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32조 원에 달하는 서울시금고 운영 입찰을 앞두고 시중은행 ‘빅4’의 경쟁이 치열하다. 서울시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서울시금고 운영을 맡길 은행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1월 말 낼 예정이다. 앞서 103년간 우리은행이 서울시금고 운영을 독점해 맡았지만 이번만큼은 변수가 많다.
서울시금고 운영을 맡는 은행은 서울시 예산을 관리하게 된다. 주된 업무는 서울시에서 발생하는 각종 세입세출금의 수납과 지급을 비롯해 유가증권의 출납 및 보관이 포함된다. 서울시금고는 다른 지방자치단체보다 6~8배 규모가 커 은행들로서는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다.
은행 간 경쟁이 거세지지만 입찰 전에 임하는 온도차는 존재한다. 가장 열성적인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 14만 경찰 공무원의 대출과 복지카드를 제공하는 사업자였다가 지난해 7월 이를 KB국민은행에 빼앗겼다. 지난해 10월 수백조 원 규모를 다루는 국민연금 주거래은행 선정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적신호가 들어온 기관영업 관리에 팔을 걷어붙였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기관영업을 진두지휘하는 자리를 본부장급에서 부행장급으로 승격시켰다. 더 이상 밥그릇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라는 평가다.
신한은행은 현재 서울시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지자체 중 큰 규모인 인천시금고를 운영한다. 2019년 인천시금고 재선정을 두고 하나은행과 격전이 예상돼, 서울시금고만큼은 놓쳐서는 안 된다는 셈법이 작용했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해 6월 20일 인천 청라동에 그룹 통합데이터센터 준공식을 여는 등 인천시와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
하나은행도 기관영업에 열의가 가득하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번 서울시금고 입찰만큼은 전사적으로 사활을 걸고 있다. 입찰공고가 구체화되면 하나은행의 다양한 강점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행장이 바뀐 KB국민은행도 서울시금고 쟁탈전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금고 선정이 허인 신임 KB국민은행장의 능력을 가늠해볼 첫 평가 무대이기 때문이다. 허인 행장은 언론을 통해 “서울시금고 사업자로 선정되는 건 무한한 영광이다. 공고 내용을 확인해야겠지만 복수 사업자 선정이 가능하면 적극적으로 뛰어들 생각이다”고 말했다. 단독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할 경우를 대비해 뒷문을 열어둔 셈.
금융업계에서는 KB국민은행 역시 서울시금고 기관영업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알려진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입찰 공고가 나지 않은 상황이라 말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비상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올 초부터 서울시금고를 사수하기 위해 백방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03년간 서울시금고를 독점한 데 대해 비판이 쏟아져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서울시금고 수성은 손태승 행장의 취임 후 첫 번째 평가무대이기도 하다.
우리은행은 그간 서울시금고를 맡으며 전산시스템 운영과 예산관리에 강점이 있다. 공금 운용인력과 서울시내 영업점 수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서울시와 긴밀하게 연계해 다양한 지자체 사업을 진행해온 것도 유리하다. 하지만 서울시와 협업하는 과정에서 잡음도 나오고 있어 도리어 약점이 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덕흠 자유한국당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서울시에 출연한 기금 중 10억 원을 박원순 시장의 지인이 운영하는 재단에 기부했다. 입찰 때 서울시를 위해 사용하겠다고 책정한 예산을 민간 재단에 기부한 것.
감사원도 이를 지적한 바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서울시는 우리은행에 보낸 공문을 통해 해당 재단에 기부할 것을 요청했고, 우리은행이 서울시에 출연한 시정협력사업비 중 10억 원이 재단 운영비와 기본재산으로 관리됐다고 지적했다.
금융업계에서는 은행과 지자체의 유착 의혹은 과도한 경쟁 때문으로 진단한다. KB국민·우리·신한·KEB하나, 4개 시중은행이 비슷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 보니 시금고 선정 과정에서 ‘지역사회 기여 및 시와의 협력사업 항목’이 성패를 좌우한다고 보고 있다.
지난 4년간 우리은행이 시금고를 맡으며 서울시에 낸 출연금은 1400억 원 이상이다. 한정된 파이를 두고 경쟁해야 하는 기관영업 환경을 고려했을 때, 이번 서울시금고 유치를 위해서는 2000억 원은 써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것도 변수다. 지자체장들이 바뀔 것을 염두에 두고 시금고 거래 은행을 바꾸려는 움직임도 있다”며 “또한 금융사에 대한 대내외적 평판도 감안되는 만큼 결과를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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