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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경제팩트] 무어의 법칙은 깨졌다, 정보통신혁명은 끝났다?

컴퓨터·스마트폰 보급 후 새 수요 없어…그래도 '혁신 멈췄다' 결론은 일러

2018.01.22(Mon) 13:13:55

[비즈한국] 최근에 읽은 책 ‘미국의 성장은 끝났는가?’는 많은 고민거리를 안겨준다. 특히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바로 ‘무어의 법칙’의 성립과 소멸 이야기였다. 무어의 법칙(Moore’s Law)이란 인텔의 공동 설립자인 고든 무어(Gordon Moore)가 반세기 전에 한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2017년 5월 컴퓨텍스 2017에서 공개한 인텔 코어 i9 프로세서. 그러나 노트북 CPU는 아직도 코어 i3나 i5가 대세다. 사진=인텔 페이스북

 

2년마다 마이크로 칩의 저장 능력이 두 배로 늘어난다는 것 또는 마이크로 칩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의 수는 24개월마다 대략 두 배로 증가한다는 것이 무어의 법칙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생산성의 향상이 매년 34.7%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된다. ​

 

아래의 그래프는 인텔의 집적회로에 얼마만큼의 트랜지스터가 들어가 있는지 보여준다. 1971년 인텔은 트랜지스터가 3500개인 인텔 4004로 시작하여, 트랜지스터가 10억 개 이상 들어간 인텔 코어 i7까지 무어의 법칙이 지속되었음을 알 수 있다. 무어의 법칙은 끝없는 정보통신산업의 생산성 향상을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사례라 할 수 있다. 

 

가로축은 시간의 흐름, 세로축은 집적회로당 트랜지스터의 개수를 나타낸다. ​자료=Fossbytes(2016 .2.11), “Moore’s Law Is Finally Dead — How Did This Happen?”

 

그러나 ‘미국의 성장은 끝났는가’의 저자 로버트 D. 고든 교수는 2000년대 중반을 고비로 트랜지스터 수의 증가율이 빠르게 올라갔다 급격히 떨어진 이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며, 무어의 법칙이 깨졌다고 지적한다. 

 

왜 무어의 법칙이 깨졌을까? 

 

컴퓨터 칩 성능 증가율은 1990년대 말에 비약적으로 올랐다가 2006년 이후 주저앉았다. 경제학자이자 구글의 수석 경제학자인 할 배리언은 데스크톱과 랩톱(노트북)의 기술 변화는 중지된 상태라며 “데스크톱에 슈퍼 속도를 내는 칩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책 635쪽

 

매우 흥미로운 지적이다. 실제로 노트북을 사려고 알아보면, 인텔 CPU가 아직도 Core i-3나 Core-i5가 대세인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참고로 3년 전 필자가 노트북을 구입할 때도 이 제품군이 대세였다. 

 

왜 컴퓨터 속도 개선 흐름이 멈추었을까? 

 

이에 대해 배리언 박사는 ‘소비자가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미 컴퓨터는 충분히 빠르고 또 대부분의 가정과 회사에 다 보급된 상황에서 새로운 수요가 발생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배리언 박사는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그 (혁신) 속도의 감속이 수요 측 현상인가 아니면 공급 측 현상인가 하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는 수요 쪽이다.” -책 635쪽

 

왜 소비자들은 이제 혁신적인 제품을 원하지 않을까? 

 

이에 대해 로버트 D. 고든 교수는 “제3차 산업혁명(정보통신혁명)의 영향력이 국한되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제3차 산업혁명은 분명 혁명이었지만, 모든 것을 바꿔놓은 2차 산업혁명과 달리 그 영향력의 범위는 제한적이었다. 정보통신혁명의 영향을 받지 않은 개인소비지출의 품목을 열거하면, 가정과 외식에서 소비되는 음식, 옷과 신발, 자동차와 연료, 가구, 살림 도구와 가전제품 등이다. 2014년 소비지출의 2/3이 집세와 교육, 의료비, 개인 미용 등의 서비스에 집중된다. (중략) 

 

컴퓨터가 어디에나 있지는 않다는 것. 우리는 컴퓨터를 먹거나 입을 수 없고, 컴퓨터를 타고 출근할 수도 없으며, 컴퓨터더러 머리를 깎아달라고 할 수 없다. 우리는 1950년대처럼 이런저런 가전제품이 놓인 주택에 살고 있으며 편리함과 안전함에서 조금 나아졌겠지만 1950년대와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차를 몰고 다닌다. -책 818쪽

 

결국 정보통신혁명은 분명 괄목할 만한 것이었지만, 전체적인 삶의 형태를 놓고 볼 때 (선진국 기준으로) 1950년대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선진국의 소비자들로서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거의 100% 보급된 이후, 뚜렷하게 더 혁신적인 제품을 소비할 이유를 찾지 못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2차 배터리의 성능 향상이라든가 사물인터넷 제품의 보급 등 소소한 혁신은 앞으로도 꾸준히 지속되겠지만, 1990년대 후반처럼 혁신적 신제품에 대한 강력한 소비욕구의 창출은 어디에도 없다는 이야기다.

 

로버트 D. 고든 교수의 주장에 반박할 만한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개발은 ‘자동차 삶’에 혁신적인 변화를 유발할 수 있으며, 태양광발전 효율의 급격한 상승은 기존의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구성을 결정적으로 바꿔 놓을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보통신혁명 주도의 생산성 혁신은 이제 수명을 다했다’고 결론을 내리기는 아직 이르다. 혁신이 멈췄다고 생각될 때마다 시장경제의 참여자들은 늘 놀라운 제품을 내놓으면서, 새로운 시대를 열었던 것을 아직 잊지 않았기에.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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