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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장밋빛 내수 잿빛…문재인표 소득 주도 성장 빨간불

기업 설비투자 아시아 최고 반면 가계지출 역대 최저…최저임금 인상도 효과 의문

2018.01.13(Sat) 09:56:22

[비즈한국] 지난해 우리나라 기업들의 설비투자 증가율이 아시아 주요국 중에서 가장 컸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수출 환경이 개선될 것을 기업들이 예상하고 생산을 늘리기 위해 투자를 확대했음을 의미한다. 수출환경 개선이 예상되는 것과 반대로 내수는 더욱 쪼그라들고 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에서 가계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역대 최저치로 하락하는 등 내수가 더욱 위축된 데다 최저 임금 여파로 고용시장 냉각기가 길어질 조짐을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기업·수출 주도 성장에서 벗어나 가계·내수 중심으로 경제 구조를 바꾸려는 ‘소득 주도 성장’에 빨간불이 들어온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신년사에서 올해 정책 과제로 가장 먼저 최저임금 인상 문제를 언급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영국 경제연구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지난 11일 ‘투자와 수출의 선순환 고리’ 제목의 보고서에서 “수출 주도 경제 구조를 가진 아시아 국가들이 최근 세계 무역 회복세의 혜택을 많이 받고 있다”면서 “올해 아시아 국가들은 지난해 견고한 수출 성장을 올해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지난해 일부 아시아 국가들의 투자 확대가 올해 세계 무역 회복세에서 이득을 가져다 줄 것으로 내다봤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한국은 지난해 설비투자가 전년 대비 16.3% 늘어나 아시아 국가 중 상승률이 가장 컸다”며 “이는 반도체나 석유화학 제품 등 고부가가치 제조상품에 대한 세계적인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한국 기업들의 설비투자 증가율(16.3%)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가 조사한 아시아 11개 주요국 중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말레이시아가 12.3%로 한국 다음이었고 필리핀이 11.6%였다. 한국 외에 설비투자 증가율이 10%를 넘은 나라는 이 두 나라뿐이었다. 중국은 설비투자 증가율이 제자리걸음을 했고 홍콩(-4.6%), 싱가포르(-0.9%), 대만(-0.8%), 인도(-0.5%) 등은 감소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올해 세계 무역이 확대되면서 지난해 설비투자를 늘린 아시아 국가들, 이 가운데서 한국이 그 수혜를 가장 많이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올해 수출 전망은 밝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시티그룹은 “2018년 한국 수출은 글로벌 경기 확장세에 따른 대외 수요 증가로 완만하게 증가할 것”이라며 “올해 수출이 5%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문별로는 반도체의 성장세와 함께 석유제품의 점진적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러한 수출 부문의 장밋빛 전망과 달리 내수는 크게 위축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1~3분기 기준) GDP에서 가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5.8%로 역대 최저수준까지 하락했다. GDP 대비 가계지출 비중은 2010년 49.0%에서 2011년 49.6%로 오른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 중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난해 2분기와 3분기에는 GDP 대비 가계지출 비중은 각각 44.8%와 44.9%로 45% 밑으로까지 떨어졌다. 

 

GDP 대비 가계지출 비중이 떨어졌다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소득 주도 성장이 첫 발부터 삐걱거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문재인 정부는 기존의 기업을 중심으로 한 수출주도 성장에서 벗어나자며 가계의 소비를 통해 내수를 확대하는 소득 주도 성장을 내세웠다. 이를 위해서는 가계의 소득을 늘려줘야 한다며 최저임금 인상과 일자리 확대 정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경제지표나 전망은 정부의 뜻과 반대로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신년사에서 올해 정책 과제로 가장 먼저 최저임금 인상 문제를 언급한 것은 이러한 경제 흐름에 대한 우려가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의미 있는 결정”이라며 “저임금 노동자의 삶의 질을 보장하고 가계소득을 높여 소득 주도성장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여주는 지원대책도 차질 없이 실행할 것”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가 감소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데 집중할 것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노동시장 상황은 문 대통령의 의지와는 반대로 가고 있어 올해 가계지출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취업자 수는 1년 전에 비해 25만 3000명 증가했지만 도소매·숙박음식업의 취업자 수는 오히려 5만 1000명 감소했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점포나 식당, 여관 등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가게에서 일할 직원을 줄이고 나선 것이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임금 노동자의 일자리가 줄고 생활물가는 상승하는 등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억제 정책에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축소까지 겹치면서 저임금 일용직 건설노동자의 대량 실업도 예상된다”며 “이에 반해 기업 수출은 호조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올해가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이 모순에 직면하는 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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