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를 둘러싼 사용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시세가 급등락 할 때마다 접속이 몰리면서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 암호화폐는 단 1분 차이에도 시세 변동이 크기 때문에 제때 매도하거나 매수하지 못하면 적잖은 금전적 손실을 입는다. 하지만 이에 대한 보상이나 관련 규정은 전무하다.
현재 국내 5대 암호화폐 거래소로는 빗썸, 코인원, 코빗, 코인네스트, 업비트가 꼽힌다. 다루는 암호화폐의 종류는 조금씩 다르지만 거래를 처리하는 방식, 거래 지연 현상 등은 대동 소이하다.
법무부 등 일부 정부부처에서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폐쇄해야 한다며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거래소 폐쇄안 역시 살아있는 옵션”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투기를 넘어 도박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우리나라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가 가진 문제점을 짚어봤다.
# 수시로 먹통 일으키는 거래소…이용자 불만 ‘폭발’
거의 모든 암호화폐가 폭락하던 지난 1월 18일 새벽, 전 세계 거래소의 시세를 한 눈에 보여주는 ‘크립토워치’의 빗썸 그래프를 살펴보면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 짧게는 30분에서 길게는 3시간 동안 시세의 변동이나 거래량도 전혀 없는 것으로 기록돼 있어서다.
두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기록 그대로 빗썸 서버가 마비돼 거래가 수 시간 동안 체결되지 않았거나, 혹은 단순히 크립토워치가 시세 정보를 가져가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빗썸 측은 “크립토워치 서버가 오류를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시간에는 정상적으로 거래가 이뤄졌고, 시세 정보도 빗썸 사이트에서는 정상적으로 표시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른 거래소는 같은 시각 정상적으로 시세 정보가 반영된 반면, 유독 빗썸만 오류를 일으켰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는 반론도 있다. 실제로 해당 시간에는 자정부터 새벽까지 가상화폐 시세가 요동을 쳤다. 같은 시각 각종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는 수많은 이용자들이 빗썸 사이트에서 접속 지연을 호소했다.
비단 빗썸뿐 아니라 코인, 코빗, 코인네스트, 업비트 등 국내 주요 거래소는 전통적인 관계형 데이터베이스(RDB) 방식으로 거래를 중개하고 있다. 따라서 한꺼번에 이용자가 몰릴 경우 막대한 서버 부하가 발생한다. 모든 거래를 중앙에서 처리하기 때문이다. 요즘 같이 암호화폐 투기 광풍이 일어난 상황에서는 시세가 급등락 할 때마다 거래소 홈페이지가 몸살을 앓는는 이유다.
한 개발자는 “암호화폐 거래소는 기술적인 관점에서 블록체인이나 4차 산업혁명과는 눈꼽만큼도 관련이 없다”며 “거래는 대부분 중앙집중화 된 시스템이며 MSSQL, MYSQL, 오라클 등에 적합한 RDB 위에서 이뤄진다”고 말했다.
# 분산통제 암호화폐, 중앙통제로 거래 중개 ‘역설’
암호화폐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은 사실상 거래 기록이 분실되지 않고, 위변조가 불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암호화폐가 화폐로서 기능을 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암호화폐 거래소는 거래 기록이 분실될 수도 있고, 더 나아가 위변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용자들의 거래 내역을 RDB 방식으로 기록·처리하기 때문이다. 상위 5개 거래소를 포함 대부분 거래소가 마찬가지다.
물론 거래소도 각 사용자에게 각 암호화폐 지갑을 생성해 제공한다. 다만 사용자가 암호화폐 지갑으로 출금을 요청하기 전 까지는 거래소 내 장부에 거래 내역을 기록한다. 가령 사용자가 원화로 거래소에 돈을 입금해서 암호화폐를 산 다음 시세차익을 보고 다시 원화로 바꿔 출금할 경우, 이러한 거래(트랜젝션)는 블록체인 그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는다. 단순히 거래소 서버에만 기록이 남을 뿐이다.
이러한 맹점으로 인해 거래소가 해킹을 당하거나, 나아가 횡령 등 조작이 있다고 해도 이는 블록체인의 기술로 전혀 보호받을 수 없다. 대표적인 예가 일본 암호화폐 거래소 마운트곡스 파산 사건이다. 대량의 암호화폐가 유출돼 파산한 마운트곡스는 당초 해킹으로 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본 경찰 수사 결과 내부 시스템 부정 혐의가 드러나, 현재 마크 카펠레스 CEO(최고경영자)가 횡령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방식을 채택한 이유는 기술 자체의 자체의 특성에 기인한다. 비트코인 등 대부분 암호화폐가 블록체인 내에서 거래를 승인받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자체 수수료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가령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내에 거래를 빨리 승인받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급행료를 비트코인으로 지불해야 한다. 구조상 수수료가 높을수록 거래 승인이 빨리 된다. 리플, 이더리움을 비롯 후발 암호화폐 들이 이러한 비트코인의 한계점을 지적하며 각종 기술적 강점을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 거래소에서는 똑같이 취급되고 거래된다.
블록체인 전문가로 알려진 김호광 플레이코인 대표는 “현재 거래소는 중앙화 시스템인 만큼 강력한 보안이 뒷받침 돼야 하지만 아직 기존 금융업체 보안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며 “자금이 고여 있는 거래소는 해킹 분야 특성상 해커의 타깃이 될 수밖에 없다”고 위험성을 경고했다.
# 주요 거래소 ‘우리를 규제하라’ 속내
현재 우리나라에 개설된 암호화폐 거래소는 130여 개, 전 세계 상장된 암호화폐는 1400여 종류로 추정된다. 이들 거래소가 기술적인 이유로 이용자가 제때 암호화폐를 매매하지 못해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보상을 할 의무나 처벌을 받을 법적 근거가 없다. 빗썸을 상대로 집단 민사소송이 진행 중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증권회사도 전산 오류에 대한 개별 보상은 입증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적어도 과징금 및 과태료 등 관리당국의 제재를 받는다.
도덕적 책임에 관한 문제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암호화폐 지급준비율에 관한 논란이다. RDB 방식의 중개 방식의 특성상 거래소는 실제로 암호화폐를 전혀 소유하고 있지 않아도 중개가 가능하다. 물론 이는 암호화폐에 대한 구체적인 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사기행위에 가깝다. 따라서 주요 거래소들은 거래되는 암호화폐 전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중 약 70%는 해킹이 불가능한 ‘콜드 월렛(Cold Wallet)’에 따로 보관한다고 밝히는 상황.
한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은행 예금의 법정 지급준비율도 10%에 불과하며, 실제 평균 지급준비율도 20% 전후”라며 “가상화폐 거래소의 이른바 뱅크런(인출 요청이 쇄도하는 상황)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암호화폐뿐만 아니라 현금 역시 마찬가지.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각 개별 거래소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 이를 제삼자가 관리 감독하고 있지 않다. 결국 거래소의 양심에 맡기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주요 거래소들도 암호화폐 거래에 대한 현실적인 법적 제도와 규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공동대표는 18일 열린 TV토론과 다수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하루빨리 일본처럼 적절한 입법과 규제를 통해 암호화폐를 합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인가제와 관리감독 등과 같은 규제를 통해 거래소 합법화를 추진하는 것이 과연 지금의 투기 수요를 잠재울 수 있겠느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불안요소가 제거되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투자 수요가 몰려 투기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선다.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에 대한 인가제나 각종 금융 규제는 제도권 편입을 통해 투자자들이 더욱 믿고 투자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줄 것”이라면서도 “이러한 조치는 장기적으로 각종 암호화폐 시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봉성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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