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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악화 비상 신용카드업계, 2018 경영전략 키워드는?

주수익원 '흔들' 이구동성 "비용절감"…"새 먹거리 찾아야" 목소리도 커

2017.12.20(Wed) 15:31:15

[비즈한국] 카드사들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카드사 실적이 크게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올해 3분기에 현실화된 데다, 내년 전망은 더 어둡다. 수익 악화를 메울 마땅한 대책이 없어 비상경영체제가 장기간 유지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올해 3분기 국내 8개 대형 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4196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5246억 원)보다 20% 줄었다. 하나카드를 제외한 7개 카드사의 순익이 일제히 떨어졌다. 정부 방침으로 인하된 가맹점 카드수수료율이 영향을 미쳤다(관련기사 ‘삼중고’ 신용카드업계, 공동대응 모색도 ‘산 넘어 산’).

카드사 실적이 크게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올해 3분기에 현실화됐다. 사진=비즈한국 DB


내년 전망은 더 어둡다. 정부는 가맹점들의 카드수수료율을 단계적으로 더 낮출 계획이다. 가맹점들의 연매출 규모에 따라 각각 차이를 두고 수수료율이 내려가는데, 당장 오는 1월 말부터 평균 수수료율은 현행 약 1.95%에서 약 1.8%로 내려간다. 

 

6년 만에 오른 기준금리와 내년 2월 8일부터 인하될 법정최고금리도 악재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시장금리가 오르면 카드사들의 조달비용이 늘어난다. 반면 법정최고금리 인하로 대출금리가 더 낮아지면서 비용은 늘어나지만 받을 수 있는 돈은 줄어들게 된다. 카드사들은 주요 수익원인 카드수수료율, 대출마진 어느 곳에도 기댈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최근 카드사들이 일제히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는 분위기다. 업계 1위 신한카드가 먼저 나섰다. 앞서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신한카드의 비상경영체제 돌입를 언급하기도 했다. 신한금융 IR 담당 본부장이 직접 “내년 카드업 영업환경이 좋지 않아 신한카드가 비상경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카드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신한카드처럼 대외적인 발표는 없었지만 제각기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카드사들의 비상경영 키워드는 ‘비용절감’이다. 예상 손실을 당장 채울 수 있는 대책이 마땅치 않아, 수익 감소를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대형 카드사 관계자는 “크게 신사업 발굴과 비용절감, 두 가지 방안이 있다. 그동안 카드사들은 새 시장 개척을 위해 동남아시아 등 해외에 진출했지만 이는 중장기 플랜이다. 수수료 인하 등으로 인한 손실분을 당장 상쇄하기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리 인상에 따라 카드수수료율이 오를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오지만, 한 번 내려간 수수료율이 다시 올라가는 게 쉽겠느냐”고 반문하며 “줄어든 수수료를 만회할 수단이 현재로선 없다. 비용을 줄이는 게 유일한 대책”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최근 카드사들의 움직임은 비용절감에 초점이 맞춰졌다. 대형 카드사들을 중심으로 구조조정 및 영업망 통합 축소 등 ‘몸집 줄이기’가 한창이다. 모바일 카드 등 상대적으로 발급비용이 적은 방식을 강화하고, 대면 방식은 정리하는 것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인원 감소폭이 가장 큰 곳은 삼성카드다. 2015년 상반기 2529명이었던 삼성카드 직원은 지난해 2270명에 이어 올해는 2078명까지 감소했다. 현대·신한카드도 비슷하다. 상반기 신한카드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25명의 계약직 직원이 나갔고, 현대카드의 기간제 직원은 2015년 상반기 1417명에서 올해 705명으로 2년 새 50% 넘게 줄었다. 

 

영업소도 줄어들고 있다. 하나카드와 신한카드의 경우 지역별로 흩어진 지점 등을 지역본부로 통폐합하는 중이다.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인원감축이나 영업망 재정비는 영업방식이 변화되면서 2015년부터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다만 내년에는 실적 악화까지 겹쳐 점포와 모집인뿐만 아니라 카드사 내부에서도 인력 구조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디지털 경영 전략’도 강화될 전망이다. 핀테크(금융+기술)의 등장으로 카드사의 디지털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는데, 사업 프로세스의 디지털화는 비용절감에도 유리하다. 신한‧현대카드가 가장 적극적이다. 스타트업처럼 부서‧직원별 칸막이 등을 없애는 등 기존 사무환경을 바꿨다. 신한카드의 한 관계자는 “금융업에 한정된 신용카드사가 아닌, 디지털플랫폼회사로 바뀌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마케팅 방식도 빅데이터 기반으로 달라질 예정이다. 큰 틀에서 디지털 경영 전략 역시 장기과제지만, 빅데이터를 활용한 사업들은 올해 성과가 나왔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빅데이터 마케팅은 고객의 소비 형태를 빅데이터로 분석해 지역, 업종 등을 고객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진행했던 기존의 마케팅에서 유입 확률이 높은 타깃 고객층을 공략한다. 비용절감에 특화돼 있다. 

 

빅데이터 스타트업 등을 인수한 뒤 다른 업종, 기업들과 협력해 공동 마케팅을 하는 방식도 검토된다. 카드사가 보유한 빅데이터를 리조트 또는 요식업체들과 공유하면서 고객들에게 맞춤형 마케팅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업계는 협력사를 더 늘리면 새로운 수익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식의 구조조정에 대해 업계 내부에선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다른 대형 카드사 관계자는 “비용절감은 다이어트 수준을 넘어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방식”이라며 “더 큰 문제는 카드사들이 그동안 기대어왔던 수수료를 제외하면 뚜렷한 수익원이 없다는 점이다. 문화 마케팅, 해외사업 진출, 빅데이터 사업 등으로 폭을 넓혀도 주요 수익원이 흔들리면 실적 악화는 극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카드사가 수수료로 먹고사는 시대는 끝’이라는 판단으로 각 사는 새 사업 구상에 몰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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