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현대자동차 글로벌 판매의 축이 바뀌고 있다. 지난 10년간 현대차의 성장을 견인했던 중국 시장은 경쟁 심화로 쪼그라드는 데 비해 가파른 경제성장을 일구고 있는 인도 시장은 나날이 커지고 있어서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지난해 인도 내수시장에서 52만 7320대를 판매했다고 1일 밝혔다. 전년 대비 5.4% 증가한 수치다. 법인 설립 이후 최고 기록. 판매량을 견인한 것은 ‘크레타’ ‘i10’ ‘i20’ 등 중소형 승용차다. 특히 지난해 8월 출시한 ‘베르나’가 출시 40일 만에 1만 5000대 이상 판매되는 등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인도 현지 시장 점유율은 마루티스즈키에 이어 2위다.
현대차는 1996년 인도에 진출해 연 68만 대의 생산 규모를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80여국 520만 대 이상 수출했다. 핵심 생산 거점이 판매 중심지로 변화하고 있는 중이다.
헌대차 관계자는 “폭 넓은 애프터서비스와 낮은 차량 유지비로 인도 도농 지역 모두에서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2일 신년사에서 “권역별 책임경영 체제를 확립해 손익을 통합 관리하고 고객의 요구에 민첩하게 대응하자”고 주문했다. 인도의 자동차 내수 시장은 2016년 현재 337만 대로 세계 5위 시장이다. 2020년에는 중국·미국에 이어 세계 3위 시장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인도의 인구는 13억 명에 달하지만 자동차 보급률은 1000명당 32대에 불과하다. 현대차는 올해 ‘이온’의 후속 모델 등을 투입해 신성장 지역으로서 인도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현대차가 인도에 힘을 쏟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에 있다. 현대차의 지난해 1~11월 중국 판매량은 96만 9553대로 전년 동기 대비 38.2% 급감했다.
폴크스바겐과 중국 현지 기업들의 선전으로 힘을 잃었다. 특히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판매량은 물론 기업 이미지 악화도 컸다. 중장기 성장 동력이 훼손됐다는 비관적은 분석도 나온다. ‘로이터’는 현대차의 중국 판매가 올해도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는 최근 이세돌과 커제의 바둑 대국을 후원하는 등 홍보를 강화하고 있지만 경쟁 심화와 중국 시장 성장세 둔화로 어려움이 계속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는 내년 미국 자동차 판매량은 1.7%, 중국은 1.3%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중국의 구매세율이 7.5%에서 10%로 인상된 점도 소비자의 부담을 늘리고 있다. 현대차로서는 미·중 일변도인 해외 시장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다만 인도 시장에서도 악재가 도사리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인 폴크스바겐이 인도에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는 점이다. 폴크스바겐은 10억 유로(약 1조 3000억 원)를 인도에 신규 투자해 생산능력과 영업 역량을 키울 계획이다. 2003년 인도에 진출한 폴크스바겐은 저가 브랜드인 스코다를 판매 중이다. 그러나 인도에서 폴크스바겐이 고급차 취급을 받고 있어 판매가 부진, 폴크스바겐·스코다의 시장점유율은 2%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폴크스바겐은 유럽의 국민차로 불릴 정도로 가격이 저렴하고 저변이 넓은 브랜드다. 이런 점을 이용해 앞으로 인도 중저가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중에 인도에서 6종의 신차를 출시하는 한편, 소형 SUV 크레타와 같은 차급의 신차도 판매할 예정이다. 폴크스바겐은 경쟁사들에 비해 중국 진출에 한발 늦었지만 중소형 시장 공략 및 철저한 사후 관리 시스템으로 현재 중국 1위 판매량을 자랑한다.
국내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인도는 전기차 등 아직 고가의 친환경 자동차 수요가 높지 않다”며 “크기가 작고 경제성 높은 경차 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 [밀덕텔링]
전장의 혁신 향해 '드론봇 전투단' 돌격 앞으로!
·
문재인정부 2018년 성장률·소득·취업자 ‘3·3·3’ 달성 가능할까
·
사상 최대 실적 NH농협은행, 사상 최대 희망퇴직 속사정
·
"좋아하는 일하며 살 수 있어요" 직장인 삶 거부한 3인방 스토리
·
현대차부터 벤츠까지…자동차 제조사들의 이유 있는 '공유차' 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