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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지 점프를 하다' 주인공서 억대연봉 설계사로, 여현수 인터뷰

둘째 낳고 안정적 수입 위해 메트라이프생명 입사…2년 만에 아시아 1위 지점 부지점장 올라

2017.12.29(Fri) 09:11:15

[비즈한국] 직장인에게 가장 용기가 필요한 순간은 이직을 결심할 때다. 단순히 연봉 문제가 아니다. 새로운 조직에 적응해야 하는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 직장을 넘어 아예 직업 자체를 바꾸는 전직은 말할 것도 없다.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고 현대 사회에서 전직은 사실상 도박에 가까운 도전이다.

 

특히 연예인이나 프로선수는 전직이 더욱 어려운 특수한 직업군에 들어간다. 평범한 직장인이 연예인이 되는 것도 쉽지 않지만, 반대로 얼굴이 잘 알려진 연예인이 평범한 직장인이 되는 것도 어렵다. 그래서 적잖은 연예인들이 모아놓은 돈으로 창업을 하거나, 투자를 하거나, 사기를 당한다.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로 백상연기대상 신인상을 받은 17년 차 배우 여현수는 좀 더 과감한 선택을 했다. 2016년 초 돌연 배우 은퇴를 선언하고 재무설계사로 변신하더니, 불과 2년도 안 되는 기간에 억대 연봉을 받는 외국계 보험사 부지점장 자리까지 올랐다. 그 짧은 기간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제는 말쑥한 비즈니스 정장과 재킷에 단 회사 배지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메트라이프생명보험 뉴올림포스 부지점장 여현수를 ‘비즈한국’이 만났다.

 

17년 연기 생활을 뒤로하고 재무설계사로서 변신한 여현수 메트라이프생명보험 뉴올림포스 부지점장. 사진=임준선 기자

 

# ‘배우의 꿈’보다 ‘세 여자의 꿈’ 이루는 것이 더 중요

 

“2016년 2월에 둘째 루아를 낳았어요. 아이를 처음 안아들고 얼굴은 웃고 있는데 옆구리 한쪽이 왠지 모르게 시려 오더라고요. 첫째를 키우면서 육아에 얼마나 돈이 많이 들어가는지 알게 됐으니까요. 일본처럼 기획사가 배우에게 월급을 주는 것도 아니고, 작품 활동을 365일 계속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과연 내가 둘째를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죠.”

 

불과 2015년 말까지만 해도 OCN 드라마 ‘처용2’에서 열연했던 배우 여현수는 이듬해 SNS를 통해 돌연 은퇴 선언을 했다. 사랑하는 아내와 두 딸을 위해 안정적인 수입을 가진 가장이 되고 싶다는 그의 진심 어린 글에는 잔잔한 울림이 있었다. 

 

“우연히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연봉 많이 받는 직업 순위를 보게 됐어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해요. 1등이 재무설계사였어요. 지금까지 재무는 매니저나 어머니가 다해줬는데,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싶었죠. 그래도 무작정 회사를 찾아가서 일을 하고 싶다고 했어요. 그때가 은퇴도 하기 전이었어요. 인사 담당자의 첫 반응이 그거였어요. 장난치지 말라고요.”

 

여현수 부지점장은 연기자로서의 꿈을 이루는 것보다 아내와 두 딸을 위한 삶이 더욱 중요했다고 말했다. 사진=임준선 기자

 

“모든 결정을 다 해놓고 일주일 동안 고민 끝에 아내에게 이야기를 했어요. 진짜 난리 날 줄 알았다니까요. 이 사람은 배우 여현수랑 결혼했을 텐데 과연 이걸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싶었죠. 일단 애들을 재워놓고 말을 꺼냈어요. 그런데 아내는 태연하게 오빠는 그것도 잘해낼 수 있을 거라며 믿는다고 말해줬어요. 태어나서 그보다 더 훌륭한 조언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사실 대부분 보험사에서 재무설계사의 입사 문턱은 그리 높지 않다. 입사하는 것보다 버티는 것이 더 어렵다. 오로지 실적으로 평가받는 영업직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30대 중반이 되도록 직장을 다녀본 경험이 없는 그에게는 말할 것도 없다.

 

“평범한 회사원이 되는 거잖아요. 주변에서 관심이 많을 거라는 것은 진작 알았어요. 그래도 ‘어설프게 하다가 다시 연예계로 돌아가겠지’라는 이야기가 제일 듣기 싫었어요. 그래서 교육을 거의 다 받고 나서 한 일이 SNS에서 은퇴 선언을 한 거예요. 그러면서 앞으로 재무 상담이나 관리를 받고 싶은 사람은 연락하라며 제 전화번호를 함께 공개했어요. 스스로 이제 나는 연예인이 아니라는 각오이자 다짐이었죠.”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서 회사에 갔어요. 교육을 마치고 집에 오면 밤 12시였어요. 서너 시간 자고 다시 회사에 가요. 그렇게 몇 개월 동안 교육을 받고 나서야 아무것도 몰랐던 제가 재무설계사로 다시 태어난 거죠. 고등학교 2학년 때 MBC 공채로 일찍 데뷔해서 공부에도 별로 흥미가 없었고 평생 출퇴근도 해본 적이 없는데, 저는 안 해봐서 오히려 견딜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2년 만에 부지점장…매일 5시 30분 기상, 주말도 출근

 

재무설계사로 데뷔한 첫해. 여 부지점장은 백상연기대상 신인상에 버금가는 독보적인 영업 실적을 기록했다. 이러한 실적을 바탕으로 2017년 8월 부지점장에 올랐다. 그가 속해있는 뉴올림포스 지점은 2017년 메트라이프생명보험 아시아 지역을 통틀어 실적 1위를 차지한 회사 간판 조직이다.

 

“보험은 암에 걸렸을 때나 병원에 입원했을 때만 필요한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럼 돈이 많은 고액 자산가들이나 부자들은 왜 보험에 들까요. 부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재산을 지키는 거예요. 예를 들어 공장을 운영하는 사장님이 갑자기 사고나 병으로 죽었다고 가정해볼게요. 갑자기 6개월 이내에 그 많은 상속세를 어떻게 현금으로 마련할까요. 이때 사망보험금이 있으면 상속세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실제로 국세청에서도 상속세를 미리 마련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사망보험을 추천하기도 합니다.”

 

“인생을 트라이앵글로 봤을 때 보험은 일종의 기초공사이자 보장자산의 역할을 해요. 예를 들어서 암은 인류가 90% 정도 정복한 질병이에요. 고도의 최첨단 의료 기술이 계속 개발되고 있으니까요. 2021년이 되면 부산 기장에서 중입자치료기가 가동을 할 겁니다. 일종의 방사선 치료인데, 정확히 암세포에만 반응해서 치료를 합니다. 문제는 치료비가 어마어마해요. 그렇다고 노후를 위해 준비한 저축을 깰 순 없잖아요. 부자들은 왜 항암치료를 받는데 살도 안 빠지고 머리카락도 그대로일까요. 보험은 인생에서 오는 리스크를 하나라도 줄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내내 그는 올바른 재무 설계의 필요성을 끊임없이 이야기했다. 들으면 들을수록 그가 정말 지난해까지 연기를 하던 배우가 맞나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깊이가 있고 막힘이 없었다. 미리 대본을 가지고 배역을 연기하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여현수 부지점장은 이제 어엿한 재무설계사이자 조직의 리더로서 인생 2막을 즐기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모르는 사람들은 저보고 연예인이었으니 얼마나 인맥이 넓겠냐고 해요. 그런데 고객 중에 지인이 거의 없어요. 연예인 고객도 없고요. 아예 찾아가지도 않았어요. 생각해보세요. 17년 동안 연기만 했던 놈이 양복 입고 찾아가서 보장성이 어떻게 변액이 어떻고 하면서 매월 20만 원씩 20년간 맡겨 달라고 해요. 그럼 누가 믿고 돈을 주겠어요.”

 

연예인 출신이어서 좋았던 점이 정말 하나도 없었을까. 여 부지점장은 새로운 고객과 상담할 때 자기소개 하기가 좀 더 편리하다는 것 외에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실상 영업이 전직 연예인이라고 마음 놓을 수 있는 호락호락한 일도 아니다.

 

“예전에 배우 생활 할 때는 자고 대낮에 일어나면 아파트가 조용해요. 반팔 티에 반바지 입고 베란다 밖을 바라보면 다들 정장 입고 바쁘게 돌아다녀요. 저는 그게 그렇게 좋아 보이더라고요. 지금은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서 7시 30분까지 회사에 와요. 제가 가장 먼저 회사에 와 있어야 지각을 하는 팀원이 있어도 할 말이 생기죠.”

 

“주말에도 회사에 나와 다른 부지점장들과 내주 교육 내용을 점검하고 미리 토론을 합니다. 내가 잘되려면 팀원이 잘돼야 하고, 무엇보다 그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메트라이프 생명보험은 회사를 대표하는 주요 리더가 전부 영업 출신이에요. 영업은 인생에서 한 번쯤 도전해볼 만한 일입니다. 연예계로 돌아갈 마음은 하나도 없습니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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