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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하며 살 수 있어요" 직장인 삶 거부한 3인방 스토리

대기업·광고회사 뛰쳐나와 퍼스널트레이너·행사진행자로 "자유롭게 도전하며 살고 싶어"

2017.12.29(Fri) 17:58:52

[비즈한국] 평범하게 사는 것조차 쉽지 않은 오늘날 평범하길 무릅쓰는 이들이 있다. 사회가 제시한 평범한 삶에 갇히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모색한 3인이다. 어떤 노력과 다짐 등으로 흔치 않는 삶에 도전했는지, 그들의 지난 행적을 들춰봤다.

 

# 프리랜서 퍼스널 트레이너 이우제

 

개인에게 맞춤형 운동을 가르치는 퍼스널 트레이너 이우제 씨(32). 이 씨는 서강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지만, 부전공인 스포츠 경영에 더 집중했다. 대학시절 주짓수·복싱 등을 하며 운동에 남다른 애정을 갖게 됐다. 교환학생으로 다닌 미국 대학에선 반년간 체육 관련 수업만 들었다. 체대나 사회체육계열 학과로의 재입학을 고민했을 정도다. 

 

2016년 스트롱퍼스트(SFG) 레벨 2 케틀벨 지도자 자격 과정에 통역 지원으로 참가한 이우제 씨. 사진=이우제 제공


하지만 졸업 후 이 씨가 몸담은 곳은 H 대기업. 여느 친구들처럼 안정적이며 큰 회사에 입사해야 한다는 생각이 우선한 결과였다. 트레이너라는 직업의 정보가 없어, 해당 업계에 몸담는 것에 두려움이 컸다. 

 

이 씨가 퇴사를 결정하기까진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 씨는 “내가 원하던 삶이 아니었다. 일이 행복하지 않았다. 기업이라는 큰 틀 속에서 내가 갖는 결정권도 작았다. 그렇다고 차장, 과장 들이 안정적으로 보이지도 않았다”며 “남들이 말하는 ‘좋은 직장’이 나에게도 좋은 직장이 되진 못했다”고 말했다. 

 

2012년 이 씨는 W 프랜차이즈 피트니스 센터 트레이너로 스포츠업계에 발을 들였다. 체육 관련 학과 졸업장도, 업계가 요구하는 직무능력도 부족했던 이 씨는 다른 트레이너보다 더 노력했다. 수업이 적은 오전이나 낮 시간엔 본인 수련에 집중했다. 퇴근 후엔 트레이닝·해부학 서적 등을 보며 자기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사비를 들여 각종 트레이너 연수·워크숍에도 참여했다. 이 씨가 취득한 SFG·SFB·SFL·FMS·GFM 등의 국제 지도자 자격증은 그 노력의 결실 중 일부다.

 

이 씨는 “트레이너는 나 자신을 파는 것과도 같다. 신뢰할 수 있고 차별성 있는 트레이너가 되기 위해선 끊임없이 공부하고 단련해야 한다”며 “좋아하는 일이다 보니 그 과정이 힘든 공부라기보다 놀이로 다가왔다”고 귀띔했다.

 

불안감이 없던 건 아니다. 하지만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 최선을 다하며 이를 떨쳐냈다. “오늘의 수업·훈련·공부 등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했다. 그러다보니 일이 효과적으로 풀려갔고, 통제 영역은 점차 넓어졌다. 불안감은 자연스레 줄었다”며 “특정 형태의 직장에 가면 불안감이 사라질 거라는 건 굉장히 단편적인 생각이다. 어느 업종에 몸담든 불안감은 항상 있다”고 설명했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이 씨는 이제 남들이 찾는 트레이너가 됐다. 블로그·SNS 등을 통한 트레이닝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올해 국제통용 요가 지도자 자격증도 취득한 이 씨는 남자 최초로 요가용품점인 허거머거(Hugger Mugger) 홍보대사로도 선발됐다. 내년엔 요가 아나토미 워크숍도 진행할 계획이다. 이 씨는 “퍼스널 트레이너로 시작했지만, 요가 강사로도 점차 인정받고 있다”고 귀띔했다.

  

# 전문 MC 변현무

 

변현무 씨(29)는 각종 행사 진행 MC(엠시)로 활약하고 있다. 동아방송예술대학에서 광고홍보를 전공한 변 씨는 여느 동기들처럼 졸업 후 광고회사에 입사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광고기획이 아닌 행사 진행을 향했다. 대학생 시절 용돈벌이를 위해 3년간 도맡았던 돌잔치 진행에 더 관심을 갖게 된 것. 변 씨는 “광고보다 행사가 더 재미있었다. 광고 회사에서 받지 못한 칭찬을 엠시 일을 하면서는 수없이 받았다. 이 길이 내 길이구나 싶었다”고 설명했다.

 

산모파티 사회를 보는 변현무 씨. 사진=변현무 제공

 

변 씨는 과감하게 사표를 제출했고 수중에 남은 100만 원으로 행사진행 교육학원에 등록했다. 엠시에 대한 자신의 열정을 담은 프레젠테이션으로 부모님도 설득했다. 하지만 행사 업계에서 곧바로 실력을 인정받기란 마음만큼 쉽지 않았다. 초창기엔 행사를 진행하기보다 선배들을 따라다니며 행사보조를 줄곧 도맡았다. 먹고살 만큼 돈이 벌리는 것도 아니었다. 변 씨는 “회사를 그만두니 수입이 없었다. 불안감이 심했다. 하지만 실패를 두려워하며 전전긍긍하기보다 무조건 성공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내달렸다”고 회상했다.

 

변 씨는 무엇보다 유행에 뒤처지지 않고자 힘썼다. 최근 유행하는 노래는 물론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체크했다. 각종 유튜브 영상,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깊이 있는 스토리텔링을 위해서였다. 주변 선배, 연예인 들의 퍼포먼스도 참고했다. 변 씨는 “진행은 강호동, 쇼맨십은 싸이, 위트는 정형돈을 참고했다”며 “소속사 더블유케이(WK) 엔터테인먼트 사장님을 롤모델로 삼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노력이 결실을 맺기 시작한 건 2015년부터. 수입이 조금씩 생겼고 평일에도 행사를 다닐 만큼 일이 늘었다. 현재 변 씨에게 행사를 주는 업체는 9곳에 이른다. 변 씨는 “불안감도 어느 순간 내려놓게 됐다. 행사가 안 잡힌다고 고민해봤자, 안 생기는 건 안 생긴다. 행사가 없으면 공부와 자기계발을 한다. 그럼 없던 행사도 생기더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버틸 수 있던 건 일에 재미를 느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유명세를 바랄 법한 변 씨의 목표는 다소 특별하다. 형편 어려운 이들을 대상으로 행사를 진행하는 것. “독거노인, 벌이가 변변치 못해 돌잔치·송년회 등을 만끽하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작은 행사를 기획·진행하고 싶다”고 ​변 씨는 ​귀띔했다. 

 

# 영상 제작자이자 컬처 코디네이터 김준호

 

김준호 씨(27)의 직업은 하나로 정의될 수 없다. 그의 주된 일은 영화·영상제작이다. ‘남희’(2014년 청춘에 미친 영화제 상영작)​, ‘벽’(2016년 충무로 단편 영화제 시나리오 공모전 입상작)​ 등은 영화감독을 꿈꿔온 그의 대표작이다. 최근엔 영화 프로덕션 ‘개집’에 소속해 캐나다 래퍼인 조지프 로즈(Joseph Rose)의 뮤직비디오도 제작했다. 화장품 기업 PR 영상, 스타트업 홍보영상 등은 김 씨 개인이 도맡아 만든 콘텐츠다. 

 

‘사랑이 없어’ 뮤직비디오 촬영에 참여한 김준호 씨. 사진=김준호 제공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5개월 전부터 시작한 에어비앤비 사업도 있다. 집주인을 설득해 자신의 옆방을 외국인의 숙박공간으로 변모시킨 것. 방청소, 아침식사 마련 등은 최근 그의 일과가 됐다. 김 씨는 “여행을 다니며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즐거웠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일평생 여행만 할 순 없었다. 그래서 직접 사람들을 불러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투숙객들과 함께한 김 씨의 지난 크리스마스는 더 의미 깊었다.

 

김 씨는 한국외대 문화콘텐츠 연계전공 교수가 기획한 ‘문화지도 만들기 프로젝트’ 진행에도 앞장선다. 해당 프로젝트 매니저를 도맡은 김 씨는 최근 서울 이문동·가리봉동 소개 콘텐츠 제작 등으로 바쁜 일상을 보냈다. 영상을 제작하며 만난 창업자들과의 앱 기획·제작, 중국학생들의 논문 편집에도 뛰어들었다.

 

김 씨의 일이 늘기 시작한 건 어딘가에 얽매이기를 거부하면서부터다. 김 씨는 “주체적이며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었다. 하지만 이전부터 좋아했던 영상은 기대와 달리 스스로를 가뒀다. 내 일상은 영상제작이란 큰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라며 “영상을 제작하며 만나게 된 다양한 사람, 그들의 일을 함께하며 새로운 일, 가능성에 계속해서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자신의 일과 별개로 각종 강연이나 캠프, 코엑스 행사 등에도 지속적으로 참가한다. 트렌드를 놓치지 않고 새로움을 접하기 위해서다. 

 

김 씨는 이 같은 삶이 불안정하지 않다고 말한다. 김 씨는 “수입이 특정되지 않고 불규칙한 업무들로 내 삶이 불안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남들과 다른 삶을 살아 그렇게 비치는 것뿐이다. 특정 조직에 고용된 사람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중요한 건 내가 얼마나 삶에 만족하느냐”라며 “수입은 먹고살 정도만 벌면 된다”고 역설했다. 

 

# “정말 좋아해야만 후회 없어”, “대안도 생각해야 오래 가”

 

세 사람은 평범한 삶을 거부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변현무 씨는 “무언가에 도전한다 해서 잃을 건 없다. 잃어봤자 돈과 시간이다. 하지만 돈은 언제든 다시 벌 수 있다. 시간의 경우 ‘도전을 포기해 후회하는 시간’과 ‘내가 도전해보고 나서 실망하는 시간’은 동일하다. 값어치는 후자가 더 크다”고 귀띔했다.

 

이우제 씨는 이에 공감하면서도 대안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 씨는 “본인만의 안전망을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 더 과감해질 수 있고 불안감을 줄일 수 있다. 대안이 없다면 조급해지고 길게 생각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또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정말 내가 원하는 일인지, 남이 좋다고 평가하는 일인지 구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성진 인턴기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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