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12일 코스닥은 전일 대비 2.41% 오른 873.05에 거래를 끝냈다. 장중 한때 4% 이상 오르고 선물시장에 요동쳐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코스닥에 사이드카가 걸린 것은 2009년 5월 이후 9년 만이다. 코스닥은 지난 2일 올해 첫 거래를 시작해 50포인트 이상 상승하는 등 호황을 누리고 있다.
코스닥에 사이드카가 발동되기 하루 전인 11일은 암호화폐 시장에는 ‘검은 목요일’이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투기심리를 잡겠다며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 폐쇄 계획을 언급해서다. 비트코인·이더리움·리플·비트코인캐시·에이다, 주요 5대 암호화폐 가격은 연 이틀 20~30% 급락했다. 거래소 폐쇄로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일종의 뱅크런이 일어난 셈이다.
11~12일 38.14포인트 급등한 코스닥과는 대조를 이뤘다. 암호화폐 시장은 12일 코스닥 거래가 마감되기 직전인 오후 3시께 반등을 시작했다. 코스닥이 거래를 멈춘 13일(토요일)에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코스닥과 암호화폐 시장 간에 일종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코스닥과 암호화폐 간에 디커플링 현상은 앞으로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성장한 암호화폐 시장은 어느새 코스닥의 위치를 위협하고 있다. 국내에서 거래되는 암호화폐의 시가총액은 약 160조 원으로 코스닥(약 302조 원)의 절반 수준이다. 그러나 투자자 수는 약 300만 명으로, 코스닥 투자 인구 230만 명보다 많다.
하루 거래량도 10조 원 수준으로 코스닥(약 7조 원)을 앞선다. 코스닥보다 암호화폐 시장에 개미투자자가 더 많고 거래도 활발한 셈이다. 고위험·고위험 투자처로서 암호화폐와 코스닥은 닮았다. 안전성은 기업의 펀더멘탈에 바탕을 둔 코스닥이 앞서지만 등락폭과 거래시간에 제한이 없는 암호화폐에 더 많은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기업 경기 활성화를 위해 코스닥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을 유도하고 있다. 정부는 하필 박상기 장관의 발언이 있던 11일 3000억 원 규모의 ‘코스닥 스케일 업(scale-up) 펀드’를 조성하는 등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을 발표했다. 이에 비해 암호화폐 시장은 투기심리에 기반하고 있다고 보고 있어 앞으로 옥죄기를 계속할 계획이다. 정부는 15일에는 거래실명제 등의 규제방안을 내놨다. 코스닥으로서는 호재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암호화폐 시장은 정부 정책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줘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졌다”며 “이에 비해 코스닥은 정부의 증시 부양책을 바탕으로 실적 중심의 종목을 중심으로 상승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고위험·고위험 투자자산은 암호화폐에서 자연스레 코스닥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특히 6·13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규제책을 펴기 어려운 만큼 초기에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청와대가 중소·중견기업 육성을 위해 코스닥 시장을 부양할 계획인데, 암호화폐 열풍은 자칫 이를 저해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과연 시장이 정부의 의도대로 흘러갈지 두고 볼 일이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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