업과 확연히 차이가 난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비즈한국’에 “트위지를 타사 모델과 비교하시면 안 된다”고까지 했을 정도다.
초소형 전기차는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구조가 간단하다. 모터, 배터리, 서스펜션, 휠, 브레이크 등 기존에 판매되는 부품을 구매해 조립하면 된다. 이들 부품이 들어갈 차체와 내장재 정도만 자체제작하면 어떤 회사든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자동차는 단순히 부품의 결합이 아니라, 많은 주행 테스트를 통해 최적화하는 조율작업이 중요하다. 앞서 르노삼성 관계자의 자신감은 ‘트위지에는 르노의 기술과 노하우가 담겼으므로 타사 모델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초소형 전기차 3종 중에서 운전석 에어백이 기본 장착된 것은 트위지뿐이기도 하다.
트위지에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창문과 냉난방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밀폐가 되지 않아 물건 보관도 내부에서 별도의 열쇠로 잠가야 한다.
이에 대해 르노삼성 측은 “기존의 자동차로 생각하면 안 되고, 새로운 개념의 ‘퍼스널 모빌리티’로 봐야 한다. 모터바이크 타는 것에 비교하면 지붕도 있고 바퀴가 4개라 안정적이다. 구매자들도 이에 대해 동의하기 때문에 구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르노삼성은 21만 1000원짜리 지퍼 타입 윈도우를 제공하는데, 대부분의 구매자가 이 윈도우 옵션을 장착한다는 후문이다.
트위지는 지난해 1000대 가까이 예약판매 됐으나, 공급물량이 달려 아직 700대 정도 밖에 소화하지 못한 상황이다. 지금도 르노삼성 대리점에서 예약판매 중이다.
# 대창모터스 ‘다니고’
대창모터스는 골프장용 전기차를 주로 생산하는 업체다. 2014년 ‘야쿠르트 아줌마’가 타고 다니는 전동카트를 한국야쿠르트에 납품하기도 했다.
대창모터스는 다니고의 특징으로 창문 및 냉난방 장치를 꼽는다. 트위지의 약점을 파고 든 셈이다. 에어백이 없는 대신 후방카메라로 운전 편의성을 강화하고, 루프랙과 루프캐리어를 장착해 활용성을 키웠다.
르노삼성이 “타사 모델과 비교하시면 안 된다”고 한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창모터스 관계자는 “외장은 아무래도 떨어지겠지만, 기능·옵션·공조시스템이 낫고, 최대속도나 승차감, 소음엔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다니고는 원래 B2B를 타깃으로 개발됐다. 통신·배달 업체에서 B2B 수요가 존재한다. KT에서 70대 주문을 받았으나 개발이 늦어져 보류된 상태다. 우정사업본부와는 계약 조율 중이다. SK브로드밴드로부터 5대 주문 받은 상태다. 대창모터스 관계자는 “KT와 상담했을 때 애프터서비스 기사의 하루 이동거리가 40~50km로 충분히 커버 가능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티몬에서의 완판에 대해 대창모터스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의외라는 반응이다. 초소형 전기차 수요가 이렇게 많다는 데 놀랐다. 생산 ‘캐파(capacity)’를 늘리려고 검토 중이다”라고 밝혔다.
# 쎄미시스코 ‘D2’
국내 업체 쎄미시스코는 3륜 전기차 등을 생산하는 업체다. 쎄미시스코는 D2를 중국에서 수입해 공급한다. 르노삼성이 트위지를 프랑스에서 수입해 판매하는 것과 비슷하지만 쎄미시스코엔 완성차 기술은 없다.
D2의 가장 큰 장점은 ‘자동차’에 가깝다는 점이다. 2열 시트는 없지만 1열에 운전석과 조수석이 나란히 있고, 스마트키·버튼시동, 내비게이션, 후방카메라 모니터, USB 커넥터와 오디오시스템, 냉난방 공조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경차보다 조금 더 작은 전기차로 보면 된다. 트위지와 다니고의 주 용도가 배달·통신 분야에 한정된다면 D2의 용도는 넓은 편이다. 1회 충전 주행거리(113.9km)도 트위지(64km)의 두 배에 가깝다.
단점은 장점과 대칭된다. 바로 비싼 가격이다. 트위지의 가격은 1500만~1550만 원, 다니고의 가격은 1490만 원인 데 비해 D2는 2200만 원이다. 올해 초소형 전기차 정부보조금은 450만 원, 추가로 지자체에 따라 200만~500만 원이다. 서울의 경우 정부보조금과 지자체보조금(서울 300만 원)을 합치면 트위지는 750만 원, 다니고는 749만 원, D2는 1450만 원에 구매 가능하다.
전기차는 취등록세와 연료비에서 큰 이점이 있지만, 초기 구매비용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1450만 원이면 웬만한 경차를 신차로 구매할 수 있다. 이 때문에 D2는 아직 소비자들의 관심권 밖에 있다. 쎄미시스코 측에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이 가능한 담당자와는 통화를 하지 못했다.
# 예약구매만 가능한 이유
전기차 및 초소형 전기차는 모두 ‘예약구매’만 가능하다. 이유는 전기차 보조금 때문이다. 환경부는 올해 전기차 보조금 물량을 2만 대로 잡았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코나’ 전기차 버전엔 벌써 예약이 1만 대가 몰렸고, 기아차 ‘니로’, GM ‘볼트’ 등까지 합치면 이미 1만 8000대가 예약됐다.
그러나 올해 전기차 보조금 지급은 ‘신청순’이 아니라 ‘출고순’으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업체들로서는 어떻게든 생산량을 초기에 늘려 보조금을 선점해야 판매량을 늘릴 수 있어 물량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환경부는 1월 30일 지급 기준 등을 포함한 세부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전기차 판매사들은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 선정되지 못한 예약구매자들에게 예약금을 전액 돌려준다.
우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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