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롯데가 장남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19일 오후 6시 50분 김포공항으로 입국했다. 롯데그룹 회장 및 경영진의 배임·횡령 혐의에 대한 재판을 받기 위해서다. 공판은 22일 열린다.
이 건에 대해 검찰은 지난 10월 30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징역 10년에 벌금 1000억 원을,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에게는 징역 10년에 벌금 3000억 원을 각각 구형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는 공짜 급여 391억 원을 받아 횡령한 혐의로 징역 5년과 벌금 125억 원을 구형했다. 신영자 이사장과 서미경 씨에게는 각각 징역 7년과 벌금 2200억 원, 1200억 원씩을 구형했다. 검찰은 “사건의 성격과 피고인의 지위·역할·이득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면세점 특허 연장을 청탁하는 대가로 최순실 씨 측이 세운 K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을 공여한 혐의로 신동빈 회장을 징역 4년에 추징금 70억 원을 추가 구형했다. 이 선고공판은 내년 1월 26일 열린다.
이런 롯데 일가의 경영비리와 관련해 신동주 전 부회장은 19일 입국하며 “나와 아버지는 잘못이 없다”고 선을 긋고 “동생이 모든 잘못을 저질렀다”며 결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회장이 일본 광윤사·롯데홀딩스와 한국 롯데를 분리해내기 위해 여러 비리 혐의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신 전 부회장은 “법원이 잘 판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고도 한다.
신 전 부회장 발언의 사실 여부를 떠나 검찰이 워낙 중형을 선고했기 때문에 유죄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만약 재판부가 신 회장의 혐의를 인정하고 중형을 선고할 경우 롯데그룹의 경영권은 다시 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일단 지주사 재편 문제가 가장 크다. 롯데는 일본 지주사와의 선긋기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10월 12일 지주회사를 공식 출범시키면서 50개의 순환출자고리를 13개로 줄였다.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면세점을 거느리고 있는 호텔롯데를 상장해 일본롯데와의 지분 관계를 끊는 한편 끌어 모은 자금으로 계열사 지분 등을 매입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호텔롯데는 일본의 롯데홀딩스(19.07%)와 광윤사(5.45%)·패미리(2.11%)·L투자회사 11곳(74.76%) 등이 지분 99%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또 계열사가 보유한 롯데지주 주식을 처분해 순환출자고리를 끊고 신동빈 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주 신 회장이 일본을 직접 방문해 일본 주주들 설득에 나서기도 했다. 버블 경제시대 일본의 최고급 스키장인 ‘아라이 스키장’을 인수한 점도 일본 주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시한이다. 자본시장법은 내년 4월 12일까지 모든 순환·상호출자고리를 해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신 회장에게 실형이 선고될 경우 오너리스크가 부각되는 등 호텔롯데 상장과 순환출자 해소가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화학 계열사 분할합병 및 호텔롯데 상장을 두고 한국거래소의 심사 요건을 채우지 못할 수도 있다. 거래소는 상장·주식합병 시 경영 투명성과 합리성 등 내부통제시스템이 작동하는지를 검토한다.
롯데가 경영 혼란에 빠진 사이 광윤사 지분의 절반을 보유하고 있는 신 전 부회장 측의 공세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신 전 부회장은 “여러 가지 (지주사 전환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이 있으며, 이를 통해 4월 이전에 롯데의 지분 정리 계획을 막겠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신 전 부회장 측 역시 일본 주주 설득이 먼저다. 일본 주주들의 지원을 받아 호텔롯데의 상장을 저지함으로써 신동빈 체제를 흔들 수 있다. 다시 오너일가의 장자로서 정통성을 부각시킴으로써 명분 경쟁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또 9월 신 전 부회장이 롯데 지주사와 관련된 주식을 대부분 매각한 점도 이목을 끈다. 증권가에서는 매각한 국내 롯데 주식 매각 자금을 활용해 본격적인 경영권 경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일단락 된 것으로 보이던 롯데의 경영권 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22일 법원의 판단에 따라 다시 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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