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우리나라 첫 애플스토어가 곧 문을 연다.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이 소매점은 가로수길에 자리를 잡았고, 이름은 ‘애플 가로수길’이다. 정식으로 문을 여는 날은 27일이지만 25일 일부에게 살짝 문을 열고 ‘집들이’를 했다.
가로수길 애플스토어는 일직선상으로 늘어선 가로수길의 가운데 즈음에 자리를 잡았다. 가로수길 특성상 건물의 여러 면이 보이지는 않고, 거의 정면에서만 볼 수 있다. 하지만 큼직한 전면 통유리에 하얀 사과 로고가 불을 켠 모습은 영락없는 애플스토어다.
개인적으로 애플스토어를 흥미롭게 보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이 공간이 주는 소비자 경험이다. 단순히 제품을 파는 ‘가게’가 아니다. ‘지니어스’라고 불리는 이 직원들도 방문객들에게 제품을 하나라도 더 파는 게 목적이 아니다. 찾아온 사람들에게 제품을 더 잘 이해시키고, 친숙하게 받아들이느냐가 가장 중요한 가치다.
애플스토어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은 제품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해 설계되어 있다. 예를 들어 맥북은 화면을 90도로 세워 두어서 화면을 적절한 각도로 눕히면서 제품을 직접 만져보도록 했다. 애플워치는 늘어놓는 대신 테이블 안에 화려하게 전시하고, 필요하면 지니어스의 도움을 받아 손목에 직접 차보면서 제품에 대한 설명을 듣는 식이다.
이 외에도 애플스토어에는 다양한 경험들이 녹아 있다. 당장 문을 여는 27일부터 사진과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한 교육이 시작되고, 교사들에게 기술을 교실에 어떻게 접목할지 알려주거나 기업과 개인 사업자들이 애플의 제품을 어떻게 활용해서 사업에 반영할지에 대한 컨설팅까지 이뤄진다. 제품을 구입해서 쓰고, 수리하는 것까지 모든 과정에 가치를 더해주는 것이 스토어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 흥미로운 것은 바로 건물 그 자체에 있다. 애플스토어는 요즘 가장 주목받는 ‘작품’이다. 모든 건물이 제각각의 주제를 갖고 있지만 그럼에도 애플의 분위기는 잘 살아 있고, 에너지 효율성과 친환경 등의 가치도 녹아 있다.
애플 가로수길 역시 애플의 최신 디자인 아이디어들이 녹아 있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다양한 문화가 뒤섞인 가로수길을 어떻게 해석할지가 무엇보다 궁금했다. 데니 투자(Denny Tuza) 애플 시니어 마케팅 디렉터는 처음부터 ‘넘치는 에너지’에 주목했다고 한다.
전면 유리와 높은 천정형 구조는 샌프란시스코 유니언스퀘어 애플스토어와 닮았다. 또한 한 층으로 공간을 넓게 활용하는 것은 스탠퍼드 애플스토어와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다만 스탠퍼드는 네 면이 유리인데, 가로수길은 앞면만 유리다. 높이는 7.6m로 층고도 이 정도 된다고 볼 수 있다. 구조상 2층으로 짓지 않은 건 아니다.
샌프란시스코의 유니언 스퀘어 애플스토어도 높이는 비슷하지만 두 층을 갈라서 쓴다. 탁 트인 하나의 공간이 디자인 콘셉트라고 보면 된다. 전체적으로 환한 소재를 썼는데 이는 애플이 자연채광을 이용해 내부 조명을 최소화하는 전략과 관련이 있다. 조명이 그리 많지 않아도 내부가 어둡지 않다.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건물은 애플파크로 보인다. 지하에는 기업 고객들을 위한 작은 회의실이 하나 있다. 이로 내려가는 계단의 손잡이는 애플파크 스티브 잡스 시어터의 그것과 똑같이 닮았다. 벽을 두른 석재도 스티브잡스 시어터와 애플파크에 있는 애플스토어를 떠올린다.
앞서 이야기한, 한 층으로 탁 트인 공간도 사실 애플파크 애플스토어에서 공개됐다. 애플의 주요 제품을 테이블에 전시하고, 액세서리와 서드파티 제품을 건물 양 옆의 벽에 설치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애플은 이를 ‘애비뉴’라고 설명한다. 말 그대로 쇼핑가에서 연상을 받았다고 한다.
아이폰, 아이패드, 맥, 애플워치 등의 주요 제품은 홀에 전시된다. 애플이 즐겨쓰는 나무 테이블이 가로수길에도 놓여 있다. 이 테이블도 묘하게 진화하는데, 일단 테이블 위에 전선이 많이 눈에 띄지 않는다. 테이블 위에는 아주 작은 쇳덩어리가 박혀 있다. 이를 떼어내면 전력이 공급되는 USB-C 단자가 드러난다. 아이폰은 여기에 충전독을 직접 연결해 아예 선 없이 전시했고, 맥이나 아이패드도 선이 아주 조금만 나와 있어서 깔끔한 인상을 준다.
최근 애플스토어의 디자인은 경계를 허물고 있다. 벽이 가르는 경계, 공간이 가르는 경계가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것 때문이다. 애플스토어는 지니어스 바를 별도의 층에 두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가로수길을 비롯해 요즘 생기는 애플스토어는 모두 제품 전시대 옆에 똑같은 테이블을 두어서 지니어스 바를 통합했다.
케이블의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애플 가로수길에는 도난방지 케이블이 없다. 아직 정식 오픈이 아니어서 그런가 했는데, 물어보니 제품을 더 편하게 쓸 수 있도록 선으로 묶어놓지 않기로 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분실의 위험이 없을까? 물론 제품을 작정하고 집어갈 수는 있겠지만 110여 대의 진열 제품은 위치 기반의 지오펜스로 묶여 있어서 애플스토어를 벗어나면 작동을 멈추게 되어 있다.
경계를 허무는 디자인의 상징적인 예는 바로 나무다. 애플 가로수길 입구 양옆에는 커다란 나무가 있다. 이 나무는 실제 살아 있다. 가로수길에 지어서 그런 것 아닌가 할 수 있는데, 그것보다도 이 나무는 건물 바깥과 안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샌프란시스코 유니언스퀘어는 이 나무가 극단적으로 쓰인 좋은 예다. 바깥의 테라스 공간과 내부 공간에 똑같이 테이블과 나무를 심어서 누구나 이 안에 편안하게 들어올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준다. 애플스토어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가게’가 아니라는 점이 가장 잘 드러나는 예이기도 하다. 사실 나무를 품고 있는 의자 구조물도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것과 똑같아서 반갑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의 유니언스퀘어 애플스토어를 기준으로 애플의 리테일 공간을 ‘애플스토어 2.0’으로 구분한다. 공식적인 명칭은 아니고 건물의 디자인 언어가 확 달라지면서 암묵적으로 나뉜 것이다.
처음에는 유니언스퀘어와 비슷한 구조로 한정지어서 생각했는데, 최근 문을 여는 애플스토어들의 흐름을 보면 몇 가지 요소들이 지역의 공간적, 환경적 특성과 맞물려 다양하게 활용되는 것 같다. 하지만 그 굵직한 디자인의 언어는 새로운 공간에서도 확실히 애플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었다.
최호섭 IT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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