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레진)를 둘러싸고 각종 ‘갑질 논란’이 불거졌다. 레진이 연재 작가들에게 지각비를 걷거나 웹소설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종료한 뒤 작가들에게 통보하는 등의 갑질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 더불어 업계에서는 레진이 플랫폼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레진을 비판하거나 문제를 지적한 작가들을 배제했다는 ‘블랙리스트’ 의혹까지 제기됐다.
청와대 홈페이지 청원게시판에는 ‘레진코믹스에 대한 세무조사를 부탁드린다’는 청원까지 게재돼, 현재(16일 오후 4시 기준) 5만 1600여 명이 청원에 동참했다. 청원 작성자는 “레진코믹스는 국내에서 가장 성공적인, 최초의 유료 웹툰 플랫폼으로 업계에 수많은 폐단과 좋지 않은 선례를 남김으로써 작가들의 처우를 나빠지게 했다”고 주장했다.
청원개요에 따르면 레진은 사업확장을 이유로 작가들과의 소통 및 합의 없이 수익 배분 구조를 고료제가 아닌 작가에게 불리한 방향(미니멈 개런티)으로 바꾸고, 지각비 명목으로 작가 매출의 일부를 가져갔다. 지난 8월에는 웹소설 서비스를 작가들과 협의 없이 통보하고 종료하기도 했다.
최근 한 작가의 폭로로 알려진 해외 수익 정산 문제 또한 지적됐다. 레진이 작품을 계약하며 국내서비스 외 해외서비스에 대한 계약을 함께 진행했으나 해외서비스 고료 정산을 제대로 하지 않았으며, 폭로한 작가는 2년 만에 해외 서비스 고료를 정산받았다는 것이다. 더불어 레진은 해외서비스 계약을 거절할 시 미니멈 개런티(최저고료)를 차감할 수밖에 없다며 계약을 강요했다.
레진 측은 지난 8일 청원 게시글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지각비와 웹소설 서비스 중단, 해외 서비스 고료 등 이전에 제기된 수많은 문제에 대해 종합적인 해명에 나선 셈이다. 레진 측은 작가진과 각종 갈등을 빚은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지각비에 대해서는 내년 2월부터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작가들과 간담회를 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러나 작가들은 “레진이 작가들의 항의에는 아랑곳 않다가 부정적 여론이 거세지자 늦장 대응을 한다”고 비판한다. 레진은 지난 8월 웹소설 서비스를 작가들과의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중단하면서도 작가들의 간담회 개최 요구를 거부한 바 있기 때문이다.
레진의 공식 입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레진코믹스 웹소설작가진은 레진 측이 ‘누적적자로 인해 불가피하게 웹서비스 사업을 접었다’고 해명한 것에 대해 반박하고 나섰다. 웹서비스 종료가 졸속으로 진행됐으며, 작가들의 고료로 레진의 웹소설 매출을 계산해봤을 때 적자로 인해 서비스를 종료할만한 상황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레진에 웹소설을 연재했던 한 작가는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레진은 지난 8월 31일 서비스를 중단할 계획이 있었음에도 월말이 되어서야 작가들에게 이를 알리려 했다. 나는 담당자와 연재일정을 상담하다 서비스 중단 소식을 듣게 됐다. 놀라운 것은 담당자조차도 서비스 중단을 갑작스럽게 상부로부터 통보받았다는 것이다. 서비스 중단 한 달 전까지 담당자도 내용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레진은 누적적자로 인해 서비스를 유지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사실이 아니다. 웹소설을 게재하면 레진이 수수료 명목으로 4를 가져가고 작가들이 6을 가져가는 시스템이었다. 서비스 종료 이후 작가들끼리 의견을 나누며 매출을 계산해 봤는데, 적자가 날 만한 수준이 결코 아니었다”며 “레진 측이 대외커뮤니케이션의 부정적 이미지를 고려해 누적적자로 가닥을 잡았다는 이야기를 담당자로부터 전해 들었다. 서비스 중단을 적자 탓으로 돌리는 바람에 작가들은 필명 활동을 못할 수준의 낙인이 찍혔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그는 레진이 웹소설 서비스를 중단하며 이용자들에게도 충분한 사전고지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작가들은 그간 구독해준 구독자들을 위해 종료 내용을 공지해달라고 요구했다. 중단 소식을 모른 채 유료로 결제하는 이용자와의 신의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레진은 서비스를 종료하고도 일주일 가까이 공지를 사이트에 게시하지 않았다. 결국 작가진이 소비자보호원에 시정조치를 요구하고 나서야 홈페이지에 종료 사실을 게재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레진 홍보팀 관계자는 “사업적 판단으로만 웹소설 서비스 종료를 결정했다면 최소 6개월 전부터 신작 연재 및 공모전 진행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당장은 힘들더라도 언젠가 알아주시지 않을까’하는 희망으로 운영해오다 사업을 접게 됐다. 시간을 갖고 작가님과 독자님들께 양해를 구하고 차근차근 종료 수순을 밟았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작가님들의 상처와 분노가 그렇게까지 크지는 않으셨을 거다. 결과적으로 더 큰 상처를 드렸다. 죄송스럽다”고 사과했다.
이어 “지각비 논란과 웹소설 서비스 중단 등의 지적에 대해 무겁게 생각한다. 소통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문제가 불거진 것 같아 오는 1월 작가진과의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취합하고 작가진과의 소통을 위한 부서를 신설해 운영하려 준비 중이다. 신설되는 ‘작가커뮤니케이션 부서’에서 작품 외 계약이나 정산, 마케팅 프로모션 등의 이야기를 작가님들과 더 많이 소통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레진의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한다. 레진이 플랫폼을 운영하며 레진의 운영방침 등을 비판한 작가들을 이벤트 및 프로모션에서 배제했다는 것. 플랫폼 특성상 홈페이지 메인에 작품이 노출되지 않거나 기획전 등의 이벤트에 공개되지 않으면 작품이 독자들에게 알려지기 어렵다. 레진은 블랙리스트 작가들의 작품은 배제하고 특정 작품들만을 ‘푸시’해줬다는 지적을 받는다.
레진을 비롯한 웹툰 플랫폼들은 기획전 등의 프로모션을 진행해 할인행사를 하거나 작품을 소개하는데, 이 경우 모바일 광고를 이용해 대중에 작품을 노출할 기회가 생긴다. 작가진의 설명에 따르면 기획전에 포함되는 작품은 평소보다 5~6배 매출이 증가한다. 작품을 알리고 독자를 늘리는 기회인 프로모션에 작품이 노출되는 것은 작가의 매출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
한국만화가협회는 지난 11월 21일부터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제보를 받고 있다. 협회는 공식 홈페이지 게시글을 통해 ‘플랫폼에서 작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차별하고 불이익 주는 데 사용한다고 한다. 계약 등의 사항에 문제제기를 하거나 개인 SNS에 관련 사항을 올릴 경우 이를 사찰하고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체를 아시는 분이나 이로 인해 피해를 입으신 분은 협회로 제보 바란다’고 알렸다.
해당 의혹에 대해 앞서의 레진 관계자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프로모션 기획 및 추천 작품 노출 등은 담당 부서 내부에서 객관적 지표와 누적된 자료를 반영해 진행되는 것으로, 다른 부서에도 전혀 알 수 없다. 의도에 따라 변경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여다정 기자
yrosadj@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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