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 해가 마무리되는 김에 2017년 한국 인터넷 유행어를 생각해보자. ‘동의? 어 보감’, ‘실화냐? 다큐냐? 맨큐냐?’ 같은 ‘급식체’ 말투가 떠오른다. ‘고인 물’도 있다. 신생 사용자가 유입되지 않는 커뮤니티와 게임을 일컫는 단어다. 철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도타, 히어로즈 오브 스톰이 떠오른다. 스타크래프트는 고인 물의 정점이다. 하지만 고인 물에도 빗방울은 떨어진다. 2017년을 정리하며 스타크래프트 고인 물이 마주한 변곡점들을 짚어보자.
무엇보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가 최대 이슈였다. 20주년 기념으로 고화질로 리마스터된 스타크래프트는 수많은 스타크래프트 고인 물 사용자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다. 밸런스 패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통합 배틀넷, 고화질 그래픽으로 재탄생한 유닛과 맵 덕분에 완전히 새로운 스타크래프트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었다. 안타깝게도 단축키 지정 및 유닛 공격 버그와 불안정한 배틀넷 서버 때문에 리마스터가 퇴색됐다. 특히 배틀넷 서버 관리 미숙은 치명적이었다. 몇몇 사용자는 배틀넷 통합 이후 오히려 스타크래프트를 접었다고 한다. 기존 사용자에 대한 감사 마음을 담은 패치가 기존 사용자를 쫓아냈다.
리마스터 이후 치러진 아프리카TV 스타리그(ASL)에서 이영호는 또다시 우승을 거두었다. “어차피 우승은 이영호”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이제동의 손목은 굳었고, 송병구는 약해졌다. 김택용의 비수는 이가 빠진 지 오래였다. 이영호는 조일장을 어린아이 손목 비틀듯 손쉽게 꺾었다. 와이고수와 피지알21 등 많은 커뮤니티에서 아프리카TV 스타리그가 재미없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며칠 후 부산에서 치러진 지스타 2017의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개인전 대회에서 김민철이 우승하며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를 불 지폈다. 2018년에도 이영호 패권이 굳건하게 유지될지 관건이다.
김택용의 입대도 이슈였다. 스타크래프트의 흥행을 이끌었던 택뱅리쌍, 아프리카TV에서 뛰어난 예능감으로 활약했던 김택용이 입대했다. 흥행에 대한 우려와 아프리카TV의 스타크래프트 방송 자체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김택용의 입대가 스타크래프트판 전체 흥행 하락으로 이어질까에 대한 걱정이었다. 현재까진 기우였다. 김택용 한 명이 없다고 스타크래프트판 전체가 무너질 리 없다. 하지만 시작일 순 있다. 김택용을 시작으로 택뱅리쌍, 철구 등 유명 게이머의 입대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땐 정말로 위기다. 대회는 있어도 뛸 선수가 없어진다.
고인 물이라 불렀지만 정말 대격변의 한 해였다. 완전히 다른 스타크래프트라 불릴 만큼 리마스터는 새로웠다. 이에 힘입어 ASL 시즌 4의 총상금은 직전 시즌보다 3배나 올랐다. 이영호가 그 대회를 우승한 직후 김민철이 이영호를 꺾었다. 누가 이영호를 꺾고 왕좌에 오를지에 대한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김택용이 입대한 이후 BJ들의 입대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2018년 스타크래프트판은 어떤 폭풍이 몰아칠까. 프로리그는 부활할까? 누가 이영호를 막을까? 새로운 빌드오더가 개발될까? 2017년의 끝에 새로운 스타크래프트를 기다려본다.
구현모 알트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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