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직접 구매(직구)’가 대세가 된 지 오래다. 중국의 쇼핑 축제인 광군제에 지갑을 여는 사람은 중국인만이 아니다. 다양한 커뮤니티에 알리바바(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의 제품 링크와 직구하는 법이 올라온다. 직구의 원조인 블랙 프라이데이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 유통업체를 거쳐 사는 물건보다 싸다. 산지에서 몇 백 원인 물건이 마트에서 몇 만 원이 되는 기적도 유통 구조 때문이다. 물가와 농산물 기사에 해법으로 제시되는 유통 단계 단순화 역시 마찬가지다.
언론사도 ‘패싱’이 대세다. 청와대는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국민과 직접 소통한다. 직접 민주주의를 이야기한 정부답게 직접 소통을 강조한다. 청와대 수석이 페이스북 라이브로 국민과 질의응답한다. 예전 같았으면 TV를 사용했을 텐데 말이다. 모든 분야에 ‘직접’이 강조되는 시대다.
게임계도 다르지 않다. 리그오브레전드의 제작사인 라이엇 게임즈는 최근 한국에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롤챔스) 대회의 상표권을 등록했다. 인접 저작물인 대회의 상표권을 게임 제작사가 등록하는 일은 드물다. 그래서 충격이었다. 리그오브레전드 e스포츠화에 기여한 온게임넷과 스포티비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 사실상 ‘방송사 패싱’이다.
최근 e스포츠의 특징은 게임사의 참여다. 후원에만 머물던 게임사가 e스포츠 대회 운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라이엇 게임즈는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을 개최하고 블리자드는 블리즈컨(BlizzCon·미국 게임사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주최하는 게임 전시회)과 월드 챔피언십 시리즈를 운영한다. 방송사가 최고 권위를 지닌 과거와 다르다. 인터넷에 기반한 생방송 스트리밍 플랫폼이 발전했고 기술장벽이 낮아졌다. 게임사가 직접 유통할 수 있게 됐다. 더 이상 방송사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라이엇 게임즈의 직접 송출 및 운영을 지지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온게임넷과 스포티비의 운영 미숙과 혁신 부족을 질타한다. 반면 혹자는 라이엇 게임즈의 행보에 대해 그동안 기여한 방송사를 통째로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한다. 양쪽 다 진실이다.
그동안 온게임넷과 스포티비는 한국 e스포츠에 기여했다. 하지만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비판도 타당하다. 라이엇 게임즈가 크게 개입하는 해외 대회에 비하면 게임 중계 측면에서 아쉽다. 뜬금없이 관중을 비추는 카메라 워크, 부족한 통계수치 등 오랫동안 지적된 사항들이 개선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이 때문일까. 최근 온게임넷은 롤챔스 차기 시즌의 온라인 동시 중계를 하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이에 팬들은 롤챔스의 흥행 실패를 우려한다. 일부는 해당 시간에 배틀그라운드(카카오게임즈에서 서비스하는 인기 온라인 배틀로얄 게임) 대회가 생기길 바라고 있으나, 밝혀진 것은 없다.
방송사가 주도하던 스타크래프트 시대에서 게임 제작사가 주도하는 리그오브레전드 시대로 넘어왔다. 방송사의 권력은 무너지고 인터넷 스트리밍 플랫폼은 떠오른다. 게임 제작사의 ‘방송사 패싱’은 e스포츠 업계의 메기가 될까 아니면 몰락의 시초가 될까. 2018년은 e스포츠의 새로운 원년이 될지도 모르는 해다.
구현모 알트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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