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넷마블 관계사 30대 직원의 돌연사에 이어 11월 본사 20대 직원이 급성심근경색으로 과로사하며 넷마블의 쥐어짜기식 경영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넷마블은 여론의 뭇매가 계속되자 2017년 2월 ‘장시간 근로개선안’을 발표하고 수습에 나섰다. 방준혁 이사회 의장까지 나서서 야간·휴일 근무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말로만 저런다’는 반응이 각종 커뮤니티에 쏟아졌다. 게임 개발과 서비스를 하는 업계 특성상 야근을 없애는 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많았다. 급기야 넷마블 본사로 추정되는 사무실에서 불을 끄고 컴퓨터 불빛에 의존해 야근하는 사진까지 한 커뮤니티에 올라오기도 해 파장이 일기도 했다.
‘비즈한국’은 넷마블이 야근을 없애겠다고 약속한 지 약 1년이 지난 최근, 넷마블 본사를 다시 찾았다. 아니나 다를까 저녁 11시가 가까워지는 시간이었음에도 넷마블이 사용하는 9~20층 중 18~20층을 제외하고는 모든 층에 불이 켜져 있었다.
밤 11시가 돼서야 퇴근을 하는 것으로 짐작되는 넷마블 직원들이 건물 후문으로 쏟아졌다. 살을 에는 영하 15℃ 추위 속에 모자를 푹 눌러 쓴 직원들이 삼삼오오 건물을 빠르게 빠져나왔다. 질문을 하기 위해 기자가 다가가자 몇몇 직원 들은 “너무 피곤해서요.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직원 한 명이 어렵게 인터뷰에 응했다. 자신을 개발자라고 밝힌 A 씨는 “게임 출시가 다가오면 다들 당연한 듯 야근을 한다. 내가 속해 있는 팀은 덜하지만, 다른 팀들은 좀 심한 것 같다”며 “당연히 다들 힘들어하지만 (야근을 없애는 건) 현실적으로 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여성 개발자 B 씨는 “우리는 포괄임금제이기 때문에 야근수당은 따로 안 준다. 10시까지 일하면 교통비 명목으로 1만 원을 받고, 12시까지 일하면 1만 5000원을 받는다”며 “오늘은 1만 원 받는다. 시급 5000원이다”고 멋쩍게 웃었다. 당시 시각은 저녁 11시 15분. 넷마블 정규 근무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다.
넷마블에 따르면 B 씨가 수당으로 이해하고 있던 1만 원은 실제로는 교통비 명목이다. 넷마블은 포괄임금제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야근과 같은 연장근로는 따로 수당이 지급되지 않는다. 대부분 게임사는 연장근무를 포함해 포괄 임금을 지급하는 조항을 넣어 연봉 계약을 진행한다. 포괄임금제라고 해도 이 같은 조항이 없다면 근로기준법상 회사는 노동자에게 통상시급의 1.5배를 일한 시간만큼 연장근무수당으로 줘야 한다.
여전히 존재하는 야근 문제는 넷마블이 ‘장시간 근로개선안’을 발표한 지 8개월 뒤인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똑같이 지적된 바 있다. 당시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열흘간 매일 밤 11시~12시 사이 넷마블 건물을 촬영했는데 여전히 불이 켜져 있었다”고 질타했고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야근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교통비 명목으로 1만 원을 지급하는 부분을 지적했다.
국회에 출석한 서장원 넷마블게임즈 부사장은 “넷마블은 전세계 게임사용자를 상대로 24시간 서비스하고 있어 불가피한 야근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야근을 점차 줄여나가고 있다”고 답해 말 바꾸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서 부사장은 “재직 중인 직원들에게 정확한 초과근무 수당을 산정해서 지급하고 있다. 위법적인 연장 근무는 하지 않고 있다”며 “(제기된 문제는) 시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신년을 맞이한 지금까지도 별다른 변화는 없어 보였다.
넷마블 관계자는 “연장근로수당(야근수당) 같은 경우 포괄임금제 속에 포함된 걸로 이해해 달라. 업계 대부분이 그렇다”며 “법정 근무시간 5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대체 휴일이라든지 추가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일하는 문화개선안을 강력히 추진해서 정착시켜나가고 있고 나아가 행복한 일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근로시간은 법정근로시간에 어긋나지 않게 엄중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정미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넷마블이 잘못을 인정하고 시정하겠다고 했는데, 아직도 고쳐지지 않았다면 문제가 있다”며 “연장근로수당은 포괄임금제로 퉁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의당 입장에서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현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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