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정부의 규제 방침이 가시화되면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단순히 옳고 그름을 결정하는 문제라면 시간을 갖고 사회 각계각층에서 충분히 논의해 나가면 그만이다. 하지만 시시각각 암호화폐 시세가 급등락 하면서 거액을 날린 투자자들이 속출하는 급박한 상황이다.
암호화폐 거래 규제를 둘러싼 찬반양론이 크게 엇갈리는 가운데 과연 무엇이 진실일까. ‘비즈한국’은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의 주요 논점에 대해 개발자, 경제학자, 블록체인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 정리했다.
Q.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도대체 무슨 관계?
A와 B가 거래를 한다. 지금까지는 거래 내용을 중앙에서 하나의 장부에 기록·보관해왔다. 대표적인 예가 은행이다. 하나의 장부에 거래 기록을 적는 것은 분실 및 위변조 위험이 따른다. 그래서 법과 각종 제도로 이를 철저히 관리·감독해왔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A와 B의 거래를 모든 사용자가 소유한 수많은 장부에 동시에 기록·보관한다. 하나의 장부에 적는 것보다는 힘들지만, 대신 분실 위험이 없다. 위변조 위험은 체인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1블록의 내용을 요약한 데이터를 2블럭에 넣고, 2블럭을 요약한 데이터(1블럭 요약 데이터 포함)를 3블럭에 넣는다. 이러한 체인 구조에서는 숫자 하나를 고치더라도 모든 블럭의 데이터 값이 달라지기 때문에 위변조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
이러한 블록체인 개념을 화폐에 접목한 것이 바로 암호화폐다. 즉 블록체인은 기술 그 자체를 말하며, 암호화폐는 그 기술을 이용해 만든 결과물로 이해하면 된다.
Q.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은 별개’…기술을 모르고 하는 소리?
블록체인 도입 및 활용에 있어 암호화폐는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주장이 있다. 블록체인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컴퓨터 자원을 제공해야 하는데, 금전적 보상이 없다면 누가 그것을 제공하겠느냐는 것이 주장의 근거다.
비트코인을 포함한 대부분 암호화폐는 거래 정보를 모아 하나의 블록을 완성하면 금전적 보상이 주어진다. 하지만 블록은 아무나 만들 수 없고 정해진 암호를 누가 빨리 알아내는지 대회를 열어 1등만 할 수 있다. 이러한 대회는 10분마다 개최되는데 이러한 과정을 ‘채굴’이라고 한다. 1등은 자신이 생성한 블록에 담긴 각 거래에 따른 수수료와 일정량의 암호화폐를 보상으로 받는다.
암호화폐는 그냥 디지털에 기록된 숫자에 불과하지만 이것이 거래소를 통해 비싸게 거래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고성능 컴퓨터와 비싼 전기료를 감내하며 채굴에 뛰어든다. 그런데 각국 정부가 거래를 못하도록 규제한다면 보상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거래는 따로 생각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박도 있다. 화폐 유통 이외에 아무런 목적성이 없는 암호화폐는 채굴이나 기록에 대한 보상 없이 작동할 수 없지만, 다수의 거래를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특정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보상이 없어도 되거나, 혹은 다른 형태의 보상으로 대체가 가능하다는 반론이다.
Q. 전 세계가 거래하는데 우리만 막는다고 실효성 있을까
현재 정부는 암호화폐 투기를 규제하겠다는 큰 방향성만 제시하고, 구체적인 방안은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비이성적인 투기를 막기 위해서 거래소 폐쇄도 살아있는 옵션”이라고 말했다.
만약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소를 폐쇄한다면 시세는 내려갈 것이 확실시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암호화폐가 아예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마치 기업이 상장폐지가 된다고 해서 주식이 없어지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다만 암호화폐를 해외 거래소에 있는 지갑으로 보낸 다음, 그것을 팔아서 현지 통화로 바꾸고, 그것을 다시 국내로 들여오는 과정이 험난하다. 국가 간 외화 거래는 철저히 통제되기 때문이다. 거래가 용이하지 않으니 수요는 줄어들고 시세는 내려간다. 시세가 내려가고 올라갈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투기는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단지 폐쇄 가능성이 있다는 발언 한마디에도 시세가 요동친 것이 좋은 예다.
Q. 암호화폐 규제하면 블록체인 기술 도태된다?
암호화폐 거래 규제가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위축시키는 데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보상을 통해 간편하게 블록체인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상이 없어도 다른 형태로 블록체인을 유지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실제로 최근 나오는 일부 암호화폐는 채굴 과정을 아예 생략하거나, 혹은 화폐가 아닌 포인트(토큰) 형태로 내부에서만 이용 가능한 보상을 지급하는 사례도 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화폐라는 단순한 목적을 넘어 다양한 서비스에서 블록체인의 장점을 접목한 다양한 서비스가 시도되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투기 광풍을 타고 너도나도 기술적 혁신 없이 만들어진 암호화폐를 규제함으로써, 보다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접목된 블록체인 활용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Q. 암호화폐는 아무나 만들 수 있다?
암호화폐 자체를 만드는 일은 매우 쉽다는 것이 많은 개발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심지어 능숙한 개발자라면 단 10분이면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기존에 공개된 암호화폐 소스를 바탕으로 그럴듯한 이름을 붙이고, 발행 규모만 결정하면 되기 때문. 진짜 어려운 것은 해당 암호화폐에 참여할 초기 투자자를 모으는 일이다. 이를 증시의 기업공개(IPO)에 빗대 암호화폐공개(Initial Coin Offerings, ICO)라고 한다.
Q. 암호화폐를 감히 ‘바다이야기’에 비유해?
투기 광풍이 불고 있는 암호화폐는 사행성 게임 ‘바다이야기’ 사태에 비유되기도 한다. 근본적인 속성은 다르다. ‘바다이야기’는 애당초 개발자가 정한 확률에 의해 기대 수익이 결정되지만, 암호화폐는 시세에 따라 투자 수익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모두가 다 아는 기초적인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지적이 나온 이유는 ‘투기 과열’과 ‘정책 부재’라는 공통점 때문이다. 암호화폐는 2017년 중순부터 시세가 급등하며 주목받았지만, 거래 자체는 2015년부터 국내 거래소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암호화폐와 관련한 어떠한 제도도 마련되지 않았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투기가 과열되면서 결국 규제 방침이 나왔지만, 아직까지 뒷받침할 만한 제도나 규정이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 1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국회의 동의 없는 거래소 폐쇄는 불가능하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Q. 블록체인은 정말 미래를 바꿀 기술인가
블록체인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주목받는 기술임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가능성 측면에서는 충분히 높게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 이를 도입해 사업적으로 성공한 사례는 없다.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가 블록체인이 잘 작동한다는 것을 증명해냈지만, 그것 자체로 어떠한 비즈니스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빅데이터’에 대한 논의가 수년째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이를 활용한 뚜렷한 성공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과 비슷하다.
봉성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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