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미국의 방탄소년단 열풍을 이제야 사람들이 알게 되었습니다. 원색으로 염색한 머리와 한국 특유의 반짝거리는 의상을 입고 춤추는 늘씬한 보이밴드가 미국에서 인기를 끌 거라고 예상했던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 어려운 일을 방탄소년단은 해냈습니다.
대체 무엇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고민 중입니다. 사후 분석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결과에 이유를 짜 맞추는 셈이니까요. 하지만 한 가지 사실은 확실합니다. 이 열풍이 인터넷, 그 중에서도 특히 유튜브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거라는 거지요.
유튜브를 만든 3인은 핀테크 서비스 ‘페이팔’ 출신입니다. 페이팔 멤버들은 이후 따로 또 같이 일하면서 실리콘 밸리에서 다양한 사업을 전개했습니다. 이들의 끈끈한 조직력을 두고 ‘페이팔 마피아’라는 별칭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페이팔 마피아 중에서도 스티븐 첸, 채드 헐리, 그리고 저드 카림이 페이팔을 시작했습니다. 2005년 2월의 일입니다.
유튜브를 시작한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본인이 불편했기 때문입니다. 2004년 팝스타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재닛 잭슨이 미국 최대 이벤트인 슈퍼볼 공연에서 공연하는 도중 재닛 잭슨의 가슴이 노출된 방송사고가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관심으로 이 영상을 찾아보고 싶던 창립자들은 영상을 찾는 데 실패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인터넷으로 영상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유튜브나 유사 서비스가 많아서 영상 공유가 편리해졌지만, 유튜브 등장 전까지만 해도 영상은 인터넷으로 공유하기 어려웠습니다. ‘리얼 플레이어’ 등을 사용하고, 수많은 코덱을 받아야만 영상을 올릴 수 있었죠.
유튜브는 이 문제를 기술로 해결했습니다. 어도비 플래시 드라이버를 사용한 겁니다. 지금은 유튜브조차 어도비보다 더 가벼운 HTML5 등을 사용하는 추세지만 당시에 어도비 플래시 드라이버를 사용한 빠르고 간편한 영상 업로드는 혁명이었습니다.
추가로 유튜브는 영상을 자신의 사이트에만 올릴 수 있고, 영상 파일 자체를 가져가기는 어렵게 만드는 기술을 고안했습니다. 영상 재생은 쉽지만 퍼 나르기는 어려운 사이트를 만든 겁니다. 일종에 ‘영상 포털’이 된 셈입니다.
2007년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합니다. 16억 5000만 달러의 가치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수익이 없다시피 하고, 서버 비 등 비용이 엄청나게 드는 서비스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구글의 유튜브 인수 이유에 의문을 가졌습니다. 구글은 ‘구글 플러스’와 유튜브를 연계해보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습니다.
유튜브는 점차 세계 영상 시장을 뒤바꾸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유저가 간편하게 스마트폰 등을 통해 영상을 올릴 수 있어,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다양한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전 세계에 자신의 영상을 홍보할 수도 있죠.
유튜브와 유저가 함께 돈을 벌 수도 있습니다. 구글의 힘을 빌어 치밀하게 광고 데이터를 쌓은 덕분입니다. 유저에 맞는 광고를 앞뒤에 붙이는 방식으로 유튜브는 큰돈을 벌기 시작했습니다. 모바일 영상이 점차 광고에 대세가 되면서 유튜브의 영향력은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방탄TV 영상. AMA 데뷔에 대해 직접 이야기한다. 굳이 이제 TV에 출연할 필요가 없다. 직접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서 팬과 소통하면 된다.
유튜브는 모바일 영상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이 영향력으로 모든 업계를 바꾸고 있습니다. 원래 음악시장의 절대 권력자는 미국의 경우 라디오 DJ, 한국의 경우 TV PD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이 음악을 고르고, 음악을 대중에게 알리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들에 지지를 받지 못하면 음악시장에 나오기 어려웠습니다.
이제는 어떨까요? 저스틴 비버, 위켄드 등 현재 팝스타 중에는 유튜브 출신이 많습니다. 싸이, 빅뱅, 방탄소년단 등이 특별한 북미 활동이나 북미 기획사의 도움 없이도 세계적인 관심을 얻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지요. 유저 스스로 SNS를 통해 유튜브에 영상을 공유하고, 여기서 관심을 끌면 ‘제도권’의 허가 없이도 선택받을 수 있게 된 겁니다.
유튜브는 현재 전 세계 콘텐츠 산업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중입니다. 미국에서 가장 큰 콘텐츠 분야인 스포츠 중계 분야도 그렇습니다. 유튜브가 스포츠 중계를 시작한다면 어떨까요? 음악도 마찬가지죠. ‘유튜브 레드’는 광고 없이 자유롭게 음악을 들을 수 있다고 광고합니다. 세상에 그 어떤 음원 회사도 유튜브만큼 음원이 많지 않습니다. 한국처럼 ‘클래식’ 등 특정 카테고리 음원이 부족한 나라라면 그 차이는 더 벌어집니다.
방탄소년단의 ‘DNA’. 단숨에 2억 뷰를 기록했다. 전 세계인이 한국 가수에 음악을 주목하는 시대가 되었다
유튜브야말로 인터넷 산업의 속성을 실로 잘 보여주는 회사가 아닐까 합니다. ‘왜 인터넷은 영상 공유가 안 되지?’라는 단순한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동기는 간단했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도의 기술력과 자원, 데이터를 동원하지요. 그렇게 작아 보이던 분야를 잡은 후에는, 세상의 모든 콘텐츠 사업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유튜브는 어디까지 성장할까요? TV를 대체해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요. 수십 년 뒤 ‘20세기에는 TV가 꼭 지금 유튜브 같은 역할을 했었어’라고 말하게 될지도 모르지요. 작은 불편 해결로 시작해 온 세상의 콘텐츠를 점령해가는 서비스, 유튜브였습니다.
김은우 아이엠스쿨 콘텐츠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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