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세 번째 시즌을 맞은 ‘한국미술응원 프로젝트’는 한국미술 응원 개념에 더 충실하기 위해 소외돼온 작가와 흐름을 조명하는 데 더욱 적극적으로 초점을 맞춘다. 현재 우리 미술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경향-팝아트, 재료와 기법의 다양한 개발, 순수한 미감의 재해석 등-에서 역량 있는 작가 발굴은 기본으로 하면서, 우리 미감을 현대화하는 분야의 작가 발굴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는 한국미술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소명이라는 생각에서다.
특히 2018년 세 번째 전시회에서는 관람객들과 더 적극적인 소통을 위해 작가와의 대화, 작품 시연, 작품 해설, 소품 특별전의 확대 등을 계획하고 있다.
예술의 본질과 가장 가까운 것은 음악이다. 음악가는 음을 모아 화음을 이루고 장엄한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음악을 듣고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미지를 떠올린다.
케니 지가 연주하는 색소폰 소리를 들으면 노을빛에 물든 도심 풍경이 떠오르고, 리 오스카가 들려주는 하모니카 음색에서는 남프랑스의 따스한 시골길이 아른거린다. 그런가 하면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에서는 남부 독일 시골 풍경이, 시벨리우스의 교향곡을 들으면 음산한 하늘 아래 펼쳐진 북유럽 산들이, 스메타나의 교향시에서는 동유럽 풍광을 품은 유려한 강물의 흐름이 보인다. 또 이생강의 대금 산조에서는 달빛 부서지는 강물이, 황병기의 가야금 소리는 봄날 눈 맞은 연분홍 매화를 보여주기도 한다.
소리를 들을 뿐인데 우리는 이런 이미지를 눈앞에 그리게 된다. 떠오르는 이미지는 대부분 구체적이며, 솜씨 있는 사람이라면 그려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음 자체는 구체적 이미지를 묘사하지 않는다. 태생 자체가 추상인 음을 가지고 음악가들은 어떻게 구체적 이미지를 만들어내는가. 음을 배열하고 조합해내는 기술 덕분이다. 이게 작곡이다. 구성의 진수를 보여주는 예술이다.
예술의 본모습을 찾아가려는 예술가들은 이런 순수 음악을 동경한다. 미술에서도 그랬다. 추상화가 탄생하게 되는 계기 중 하나도 음악을 닮고자 했던 화가들의 예술적 욕구 때문이 다. 처음으로 추상화를 그린 것으로 알려진 칸딘스키는 색조를 음색으로, 색상은 음의 고저, 그리고 채도를 음량으로 비유해 작품을 만들었다. 그래서 자신의 그림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기를 바랐다.
최인혁이 다다르고 싶은 곳도 음악 같은 회화다. ‘눈으로 듣는 음악’ 같은 그림이다. 만화적 상상력으로 음악과 회화를 결합하는 그의 그림은 쉽게 읽힌다. 그래서 보는 재미와 음악의 여운을 함께 주는 그림이다.
그가 대상으로 삼는 음악은 대중음악부터 클래식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음악을 회화로 끌어들이는 방식도 기발하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접목 방식인데도 신선하게 다가온다. 거침없는 상상력 때문이다.
그런데 최인혁의 작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 시대의 트렌드를 담는다는 점이다. 음악과 회화의 결합을 통해 음식의 맛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는 음악을 상징하는 다양한 이미지(악기, 연주자 등)로 음식에서 느끼는 고유한 미각을 담아낸다. 이를테면 스파게티를 먹었을 때의 미각을 격렬한 라틴 음악의 느낌을 주는 상황으로 연출한다든지, 일본 음식의 맛을 화려한 게이샤가 일본 전통 악기를 연주하는 만화적 구성으로 풀어내는 식이다. 음식을 먹었을 때 느껴지는 감성을 음악적 소재로 번안한 회화인 셈이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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