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일감 기근에 시달리는 국내 조선업계가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 등 친환경 선박 수주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강화로 노후 선박의 친환경 선박 교체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2017년 들어 LNG 추진선 수주를 늘리는 등 제품군 다변화에 힘을 쏟는 삼성중공업은 글로벌 LNG선사로부터 18만㎥급 LNG선 한 척을 2100억 원에 수주할 예정이라고 12월 28일 밝혔다. 이로써 삼성중공업의 2017년 수주량은 총 28척으로 늘어났다. 이 가운데 LNG 추진선은 5척(LNG-FSRU 2척 포함)이다. 부유식 LNG 생산설비(FLNG) 1척까지 포함하면 LNG 관련으로만 33억 달러를 벌어들이게 됐다.
현대중공업도 12월 15일 부산 현대글로벌서비스 본사에서 ‘LNG 추진 벌크선’의 기술설명회를 열고 본격적으로 영업에 나섰다. 조선사들이 비주력 선박이던 LNG 추진선에 최근 공을 들이는 이유는 2020년부터 IMO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기 때문이다.
IMO는 연료유의 황산화물(SOx) 함유량을 현행 3.5%에서 0.5%로 제한하는 규제를 시행한다. 또 SOx 함유량 외에 질소산화물(NOx) 배출 규제도 강화할 계획이다. NOx 배출량을 0.1%로 제한하는 배출통제구역(ECA) 제도를 시행 중인 북미도 2021년 1월 발틱해와 북해까지 확대한다. 이 규정을 어기면 고액의 벌금이 부과되거나 운항 금지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해운사들로서는 배기가스를 줄이기 위한 스크러버 설치나 저황유 사용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스크러버는 크기가 커 선박 공간 활용이 제한되며, 저황유는 가격이 비싸 비용 부담이 늘어난다. 이 때문에 노후 선박을 환경 규제에서 자유로운 LNG 추진선으로 교체하려는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글로벌 LNG 추진선 수요는 2030년까지 연 4~5%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7월 기준 운항 중인 LNG 추진선은 전 세계적으로 112척에 불과하지만, 올 들어 118척이 새로 발주되는 등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특히 높은 환경 규제를 적용하는 유럽의 경우 세계 LNG 추진선의 73%를 차지하며 앞으로도 성장세가 예상된다. 유럽은 글로벌 해운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국내 조선사들로서는 이 시장의 변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북미 지역 역시 현재 11척의 LNG 추진선이 운영되는 등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LNG 수요 증가에 힘입어 2030년까지 연평균 30척 수준의 신규 LNG 추진선 발주가 예상된다”며 “110척의 LNG선을 건조하며 쌓은 노하우로 LNG 추진선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LNG 추진선의 가격은 일반 선박에 비해 15~20% 비싸고 LNG 연료 가격이 벙커C유보다 높기 때문에 선주들의 구매가 확산될지 아직은 불확실하다. 또 국내 조선사들이 그동안 LNG 추진선을 등한시했기 때문에 글로벌 경쟁력에서 유럽에 비해 앞서나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LNG 추진단을 꾸려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LNG 추진선 발주를 늘리고 있다. 국내 시장을 글로벌 시장 확대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국내 외항선박 890척의 에너지 효율성을 검토한 결과 248척은 친환경 선박으로 교체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생산 능력에서 유럽·중국·일본 조선사들이 한국을 앞선다”며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 및 공급 체인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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