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서울시는 지난 12월 4일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앱) ‘지브로(Gbro)’를 선보이며, 연말 심야 택시 승차난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야심차게 내놓은 택시 호출 앱은 그러나 택시업계의 외면을 받으며 ‘탁상행정’ ‘혈세낭비’ 등의 비난을 받았다. ‘자체 개발’했다고 자찬하던 서울시는 현재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선을 긋고 있다. 어찌된 일인지 ‘비즈한국’이 들여다봤다.
당초 서울시는 단거리 승차거부의 원인을 카카오택시 앱에 목적지가 기재되기 때문으로 보고, 카카오 측에 목적지 미기재를 요청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후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말 ‘연말 심야 택시 승차난 해소 7대 대책’을 발표하며 골라태우기 방지를 위한 택시 호출 공공앱을 개발 완료하고 연말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시 자체 개발 택시호출 공공앱은 목적지 입력이 필요 없고, 주변 빈 택시를 검색해 승객이 택시를 선택해 호출하는 방식의 혁신을 시도한다’며 ‘기존 앱 택시의 골라태우기는 운전자를 특정할 수 없어 승차거부로 처분할 수 없었으나, 지브로의 경우는 승객이 호출시 운전자를 특정함에 따라 승차거부로 처분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택시업계는 “서울시가 사전협의 없이 개발한 앱을 출시하고 사용하도록 강요한다”며 “승차거부 처분을 당할 위험이 있는 앱은 사용하지 않겠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개인택시조합은 지브로 출시 직후 조합원들에게 앱 가입 자제를 요청하는 단체문자까지 보낼 정도로 완강한 입장을 보였다.
선두주자인 ‘카카오택시’가 굳건한 입지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의 반발까지 겹치자 ‘지브로’는 설 자리를 잃었다. 서울시는 업계와 이용자에 외면당하는 앱을 개발하기 위해 혈세 10억 원을 낭비했다는 비판과 함께 ‘탁상행정’이라는 지적까지 받게 됐다. 서울시는 ‘자체 개발’한 ‘공공 앱’이라고 홍보했던 것과는 다르게, 지브로에서 발을 빼는 형국이다.
서울시와 (주)한국스마트카드에 따르면 서울시가 자체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지브로’는 한국스마트카드에서 개발하고 운영하는 택시 호출 앱이다. 한국스마트카드는 티머니 교통카드 발행사로 잘 알려진 교통 결제서비스 사업자이다. 서울시는 2016년 12월 기준 한국스마트카드의 지분 36.16%를 보유하고 있다.
서울시 담당부처 관계자는 3일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지브로는 한국스마트카드의 신사업일 뿐 서울시와는 관련이 없다. 공공앱이라고 보도자료가 나가 혼선을 빚고 있으나, 현재 나오는 보도내용은 사실과 다르다. 승차난 해소 대책을 발표하는 보도자료에 ‘지브로’가 언급된 것은 맞지만 서울시가 개발한 것은 아니다”며 “서울시는 지브로 개발에 예산을 투입하지 않았다. 다만 시는 (주)한국스마트카드가 하겠다는 좋은 취지의 신사업을 막을 필요가 없어 ‘해보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택시업계가 올바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맞다. 어떤 정책을 내놓았을 때 일방적으로 반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일부 주장은 이해가 되지만, 앱 사용은 택시기사들에게 선택권이 있는 부분이다. 사용하지 않으면 된다”고 덧붙였다.
한국스마트카드 관계자 또한 지브로와 서울시의 관계에 대해 “서울시가 밝힌 것과 같이 지브로는 우리가 자체적으로 하는 신사업이 맞다. 혈세를 낭비했다는 등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어떤 과정을 통해 서울시의 보도자료에 ‘자체 개발’이라고 나갔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면서도 “다만 서울시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서울시와 지브로의 관계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답변하기 어려워 내부적으로 확인하고 공식적으로 답변 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이후 다시 연결된 통화에서 이 관계자는 “우리가 개발, 운영하고 있고 모든 비용 또한 우리가 투자하고 있다. 서울시와는 정책협조를 함께하고 있다. ‘자체 개발’이라는 보도자료는 잘못 나간 것 같다. 보도자료를 내면 우리 측에 확인 작업을 거쳐야하는데 확인하지 못했다”며 “우리 앱이 서울시의 정책을 따르고 있다 보니, 승차거부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차원에서 서울시가 홍보 쪽으로 협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앱 개발 및 시스템 구축비용으로 10억 원이 투자됐다는 보도에 대해 “한국스마트카드는 한번도 앱 개발에 들어간 금액을 밝힌 적이 없다. 통상적으로 이 같은 앱을 개발할 경우 10억 원가량이 들기 때문에 그런 보도가 나간 것 같다”며 부인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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