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굳이 패셔니스타나 트렌드세터가 되고 싶지 않은 대한민국 보통 남자들. 하지만 아주 약간의 투자로 일상이 달라질 수 있다면? 은근히 센스 있다는 말이 듣고 싶은, 바로 당신을 위한 가이드.
벌써 새해가 한 달 가까이 지났다. 12월 31일, 그리고 1월 1일을 맞이하며 새로운 목표를 이루겠다고 다짐했던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사실 1월이면 언제나 특수를 누린다는 헬스장은 어느덧 한산한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고, 영어 학원을 비롯해 새해맞이 수강생들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던 업체들은 대목이 지나갔음을 인정하고 있다.
수많은 보통 사람들, 그리고 보통 남자들은 작심삼일의 법칙을 이겨내지 못했다. 그러나 아직 포기하기엔 이르다. 새해를 맞이하며 세운 거창한 목표는 하루아침에 이룰 수 없다. 작심삼일을 100번 반복하면 무려 300일 동안 꾸준히 노력한 셈이다. 1년에 300일을 투자해서 못 이룰 목표는 거의 없다.
너무 빨리 지나간 1월에 아쉬워하며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 싶은 보통 남자들에게 독서를 추천한다. 독서와 음악 감상은 식상하기 짝이 없는 취미지만, 정작 제대로 꾸준히 즐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새해의 들뜬 분위기가 가라앉은 지금이야말로 지나간 2017년을 빛낸 양서를 읽으며 다시 신발 끈을 고쳐 매기 가장 좋은 타이밍이다.
먼저 추천하고픈 첫 번째 책은 ‘일취월장 : 일을 잘하기 위한 8가지 원리’다. 15만 부 이상 판매됐다고 알려진 베스트셀러 ‘완벽한 공부법’의 저자 고영성 작가와 신영준 박사가 다시 손을 잡고 ‘일 잘하는 비밀’을 자세히 풀어놓았다. ‘완벽한 공부법’이 평생 교육이라는 자기계발 본연의 목표를 추구한다면, ‘일취월장’은 업무 능력을 업그레이드시켜 어디서든 유능하다고 인정받는 사람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남들보다 반걸음 앞서가기 위한 보통 남자의 전제 조건이 무엇일까. 당연히 자기 일을 열심히, 그리고 잘하는 것이다. 직장에서, 또는 자기 사업에서 확실하게 자리 잡지 못한 상태라면 패션이나 여행 등 다양한 취미에 시간을 쏟는 게 사치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센스 있는 보통 남자가 되기 위해서는 일을 잘하는 게 필수인 셈이다.
‘일취월장’에서는 일 잘 하는 비법을 운, 사고, 선택, 혁신, 전략, 조직, 미래, 성장이라는 8개 챕터로 나눠서 구체적인 적용법과 다양한 사례를 담았다. 무려 57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지만, 결코 어렵고 난해하지 않다. 마치 어린 시절 ‘탈무드’를 읽는 기분으로 술술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직장과 사업에서 당장 고칠 수 있는 점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두 번째로는 ‘서울 부동산의 미래’를 추천하고 싶다. 갑자기 부동산 책이라니, 뜬금없을 수 있지만 역시 센스 있는 보통 남자가 되기 위해서는 부동산 지식이 필수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어도 자기 집 한 채는 있어야 마음이 놓이는 법. 다양한 취미 생활을 즐기면서도 미래를 걱정하지 않기 위해서 자가 소유는 기본 옵션이 아닐까. 당장 집을 사기 어려운 형편이라도 부동산 지식은 알아두면 반드시 도움이 된다.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들의 부동산 상담을 해주며 명성을 얻은 파워블로거 출신의 저자 김학렬은 ‘빠숑’이라는 필명으로 더 유명하다. 그가 ‘서울 부동산의 미래’에서 짚어주는 원칙은 간단하다. 가능한 하루라도 빨리 서울 시내에 집을 사라는 것. 몇몇 전문가들이 10년 넘게 부동산 폭락설을 주장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서울 집값은 언제나 우상향을 기록하고 있다.
‘서울 부동산의 미래’를 읽으면 왜 서울 부동산이 실패 할 수 없는지, 그리고 어느 지역이 유망한지 자연스레 깨닫게 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자기 집 한 채는 전 재산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지식을 쌓고, 스스로 공부를 하면서 올바른 선택을 내리기 위해 애써야 한다. 떠도는 소문을 듣고, 혹은 그냥 감으로 전 재산을 선택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세 번째 책으로는 ‘골목의 전쟁’을 선택했다. ‘골목의 전쟁’ 표지에는 ‘나이든 사람이 사업하면 왜 더 잘 망할까’라는 도발적인 문구가 새겨져 있다. 보험업에 종사하는 저자 김영준의 설명은 명확하다. 사업에 대한 이해와 탐구 없이 뜬다 싶으면 우르르 몰려가기 때문에 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PC방이 뜬다 싶으니 온 동네가 PC방으로 가득했고, 최근에는 무한리필 연어집이 골목 상권을 싹쓸이하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있다. 상권에 대한 분석부터 소비 트렌드 예측까지, 그리고 결정적으로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사업을 선택해야 망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율은 OECD에서 최상위권이며, 동시에 자영업자의 폐업률 또한 기록적이다. 보통 남자라면 직장에 다녀도 사표를 쓰고 내 사업을 하고픈 욕망을 자주 느낄 것이다. 멋지게 사표를 내고 사업에 도전하기 위해서, 아니면 퇴직을 하고 노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사업을 해야 할 때를 위해서라도 ‘골목의 전쟁’은 훌륭한 길라잡이다.
무명의 저자가 쓴 책이지만 오직 입소문으로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니 ‘골목의 전쟁’은 이미 골목상권 이상으로 치열한 출판시장에서 검증을 받은 셈이다.
마지막으로 추천 할 2017년을 빛낸 책은 ‘바다는 잘 있습니다’다. 제목부터 앞서 소개한 책들과는 결이 다르다. 요즘 세상에 멸종한 것으로 알려진 ‘시집’이기 때문이다.
‘바다는 잘 있습니다’를 쓴 이병률 시인은 ‘끌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등 베스트셀러 여행 작가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이병률이라는 이름만 보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책을 사는 팬덤이 있을 정도다. 그래서인지 한국 독자들로부터 철저하게 외면을 받는 ‘시집’임에도 불구하고 놀라울 정도로 많은 서평이 온라인을 가득 채우고 있다.
세계를 여행하며 따뜻한 감성으로 수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녹인 작가 이병률, 그의 남다른 시선은 산문이 아닌 시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사실 이제까지 이병률이 썼던 여행기도 뜯어보면 산문 형태의 시나 다름없었다.
시를 쓰는 것뿐 아니라 시를 읽는 사람도 천연기념물보다 희귀해진 시대다. 카페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며 이병률의 시집을 읽는다면, 그 자체로 자기만의 세계를 가진 특별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을까.
‘일취월장 : 일을 잘하기 위한 8가지 원리’로 일을 잘하게 되고, ‘서울 부동산의 미래’로 꼼꼼하게 미래를 계획하고, ‘골목의 전쟁’으로 언젠가 하게 될 사업까지 준비하며 ‘바다는 잘 있습니다’라는 시집을 읽는 남자.
상상만 해도 반할 수밖에 없는 그런 보통 남자다. 어떤 음악을 듣는지 알면 그 사람을 파악 할 수 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어떤 책을 읽는지 알면 그 사람의 미래를 예측 할 수 있다. 2017년 출간된 훌륭한 책으로 새해 첫 달을 정리하는 보통 남자라면, 당연히 밝은 미래를 맞이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장예찬 작가·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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