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세 번째 시즌을 맞은 ‘한국미술응원 프로젝트’는 한국미술 응원 개념에 더 충실하기 위해 소외돼온 작가와 흐름을 조명하는 데 더욱 적극적으로 초점을 맞춘다. 현재 우리 미술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경향-팝아트, 재료와 기법의 다양한 개발, 순수한 미감의 재해석 등-에서 역량 있는 작가 발굴은 기본으로 하면서, 우리 미감을 현대화하는 분야의 작가 발굴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는 한국미술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소명이라는 생각에서다. 특히 2018년 세 번째 전시회에서는 관람객들과 더 적극적인 소통을 위해 작가와의 대화, 작품 시연, 작품 해설, 소품 특별전의 확대 등을 계획하고 있다.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탄생이나 죽음의 수수께끼, 사랑이나 선이 지닌 본성적 가치, 자연이 일깨워주는 절대 가치 같은 것이 그렇다. 일출이나 일몰, 달의 순환이 보여주는 절대 감정도 그렇다. 과학적으로 따지면 우주의 질서도 변하는 것이지만, 해와 달이 연출해낸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감정에는 변함이 없다. 여기서 절대 미감이 나왔다. 시대나 환경을 뛰어넘어 가치를 인정받는 아름다움이다. 이런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순수 예술이다.
이영수 회화가 지향하는 세계는 절대 미감이다. 그래서 그의 그림에는 탐미적 요소가 농후하다. 그것도 찰나의 결정적 아름다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말로 아름다운 세계는 순간적으로 우리 곁을 스치고 사라져버린다. 그 짧은 순간의 아름다움을 잡아내는 것이 탐미적 예술인 셈이다.
이영수는 왜 이처럼 찰나적 아름다움을 포착하려는 것일까.
그의 작업이 탐미적 세계만을 추구했다면 장식적 회화에 머물렀을 것이다. 순간적 아름다움을 통해 작가는 교훈 같은 것을 담고 싶어 한다. 자연을 포함한 세상 모든 만물은 항상 변한다. 변하지 않는다면 죽은 것이다. 살아 있기 때문에 변하는 것이며, 변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아름다운 것일지라도 결국은 변하고 사라져 버린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풍경의 한 순간을 통해 인생의 유한함이나 삶의 덧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이런 생각을 이슬방울과 양귀비꽃 풍경을 통해 표현한다. 이슬방울은 꽃잎이나 풀 혹은 잎사귀를 배경 삼아 극사실적으로 표현된다. 이슬방울의 영롱한 빛은 찰나적 아름다움을 극적으로 표현하는 데 최적의 소재이자 주제인 셈이다. 클로즈업해서 그려내는 이슬방울 속에는 하나의 세계가 투영돼 있다. 작은 세계 안에 우주의 한 부분이 담기는 것이다. 그렇지만 순식간에 사라지고 마는 유한한 자연이다.
그러한 순간을 포착하는 작가의 감각은 치밀하면서도 함축적이어야 한다. 섬세한 묘사력이 이를 잘 드러내고 있다. 찬란하게 빛나는 이슬방울일수록 사라지는 순간도 빠를 게다. 반짝이는 빛은 이슬방울에 있어서는 생명의 불꽃같은 정절의 순간이며, 빛을 발하는 만큼 아름답게 보이기 때문이다.
이슬방울 연작이 치밀한 묘사력으로 자연의 찰나적 아름다움을 담아냈다면, 양귀비꽃 풍경 연작은 색채를 통해 탐미의 세계에 접근하고 있다. 양귀비는 간결한 구조로 섬세한 미감을 보여주는 꽃이다. 그는 오랜 관찰 경험으로 꽃의 구조를 파악하고 단순화시킨다. 그래서 색채의 풍성한 감성이 도드라져 보인다.
찰나적 아름다움으로 삶의 유한함과 자연의 무상함을 표현하는 이영수의 회화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곳은 절대미감의 탐미적 세계로 보인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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