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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음악일기] 가장 유명한 캐롤 앨범 '찰리 브라운 크리스마스'

미국 대표 캐롤…빈스 가리발디의 재즈 편곡, 음울하지만 애니메이션과 딱 맞아

2017.12.27(Wed) 20:01:08

[비즈한국] 12월이면 크리스마스를 지나 연말까지도 거리에서 캐롤이 울려퍼집니다. 캐롤이 주는 겨울의 느낌과 따스함 때문인데요. 크리스마스 캐롤 중에는 역시 ‘재즈’의 인기가 높습니다. 그렇다고 혁신적인 재즈보다는 편안한 곡이 더 분위기에 맞을 겁니다.

편안한 재즈 연주곡. 부드러우면서도 ‘엘리베이터 뮤직’ 이상의 퀄리티를 갖고 있는 균형감. 익숙한 멜로디를 지나치게 변주하지 않아 안정적인 편곡. 이 모든 걸 갖춘 캐롤 앨범의 전형이 있습니다. 바로 ‘찰리 브라운 크리스마스(Charlie Brown Christmas)’입니다.

찰리 브라운 크리스마스 앨범 커버.


찰리 브라운과 스누피가 주인공으로 나온 만화 ‘피너츠’는 60년대 미국에서 엄청난 열풍을 일으켰습니다. 코카콜라는 피너츠의 TV 스페셜 애니메이션을 의뢰했습니다.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담은 25분짜리 극장판이었지요. 

이전부터 피너츠 다큐멘터리 음악을 의뢰받았던 웨스트 코스트 쿨 재즈 뮤지션인 빈스 가리발디가 이 음악을 맡았습니다. 빈스 가리발디는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나 캘리포니아 스타일의 쿨 재즈 음악을 했던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입니다. 안토니오 조빔의 멜로디를 리메이크한 음악으로 사랑을 받았지만, 피너츠 애니메이션 음악으로 이름을 널리 알렸습니다.

빈스 가리발디는 다양한 베이시스트, 피아니스트와 작곡했습니다. 자신이 모든 크레디트를 갖고 싶어 의도적으로 다양한 음악가와 작업하고, 그들의 이름을 지워버린 일화도 유명합니다. 30년 뒤 음반사는 연주자들의 크레디트를 추가했지만 충분치는 않았지요. 심지어 앨범의 문을 열고 닫는 학생 합창단은 단돈 5달러를 받았다고 합니다. 저작권 개념이 충분치 않던 시절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레코딩 방식입니다.

1965년 탄생한 애니메이션은 조악했습니다. 제작 기간이 짧고 예산이 부족했기에 당연한 결과였지요. 아이들 대상 애니메이션에 삽입된 빈스 가리발디의 쿨 재즈는 너무 음울하다는 평도 많았죠. 그렇게 큰 기대 없이 애니메이션이 방영되었습니다.

결과는 뜻밖의 반전이었습니다. 대성공을 거둔 겁니다. 조악한 화면 질감이나 우울한 재즈 사운드트랙 등 단점으로 여기던 요소들이 스토리와 기막히게 어우러졌습니다. 한국에서 ‘나홀로 집에 2’가 크리스마스의 대명사로 여겨지듯 이 스페셜 애니메이션은 미국에서 크리스마스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이 사운드트랙은 본래 애니메이션 사운드트랙이니만큼 철저하게 애니메이션에 맞춰 제작되었습니다. 앨범의 시작과 끝은 어린이 합창단이 시작하는데요. 이는 스토리를 아이들이 이끌어가기 때문이죠. 마지막은 찬송가 ‘천사 찬송하기를(Hark! the herald angel sing)’로 끝나는데 이 또한 철저하게 애니메이션 연출을 위해 기획된 장면입니다.

‘​오 크리스마스 트리(O Tannenbaum)’​나 ‘​​저 아기 잠이 들었네(What child is this)’​ 등 전통적인 크리스마스 캐롤을 재지(Zazzy)하게 바꾼 곡도 스토리와 딱 맞게 편곡되었습니다. 균형감을 위해서기도 하지만 사운드트랙으로 계획돼 지나친 편곡을 자제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계속 들어도 편안한 음반이 되었습니다.

‘​크리스마스 타임 이즈 히어(Christmas Time Is Here)’.

 

이 음반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애니메이션 사운드트랙으로는 지나치게 음울하고 톤 다운된 음악이 아니냐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거둔 성공입니다. 편안하고 절제된 톤으로 과하지 않게 크리스마스 음악을 편곡한 덕분이겠죠. 아이러니하게도 따뜻한 캘리포니아 취향으로 만들어진 과하지 않은 쿨 재즈가 미국에서 가장 추운 지방인 미네소타주를 배경으로 만든 ‘피너츠’ 애니메이션과 잘 어울렸던 겁니다.


또 다른 성공 비결은 익숙함입니다. ‘찰리 브라운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 때마다 인기리에 반영되었는데요.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사운드트랙에도 익숙해졌습니다. 익숙함에 캐롤 음악을 들을 때도 찰리 브라운 크리스마스 사운드트랙을 찾기 시작한 거지요. 지금도 이 앨범은 꾸준히 크리스마스 때마다 순위권에 오르며 캐롤 연주 앨범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07년에는 그래미 명예의 전당에 헌정되기도 했지요.

이 음악이 뛰어난가?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애니메이션 자체도 기술적으로 훌륭하다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미국인의 크리스마스 정신에 녹아있는, 하나의 아이콘이 되었지요. 그리고 영상과 조합이 좋았던 덕분에 음악조차 미국인 마음속에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음악이 음악만으로 사랑받지 못하는 시대라고 합니다. 하지만 1960년대에 이미 음악 자체보다 영상과의 조합으로 성공을 거둔 음반이 있었습니다. 어쩌면 1960년대에도 이미 콘텐츠는 융합해야 하는 대상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조악한 애니메이션과 음울한 재즈의 조합으로 크리스마스의 상징이 된 음악, 찰리 브라운 크리스마스였습니다.

김은우 아이엠스쿨 콘텐츠 디렉터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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