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백전백승은 없다. 손자병법에 나온다고 알려진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는 말은 허구다. 손자병법엔 ‘지피지기 백전불태’라고 쓰여 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다. 적과 나를 알면 예측할 수 있다. 예측할 수 있으면 대비할 수 있다. 대비하면 위태롭지 않다. 절대 지지 않는 싸움이다.
절대 지지 않는 게이머가 한 명 있다. 바로 이영호다. 누군가는 이영호가 종족 때문에 최강자에 올랐다고 한다. 누군가는 맵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틀렸다. 최근 이영호를 비롯한 여러 테란 게이머들이 저그전에 쓰는 ‘1-1-1(원배럭- 원팩토리-원스타포트)’ 빌드는 이 기본에 충실하다. 저그의 모든 빌드에 대항할 수 있을 만큼 유연하다. 저그가 초반 러쉬를 하면 원배럭 상태에서 배럭을 하나 더 올린다. 저그가 러커를 준비하면 원배럭과 원팩토리 이후 팩토리를 추가한다. 뮤탈리스크는 원스타포트에서 꾸준히 생산한 베슬과 레이스로 막는다.
저그의 모든 타이밍을 봉쇄한다. 저그가 멀티를 가져가면 벌처로 견제한다. 저그의 주력 유닛인 뮤탈리스크가 나올 때 카운터유닛인 베슬을 준비한다. 물량으로 승부하기엔 테란의 물량이 더 빠르게 나온다. 유연한 만큼 전장을 완벽하게 지배한다. 많은 저그 게이머가 “이길 틈도 안 나온다”라고 넋두리한다.
이 빌드에 비밀은 없다. 유례 없던 빌드가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 이재호가 사용했고 그 이전엔 임요환이 사용했다. 이 빌드가 무적이라 불리는 이유는 이영호의 마인드에 있다. 이영호는 1-1-1 이전에 5배럭 빌드를 유행시켰다. 그가 1-1-1이라는 사장된 빌드를 꺼낸 이유는 새로운 칼을 꺼내 승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 빌드가 무적이어서 사용하는 게 아니다. 이영호가 무적이 되기 위해 또 다른 카드 패를 손에 쥐기 위해 준비했다.
이영호는 기존 5배럭으로도 아프리카TV 최강자의 반열에 올랐다. 이 자리를 놓치지 않으려 갈고 닦기 위해 1-1-1 빌드를 준비했다. 최강자라는 단어에 ‘완벽’이라는 수식어를 넣기 위해 준비한 셈이다. 혹자는 이영호가 종족, 빌드 때문에 최강자에 올랐다고 한다. 하지만 틀렸다. 이영호를 최강자로 만든 이유는 최강에 대한 집착 때문이다. 백전불태 최강자가 되기 위한 마인드가 그를 정상에 올렸다.
구현모 알트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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