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2015년 12월 간통죄 폐지 후 부정행위를 한 배우자와 내연남·내연녀를 상대로 한 위자료청구소송이 급증했다. 이와 함께 흥신소, 심부름센터 등이 호황을 누리게 됐는데, 최근 공인탐정제도 도입을 위한 입법 논의가 진행되면서 민간조사사(PIA·Private Investigation Administrator) 자격증을 미리 따놓으려는 이들이 늘었다. 하지만 국내 유일 민간조사사 자격증 발급기관인 ‘A 교육재단’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A 교육재단을 민간조사사 자격증 발급 기관으로 지정해준 곳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고, 주무부처는 경찰청이다.
A 교육재단 사무실을 찾아 일반인 입장에서 직접 상담을 받아봤다. 재단 관계자에 따르면, 민간조사사 자격증 검정시험 응시자가 A 교육재단에 1차 회비 58만 원을 납부하면, A 교육재단은 응시자에게 회원증과 함께 과목별 기본 수험서 5권, 그리고 실전예상문제집을 지급한다. 그런데 검정시험 2~3주 전에 응시자에게 지급되는 실전예상문제집(300문항)에서 검정시험(과목별 25문항, 총 125문항)의 문제 절반 이상이 동일하게 출제된다. 이 문제들만 맞혀도 50점을 받게 된다. 민간조사사 자격증의 합격 기준 점수는 60점이다.
A 교육재단 관계자는 “실전예상문제집만 외우면 50점을 받을 수 있다”며 “나머지 절반 문제도 실전예상문제집에 나온 문제를 인용한 것이기 때문에 실전예상문제집만 외우면 누구나 맞힐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격증 남용이 아니냐는 지적에는 “이론보다 실전이 중요하다. 기본 소양만 쌓으면 되기 때문에 형식상 검정시험을 보는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고 밝혔다.
A 교육재단은 국정원 직원, 경찰 등과의 커뮤니티 연계를 내세워 민간조사사 자격증 검정시험 응시자를 모집하기도 한다. A 교육재단 관계자는 “58만 원 회비만 입금하면 국정원 직원들과 경찰서장 출신 퇴임 경찰들이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공간에 회원을 초대해준다”며 “민간조사사 자격증을 떠나 이 점을 메리트로 느끼고 회원을 자처하는 이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국정원 직원과 경찰 상당수가 퇴직하기 전 민간조사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A 교육재단을 찾는다. 퇴직 후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이기 때문”이라며 “재단에서 이들을 소개해주는 것은 아니다. 기수별로 워낙 많은 국정원 직원과 경찰이 있으므로 자동으로 그들을 알게 되는 것이다. 각종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서도 그들과 친해질 기회가 많다”고 말했다.
A 교육재단은 민간조사사 자격증을 취득한 회원에게 취업 알선과 창업 컨설팅을 돕는다. 앞서의 관계자는 “민간조사사무소를 개업하면 월 2000만~3000만 원을 벌 수 있다”며 “의뢰인 대다수가 위자료를 한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 배우자의 불륜 현장을 잡아달라고 한다. 제대로 일처리를 해주면 지인을 소개해주고, 그렇게 입소문이 난다”며 “수임료가 정해진 게 아니기 때문에 건당 얼마 또는 위자료의 몇 %로 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청담동에 거주하는 한 부유한 부부가 ‘미성년자인 딸이 일요일마다 성관계를 갖는 것 같다’면서 한 회원에게 사건을 의뢰했다. 세 달 동안의 끈질긴 추적 끝에 그 현장을 잡아 성공 보수를 꽤 많이 받았다고 한다”며 일화를 소개해주기도 했다.
과장 정보 제공에 대한 지적에 그는 “상당수의 회원들이 일을 워낙 잘하다 보니 고수익을 내고 있다”며 “직원으로 채용되면 처음에는 월 200만 원 정도 벌고, 친한 회원의 사건을 도와주며 부수익을 챙기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상담 후 A 교육재단 운영자 C 씨에게 취재 내용에 대한 사실 확인을 요청하자 그는 “상담에 응한 관계자는 A 교육재단 소속이 아니라, 교재 판매업체 직원이다. 이 관계자가 교재 판매를 위해 과장되게 설명한 것으로, 이는 A 교육재단이 의도하거나 지시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해당 관계자도 “내 불찰이다. 과장되게 설명한 것은 책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했던 것으로 전적으로 내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의 명함은 A 교육재단 이사 직책으로 되어 있다. 명함에 대해 C 씨는 “교재를 더 잘 팔아 보겠다고 부탁해 허락해 준 것이지만, 기자의 지적에 따라 앞으로 명의를 쓰지 못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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