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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영화 '강철비' 속 핵전쟁 현실화? 결정적 장면 셋

북한 군부 쿠데타·핵 EMP 사용 전투·북 지휘부의 핵 관리 '검증'

2017.12.19(Tue) 17:42:23

[비즈한국] 지난 12월 14일 개봉해 1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강철비’의 흥행돌풍이 거세다. 데뷔작인 ‘변호인’으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양우석 감독의 두 번째 영화이자, 영화 ‘아수라’에 함께 출연해 열연을 펼친 배우 곽도원, 정우성이 다시 연기의 합을 맞추었으니 이런 흥행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 같기도 하다.

 

영화 '강철비' 포스터.


양우석 감독은 영화의 상업적 흥행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핵전쟁과 남북한 긴장관계에 대한 도발적인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영화의 장면과 스토리에 대단한 공을 들인 것이 분명하다. 특히 영화의 원작인 웹툰 ‘스틸레인’을 상황과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대대적으로 바꾼 남북한 핵전쟁 시나리오는, 마치 잘 만든 워 게임같이 정말로 일어날 법한 개연성과 영화적 재미를 위한 과장이 잘 섞여있다.

   

그 중에서도, 영화 속 남북한 갈등과 전쟁 위기를 고조하는 여러 가지 장면 중, 특히 의미 있는 세 장면이 실현 가능한지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으니 유의하기 바란다.

 

#1.   

첫 번째, 북한의 군부 쿠데타 상황이다. 영화 속에서는 핵무기를 완성한 김정은의 핵협상 전략에 불만을 품은 군부가 쿠데타를 실행한다는 시나리오를 내놓는다. 실제로 김정은은 2015년 5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공개처형을 비롯해서, 중요 군 간부를 숙청했다는 정보는 물론, 수십 년간 군에서 복무한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 등 약 340명의 고위 간부와 주민을 공개 총살하거나 숙청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영화 '강철비' 스틸컷.


이런 모습은 이전의 김정일 정권 당시 ‘선군정치’라 부르며 군을 우대하며 각종 권력과 이권을 기업이나 노동당이 아닌 군에 집중했던 것과 상반된다. 우리 군 역시 작계 5029(Operation Plan 5029)라는 이름으로 북한의 급변사태 중 가장 엄중한 사태로 군부 쿠데타에 의한 정권교체와 내전 상황을 가상하여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한 바 있다. 

   

그런데 현재까지 언론에 알려진 작전계획 5029의 쿠데타 대응 시나리오는 북한 내 쿠데타가 벌어질 경우 이를 면밀히 추적하고 북한의 도발 위협을 엄중히 감시하면서 북한의 세력 중 하나가 쿠데타 및 내전사태에 개입을 요구할 경우 한국군 주도로 개입한다는 내용이다. 

 

즉 영화 속 상황처럼 쿠데타 세력과 방어 세력이 한국군의 개입을 요청한 다음에 북진 및 안정화 작전을 한다는 의미다. 거꾸로 말하자면 북한은 폐쇄된 환경을 이용해 군부 쿠데타를 꾸민 다음 혼란을 가장하여 도발을 하거나, 개입을 위해 투입된 한국군을 기습 공격, 혹은 선제 핵공격을 하여 우리 정부의 선의에 기반한 군사개입을 이용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영화 속에서는 주인공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와 각국의 정보기관들이 누가 어떻게 쿠데타를 일으킨 것인지 알지 못해 혼선을 빚는 내용이 나온다. 실제로 이런 실수는 급작스러운 북한의 상태 변화에 따라서 얼마든지 일어날 법한 ‘나쁜 시나리오’다.

 

#2.

두 번째, 핵 EMP를 사용한 전투 묘사다. 영화 속에서 미국의 순항미사일 선제 핵 공격을 막기 위해서 북한은 중국의 X밴드 레이더로 미국 폭격기의 위치를 알아낸 다음, 무수단 IRBM에 핵무기를 탑재해 발사, 핵폭발로 생긴 EMP(전자기 펄스)로 핵미사일을 추락시키는 장면이 등장한다. 

 

영화 '강철비' 스틸컷.


중국의 X밴드 레이더는 수천km 밖의 미사일을 탐지할 수 있지만, 곡면을 가진 지구의 특성상 저공비행하는 비행기를 탐지하기 어렵다. 다만 핵폭발을 활용한 EMP로 무기의 기능을 정지시키는 기술은 심각한 위험성을 가진다. 대부분의 미국제 무기와 한국군의 국내 개발 무기는, 이 EMP 공격에 대비해 전자기 차폐 설계가 되어 있지만, EMP의 발생 지점에 가까워지면 전자기 펄스를 차단하는 것이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 군의 경우 이런 북한의 핵 EMP 공격을 막기 위해 국방부 벙커 및 주요시설에 대한 전자기 펄스 차단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전자기 펄스 공격을 가장 안전하게 막기 위해서는 결국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사전에 파악하여 선제 타격을 해야 한다. 아울러 북한의 탄도 미사일을 높은 고도에서 요격 가능한 KAMD 방어 시스템이 조기에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영화 속 상황과 반대로, 우리가 EMP 무기를 사용해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를 무력화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현재 국방과학연구소(ADD)는 핵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비핵 EMP 무기를 개발 중이고, 항공기에 장착할 수 있는 자유 낙하 폭탄식 EMP 무기는 실용화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EMP 무기는 분산형 자탄이나 고폭탄보다 더 넓은 범위의 무기를 무력화 할 수 있기에 우리의 현무2·3 미사일에 결합된다면 선제타격으로 넓은 범위에 퍼져 있는 탄도미사일이나 북한 지휘부의 통신 중계소를 무력화 시키는 것을 기대해 볼 만하다.

 

#3.   

세 번째, 핵무기 관리에 애를 먹는 북한 지휘부의 행동이다. 영화 속 북한의 핵무기 관리방식은 마치 미국과 러시아가 사용하는 것과 유사한 ‘핵가방’, 즉 휴대 가능한 핵미사일 발사 명령기와 메모리형 암호입력 키, 그리고 스마트워치형 암호입력 키가 있어 세 가지 장비가 모여야지만 발사 가능하다. 

 

무수단 미사일. 사진=KCNA


북한의 핵무기 통제장비는 철저한 기밀로 민간인이 알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 다만 어느 곳에서도 핵무기 발사 명령을 내릴 통신기술, 그리고 대단히 복잡한 암호를 해독하고 해석하는 기능, 표적을 지정하거나 명령을 내리는 기능을 작은 가방과 스마트워치에 넣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최고지도자가 몸에 지니는 보안장비 없이 핵무기 발사가 가능하도록 만들 나라는 없다는 점이다.  

   

북한의 김정은이 핵무기 발사 명령을 어떻게 내릴지, 한 가지 힌트는 전략군 사령부에 있을지 모른다. 지난 8월 14일 김정은은 괌 인근 해상에 화성-14형 로켓을 발사한다는 일명 ‘괌 포위사격 계획’을 보고받기 위해 전략군 사령부를 방문했다. 전략군 사령부의 지하 벙커에서는 미사일 사격 지휘를 위한 지휘통제 콘솔(Console)이 있었다. 

 

이 콘솔에는 명령을 음성으로 하달받기 위한 IP 전화기, 컴퓨터, 그리고 화상카메라와 마이크가 따로 구비되어 있었다. 화상과 음성으로 현장 지휘관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즉 북한의 핵무기 통제 시스템은 모든 핵폭탄의 활성화 및 표적 입력을 하는 자동화된 장비가 아니라 화상전화를 통한 통제소 신원 확인과 암호표 교환일 가능성이 크다.

 

전략군사령부를 시찰하는 김정은. 사진=KCNA


이런 화상통신과 확인 절차를 담당하는 컴퓨터는 민수용 시스템을 개조해서 운용할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 발사 명령 네트워크를 인터넷과 단절해 놓았다고 해도, 특수부대의 침투작전과 사이버전을 병행하면 이를 혼란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영화 속 내용과 메시지는 찬반이 갈릴 수 있는 도전적인 주장과 아이디어로 가득 차 있다. 특히 한국의 독자적인 핵무장을 암시하는 장면과 내용, 북한과의 평화공존을 택하는 방법에서는 진보와 보수 양쪽에서 비판할 여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 영화 역사상 남북갈등과 전쟁위기를 가장 사실적으로 그려낸 영화 중 하나가 ‘강철비’임은 그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울 것 같다. 영화가 던진 도발적인 질문에, 이제 우리가 대답해야 할 시간이 왔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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