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1조 2000억 걸린 '보편요금제 쓰나미'에 물러설 곳 없는 이통 3사

정부 "통신비 절감 위한 마지노선" vs 통신사 "그것만큼은 수용 불가" 맞서

2018.01.03(Wed) 19:28:03

[비즈한국] 대통령 공약인 가계통신비 절감 정책과 관련, 통신사가 수세에 몰렸다. 정부와 통신사,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통신요금 절감 정책협의에서 정부가 제안한 ‘보편요금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부터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통신사들의 매출은 단순 계산으로 1조 2000억 원가량 줄어들게 된다. 그동안 다른 통신비 인하 정책협의는 평행선을 달려왔는데, 보편요금제만큼은 정부 측 의견이 확고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서울 시내 한 휴대단말 판매점 앞을 시민이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인 통신비 인하는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협의회)에서 다뤄지고 있다. 협의회는 정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시민단체, 이동통신 3사·알뜰폰협회·단말기 제조사 관계자 등 총 20명이 참여해 2017년 11월 10일 출범했다. 오는 2월 말까지 운영되며 협의회가 낸 결과는 3월 정기국회에서 활용된다.

 

그동안 도입됐거나 추진 중인 통신비 인하 대책은 크게 세 가지다. △신규가입자 선택약정할인률을 25%로 상향 △단말기 완전자급제 △보편요금제다. 선택약정할인은 지난해 통신사들이 소송전까지 불사하겠다며 강력히 반대했지만 도입됐고, 나머지 두 정책은 협의회에서 논의 중이다. 과기정통부는 협의회에서 세 가지 정책을 ‘패키지’로 묶어 도입해야만 통신비 인하 효과가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단말기 완전 자급제를 중심으로 나머지 두 가지 정책을 병행해야만 통신비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선택약정할인제도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자급폰·중고폰 사용자들에게도 요금할인으로 신규 구매에 상응하는 혜택을 주자는 판단에서 마련된 제도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으로 지난해 9월부터 선택약정할인율이 기존 20%에서 25%로 상향조정됐다.  

 

단말기 완전 자급제란 이동통신사는 통신 서비스만, 단말기 제조사는 휴대폰만 각각 판매하도록 법률로 규정하는 것이다. 현재는 단말기 구입과 통신 서비스 가입이 한 번에 이뤄지는 구조다.  

 

과기정통부는 단말기 완전 자급제 도입으로 ​연 8조 원대에 이르는 ​이통 3사 마케팅 예산 중 절반 정도 절감된다고 추정했다. 다만 이 경우 이통 3사의 영업이익은 4조 원 늘어나지만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직접적인 이익이나 통신비 인하 효과가 없어 선택약정할인 25% 상향과 보편요금제 병행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단말기 완전 자급제는 협의회가 첫 번째 의제로 삼고 출범 이후 최근까지 네 차례에 걸쳐 비공개 회의를 진행해왔지만 결국 무산됐다. 찬성 의견은 거의 없었으며, 대부분 중립이나 부정적 의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협의 무산에는 예상되는 부작용이 크게 작용했다. 단말기 완전 자급제 도입으로 선택약정할인 25% 제도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돼서다. 단말기 완전 자급제가 시행되면 통신사는 현재 가입자에게 통신사 이동을 하지 않는 등의 조건을 걸고 지급하는 단말기 지원금을 더 이상 줄 이유가 없어진다. 통신사는 지원금 실적과 지원금을 받은 가입자가 일으킬 미래 수익을 근거로 할인율을 산정하는데, 지원금 내역이 없어지면 자연스럽게 선택약정할인 제도가 사라진다. 

 

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협의회는 사업자(통신사)들이 원할 경우 얼마든지 (단말기 자급제) 자체 시행이 가능한 만큼, 일단 의무 조항 없이 시장이 자율적으로 자급제를 활성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오는 2월 협의회 활동이 종료되면 국회에서 다시 논의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말했다.

 

단말기 자급제가 무산되면서 정부 측은 보편요금제에 힘을 싣고 있다. 앞서의 통신비 인하 정책 세 가지 가운데 추진 의지가 가장 강력하다. 지난해 12월 22일부터 협의회에서 논의가 시작됐고, 1월 중순쯤 결론 낼 가능성이 높다. 

 

보편요금제는 기존 월 3만 원대에 해당하는 음성통화 200분·데이터 1GB를 2만 원대에 제공하는 요금제다. 이 제도는 통신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에 이 요금제 출시를 강제한다. 출시 대상을 한 업체로 제한해도, 경쟁업체인 KT와 LG유플러스가 뒤따라 비슷한 수준의 요금제를 출시할 수밖에 없다. 

 

알뜰폰 업계도 보편요금제보다 저렴한 상품을 출시할 가능성이 높다. 전체 통신시장 요금이 낮아지는 구조다. 앞서의 협의회 관계자는 “대통령이 공약한 통신요금 기본료 폐지 수준인 월 1만 1000원 수준만큼 내리려면 이 구조가 필수”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보편요금제로 연간 1조 2000억 원가량의 통신비가 절감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이통 3사의 매출이 1조 원가량 빠져나간다는 얘기다. 이통 3사는 보편요금제 도입에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단말기 완전 자급제는 논의 과정에선 협의 가능성을 열어뒀으나, 보편요금제만큼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선택약정할인율 상승으로 이미 매출과 영업이익률에 타격이 크다. 보편요금제 도입은 통신 시장 전체를 흔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사들은 반대 목소리를 내는 한편, 행동으로 옮기기도 한다. SK텔레콤, LG유플러스, KT가 각각 다른 형태로 일부 요금제를 잇달아 ‘자진 인하’했는데 이는 일종의 ‘명분 쌓기’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통 3사는 ‘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밝혔지만, 제 살을 깎는 개편을 통해 가계통신비 절감 효과를 내면서 보편요금제 도입 필요성을 약화 시킨다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업계 관계자들은 보편요금제 도입만큼은 통신사들이 수세에 몰렸다고 입을 모은다. 보편요금제를 추진 중인 정부는 물론 시민단체와 휴대폰 유통점 대표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도 이 정책에 힘을 싣고 있다. 알뜰폰 업계가 생존권에 위협이 된다며 반대 의견을 내며 통신사 쪽에 섰지만, 과기정통부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점유율을 지켜줄 수 있는 특별 조항을 신설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동통신시장 점유율 88%(이통 3사)보다는 12%(알뜰폰 업계)에 특례를 주는 방식으로 전체 통신 요금을 줄인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통신사 입장에선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만큼 알뜰폰 업계가 같은 편이라고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협의회는 보편요금제 논의를 오는 12일부터 이어간다.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는 “단말기 완전 자급제의 경우 통신사 입장에선 자급제용 단말기 출시 확대, 유심요금제 출시 활성화 등 대응방안이 있지만, 보편요금제는 상대적으로 별다른 대안이 없다”며 “완전 자급제 논의도 간신히 임시 합의를 냈는데, 보편요금제 논의의 경우 정부 측 의지가 강력하더라도 양측이 강력하게 대립하는 만큼 보편요금제 논의도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핫클릭]

· 롯데케미칼이 직원 독려했는데 왜 중고나라에 롯데호텔 숙박권 폭풍 매물이…
· 사상 최대 실적 NH농협은행, 사상 최대 희망퇴직 속사정
· 인터넷결합상품에 과도한 사은품…통신사는 알고도 모른 척?
· 다주택자 규제·금리인상·공급과잉…2018년 부동산시장 '판도라 상자' 열린다
· '규제 사각지대'의 궐련형 전자담배, 언제까지 법망 피할까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