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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 빅3'가 산업재해를 대하는 자세, 'MB 사돈' 한국타이어는요?

'강성노조' 금호 산재 인정 수월, 한국은 은폐 의혹, 넥센은 잘 알려지지 않아

2018.01.05(Fri) 06:34:19

[비즈한국] 타이어 생산 노동자들이 인체에 유해한 작업 환경에 노출돼 각종 질병을 앓고 심지어 사망에까지 이른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 국내 타이어 업체별로 산업재해와 관련 대응 방식은 달랐다. 금호타이어는 상대적으로 산재 인정을 수월하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타이어는 노동자들이 산재 신청을 하기 어려운 분위기이고 사측도 합의 종용을 통해 축소 시도를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넥센타이어의 경우 두 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산재와 관련한 내용이 덜 알려져 있는 실정이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의 한국타이어 본사. 사진=박정훈 기자

 

타이어 노동자들의 건강 문제는 한국타이어에서 2006년부터 2007년까지 1년 새 전·현직 직원 15명이 한꺼번에 사망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대두돼 왔다. 타이어 생산 공정은 고무를 녹여 타이어를 제조하기까지 화학물질 배출과 고압·고온을 요구하는 과정이 많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1998년부터 타이어 등 고무관련 산업을 인체 발암성이 확실한 그룹으로 분류한다.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가 2009년 산업안전보건공단을 통해 입수한 1996년부터 2007년까지 국내 타이어 3사의 ‘연도별 사망자 현황’에 따르면 정도 차는 있으나 중증 질병으로 사망한 노동자들이 금호·한국·​넥센 타이어 3사 모두 있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업체별 사망자 수는 금호타이어가 100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한국타이어 93명, 넥센타이어 53명이었다. 사망자는 자살 등 개인사고와 산재사고, 각종 질병으로 인한 사망이 포함된 숫자다. 질병 사망과 관련해 3사 모두 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가장 많았는데 한국타이어 29명, 금호타이어 27명, 넥센타이어 16명 순이었다. 순환기질환으로 사망한 노동자는 한국타이어 14명, 금호타이어 16명, 넥센타이어 7명이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이나 산재발생 사실은폐 사업장 등 일부를 제외할 경우 개별회사의 산재와 관련한 현황을 공표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타이어 3사의 2008년 이후 정확한 노동자 사망자 수와 원인 파악에 한계가 있다. 

 

다만 한국타이어의 경우 구체적인 숫자가 더 확인된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울산 동구)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2008년부터 2016년 1월까지 한국타이어 사망자 현황을 보면 자살자 11명을 포함해 46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한국타이어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질병은 폐암, 비인두암, 뇌종양, 급성 심근경색, 다발성골수종, 신경섬유종, 급성 림프구백혈증, 간경화, 혈구포식림프조직구증 등 다양했다. 

 

산재협의회 관계자는 “현행법은 자살에 대한 산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타이어 생산 공정에서 독성 물질의 과다 흡입으로 노동자가 정신질환으로 자살할 수 있다는 의학계의 보고가 있다”며 “자살 원인과 관련되어서도 정밀한 조사,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주했다. 

 

산재협의회는 한국타이어에서 산재승인을 신청해도 승인을 받는 비율은 1997년 이후 현재까지 1%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실례로 2008년부터 2016년 1월까지 한국타이어 사망자 46명 중 산재승인을 받은 사망자는 3명에 그쳤다. 산재신청을 했어도 불승인을 받은 사망자는 20명, 미신청 사망자는 23명에 달했다. 2017년 2월에도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노동자 1명이 수면 중 심정지로 사망했다. 하지만 산재 신청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원인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산업안전보건공단이 한국타이어 역학조사를 실시한 결과 “유해물질이 사망의 직접원인으로 보기에 불충분하다”는 입장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전국금속노조 관계자는 “한국타이어에서 노동자가 산재 신청을 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사측은 산재신청 노동자에 대해 인사징계 등을 하거나 노동자 개인에게 보상하는 공상처리 합의를 종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안전사고로 인한 사망 등 중대재해 발생 시 고용부는 점검을 완료할 때까지 작업중지 조치한다. 그런데 공상처리 등으로 합의되면 사측으로선 작업중지나 다른 불이익도 없다. 따라서 알려지지 않은 사고들은 훨씬 많다”고 꼬집었다. 

 

고용부는 2016년 12월 한국타이어가 2013년 11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산재 발생 보고의무를 위반한 ‘산재 은폐’ 최다 사업장으로 공표했다. 이 기간 한국타이어는 금산공장 7건과 대전공장 11건 등 모두 18건을 위반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해 배기가스와 관련해 각종 안전장치를 마련해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산재 보고 위반 문제는 고용부와 법해석 차이에서 비롯됐으며 과태료를 납부했고 이후 위반 사례는 없다”며 “향후 수년간 단계적으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작업 안전성을 대폭 향상시켜 나갈 계획이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앞서의 산재협의회 관계자는 “한국타이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기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역학조사는 이명박 정부에서 실시됐다. 대선 후보시절부터 타이어 생산 노동자들의 질병 사망원인 규명과 종합대책 마련을 약속해 온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변화된 기조가 감지되고 있어 고무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과 전국금속노조 조합원들이 2016년 8월 국회 정론관에서 한국타이어의 산업재해 은폐와 재해 노동자 탄압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박은숙 기자


산재와 관련해 금호타이어는 한국타이어와 전혀 다른 양상이다. 안전사고뿐만 아니라 중대 질병으로 보기 어려운 근골격계 질환(단순반복 작업을 오래해 생기는 근육계통 질환)도 산재 승인이 이뤄지고 노동자는 법에 따라 요양을 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우리 노조는 강성으로 손꼽힌다. 노동자들의 산재 신청도 활발하며 사측도 이에 협조하고 있어 산재 승인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요양을 통한 노동자들의 건강 회복으로 오히려 중증 질병으로 인한 산재는 발생 빈도가 매우 낮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금호타이어 노조에 따르면 2017년 산재승인을 받은 노동자는 15명이다. 사망자는 3월 광주공장 안전사고로 인한 1명 외에는 없다. 2010년 이후 광주와 곡성공장에서 질병으로 사망한 노동자는 2013년까지 모두 5명이다. 

 

한편 넥센타이어는 2014년 창녕공장에서 지게차 안전사고로 피해 노동자가 신체 일부 운동능력을 상실한 것 외에 산재 사고 사례가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외부 감시기구가 있는 한국타이어나 강성 노조의 영향을 받는 금호타이어와 다른 양상이다. 넥센타이어 관계자는 “2014년 이후 산재 사고가 발생한 사례는 없다. 지속적인 교육 확대, 노조와 협의 등을 통해 안전경영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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