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부동산 시장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다.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내놓은 ‘규제종합선물세트’가 열리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2018년부터 주택규제와 세금, 대출 등 부동산 시장에 직접 영향을 주는 여러 요인이 한꺼번에 달라지는데,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이 요인들이 각각 변수로 작용해 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강남 부동산은 오늘 결정하는 게 좋아요. 당장 내일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를 정도니까.” 서울 대치동과 압구정동, 잠원동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공통적으로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서울 강남권 주요 부동산 가격은 2017년 하반기 강세를 이어갔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강남구 도곡동과 대치동, 서초구 서초동 아파트 등 부동산은 2017년 10월 이후 한 달 사이 각각 최소 3000만 원에서 최대 5억 원가량 올랐다. 6월부터 10월까지 정부가 굵직한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상승세가 잠시 꺾였지만, 부동산 시장 과열은 가라앉지 않았다.
2018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예고한 각종 규제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돼서다. 부동산 업계와 전문가들 말을 종합하면 2018년 부동산 시장은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규제들이 각각 어떤 파급력을 보이느냐에 따라 시장 흐름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크게 네 가지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인데 △다주택자 규제 △금리 △아파트 공급과잉 △보유세 등이다.
# 2018 부동산 시장 최대 변수, 다주택자 규제
다주택자 관련 규제 및 정책은 2018년 부동산 시장의 최대 변수로 꼽힌다. 정부는 여러 규제 및 정책으로 다주택자에게 ‘당근’과 ‘채찍’을 나눠 들었는데, 이들의 선택이 부동산 매매 또는 전월세 시장 안정화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당장 1월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DTI(총부채상환비율)는 기존 다주택자들에겐 압박이다.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아 집을 샀던 다주택자들의 추가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기존 주택을 담보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대출받아 주택을 사는 방식의 투자가 앞으로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그동안 DTI는 신규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액에 기존 주택담보대출 이자만 반영해 대출 한도를 정해왔다. 이번에 적용될 새 DTI는 신규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액에 기존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액까지 합친 금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다.
2018년 4월부터 시행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는 부동산 매매 시장의 변수다. 서울과 수도권, 세종, 부산 등에서 ‘청약조정대상지역’이 지정됐는데, 이 지역에서 2개의 주택 보유자가 양도하는 주택은 10%, 3개 이상 주택 보유자는 20%의 가산세가 붙는다. 현행 양도세 기본 세율은 최고 40%인데, 다주택자들은 4월 이후 집을 팔면 차액의 최고 60%에 해당하는 금액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양도세 중과세가 부동산 매매시장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입을 모으면서도, 전망에는 엇갈린 의견을 내놨다. 한 부동산 분석 업체 관계자는 “다주택자 중과세가 적용되면서 4월 이전에 다주택자들은 집을 팔거나 기약 없이 장기 보유를 하거나, 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들이 서둘러 매각에 나서면 부동산 시장은 일시적으로 매물이 쏟아질 수 있고, 이에 따라 가격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일부 다주택자들이 ‘안 팔면 세금 안 낸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 경우 4월 이후 부동산 시장에서 매물이 사라져 거래 절벽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 다주택자 상당수는 노후 자금 마련 등을 위해 투자 개념으로 주택을 보유한 사람들이다. 수십 년 뒤를 계획하고 부동산을 매입한 만큼 세금 때문에 집을 내놓을 리 없다. 오히려 4월 이후 괜찮은 부동산은 공급이 급격히 줄어 가치가 더 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러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다주택자에게 ‘당근’을 제시했지만 실효성은 알 수 없다고 한다. 지난 12월 13일 국토교통부는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는 다주택자에게 2019년부터 건강보험료와 재산세, 소득세, 양도세 등을 대폭 깎아주기로 했다. 다주택자들이 매각보다 임대 등록에 나선다면 매매 시장엔 영향이 없지만 전월세 시장은 크게 안정될 수 있다.
다주택자가 압박에서 벗어날 출구로 보일 수 있지만, 정작 일부 다주택자는 신중한 입장이다. 서울과 수도권에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한 한 다주택자는 “그동안 부동산 대책이 정권마다 바뀌면서 결정을 미루는 다주택자들이 많다. 한 번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또 다른 추가 제재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며 “ 8년 임대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그때까지 이 정책이 이어질지 모르겠다. 하나는 거주용, 하나는 노후용으로 마련해둔 건데 이걸 가지고 임대사업을 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 금리 상승에 공급 과잉 전망, 보유세 인상 검토도
부동산 시장 전체에 압박으로 작용하는 것은 금리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시중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금융부채를 지닌 가계가 지불해야 할 이자 증가액은 연 2조 3140억으로, 2018년 금리 움직임에 따라 상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업계에선 현재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3~4%인데, 5%대 이상으로 올라가면 급매물 시장과 법원경매 시장으로 넘어가는 일명 ‘깡통주택’이 나올 가능성도 높게 본다.
아파트 입주 및 분양 물량 증가도 시장 전체에 영향을 줄 예정이다. 부동산114 집계를 보면, 2017년 전국 아파트에 38만 가구가 입주한 데 이어 2018년에는 2000년대 이후 최대인 44만 가구가 입주 예정이다. 수도권 물량도 17만 가구로 역시 최대치다. 박근혜 정부의 부양책에 따라 2015년 하반기부터 쏟아진 물량인데, 2년 6개월 만에 한꺼번에 입주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입주 물량이 몰리는 일부 지역에선 집주인들이 세입자의 전세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 발생 우려가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직까지 특별한 계획이 나오지 않은 보유세는 2018년 부동산 시장에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2월 13일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자리에서 보유세 인상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에서 지나치게 낮은 세금 부담을 높이는 방향으로 마련될 전망이다. 이에 앞서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는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보유세를 포함해 다른 세목도 모두 시나리오를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문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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